대한탁구협회 차기 회장으로 당선된 이태성 세아홀딩스 사장 |
(서울=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투명하고 정직하게, 한국 탁구를 위해 봉사하겠습니다,"
6일 제26대 대한탁구협회 회장으로 당선된 이태성(46) 세아홀딩스 사장은 이렇게 말했다.
이 당선인은 2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 탁구와 전혀 관련이 없던 인물이다.
올 초 열린 부산 세계탁구선수권대회를 1년여 앞두고 세아그룹이 탁구협회 스폰서로 나서면서 처음 인연을 맺었다.
한국 탁구의 '키다리 아저씨' 역할에 만족하던 그는 유승민 전 회장이 대한체육회 회장 선거에 도전하고자 물러나면서 탁구협회 회장직에 도전하게 됐다.
유 회장 등 여러 탁구인의 출마 권유에도 이 회장은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회사에서도, 가족들 사이에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컸다.
체육단체를 향한 팬들의 시선이 어느 때보다도 곱지 않은 상황이다.
스폰서를 넘어 탁구 행정에도 나서서 '책임'까지 지는 것은 경영인으로서 큰 부담이었다.
그보다 더 탁구를 사랑하는 부인 채문선 애경그룹 대표의 권유에 이 당선인은 결국 도전하기로 마음먹었다.
당선 뒤 취재진과 만난 이 당선인은 '투명', '정직', '헌신'이라는 단어를 가장 많이 언급했다.
그는 "이제 '안'으로 들어왔으나, 여러 가지 (내부적으로) 의견이 다를 수 있고, 정무적인 판단도 있을 것이라 좀 부담이 되긴 한다"면서도 "우리가 탁구협회 메인 스폰서인 만큼, 굉장히 투명하게 운영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상장사'를 운영하듯이, 투명하게 탁구협회를 운영해 나가겠다는 이 당선인은 "어디에 돈이 쓰이고, 어디에 지원이 되는지, 투명하게, 정직하게 하겠다"고 말했다.
대한탁구협회 차기 회장으로 당선된 이태성 세아홀딩스 사장 |
이 당선인은 또 "난 언제든지 옷 벗을 준비를 하고 있겠다. 만약 내가 뭘 잘못한다면, 언제든지 자리에서 내려오겠다"면서 "공정하고, 정직한 방향으로 가다 보면 사람들이 진정성 있게 알아봐 줄 것"이라고 말했다.
탁구협회 회장직에 도전하게 된 이유를 묻는 말에는 오페라에 오랜 기간 지원한 선대 회장을 예로 들며 답했다.
이 당선인은 "비즈니스는 기브 앤드 테이크 관계다. 이익을 추구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마음이 불편할 때가 많이 있다"고 털어놓으면서 "(오페라 지원은) 아버님에게 일종의 '탈출구', '기쁨의 통로'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나에게는 탁구가 그런 것 같다. 어쩌다가 여기까지 왔는데, 이것 자체가 굉장히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힘줘 말했다.
이 당선인은 한국 탁구에 가장 필요한 것으로 '인프라 확충'과 '홍보'를 꼽았다.
인프라와 관련해서는 스타 선수를 지속해서 배출할 수 있도록 엘리트 육성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당선인은 탁구 최고 스타 신유빈(대한항공)을 모범 사례로 꼽으며 "어느 종목이나 마찬가지다. 스타가 대중적인 관심을 얻으면, 그 안에서 또 새로운 스타가 태어난다"고 말했다.
중국의 레전드 마룽을 탁구 선수 중 가장 좋아한다는 그는, 튼실한 엘리트 유소년 육성 시스템을 앞세워 중국에 이어 '2강'으로 떠오르는 일본 탁구를 예로 들며 "우리는 계속 저변이 좁아지는데, 그 안의 본질적인 문제가 뭔지를 확인해야 한다. 지도자 처우, 인프라, 인구, 탁구에 대한 관심 등이 있을 텐데, 본질적으로 뭔가를 바꿔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여기까지는 '아웃사이더'의 시각이다. 이제 '인사이더'가 됐으니 어떻게 (문제를) 볼지 연구를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탁구계에서는 이 당선인이 이번 선거에서 '압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상대 후보 이에리사 전 의원이 예상외로 크게 선전했다. 이 당선인이 92표, 이 전 의원이 56표를 얻었다.
이 당선인은 일단 '듣겠다'고 했다.
그는 "앞으로 몇 달간은 많이 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냥 듣는 게 아니고, 다른 후보를 찍은 '56표'는 왜 그랬는지, 날 찍은 '92표'는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들어보겠다. 또 누구도 소외되지 않도록 집행부를 잘 꾸려보겠다"고 말했다.
ah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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