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계절근로자들이 감자를 수확하고 있다. 2024.6.19/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
(서울=뉴스1) 이기범 기자 = 국가인권위원회가 '외국인 계절근로자'에 대한 인신매매 피해를 처음으로 인정했다. 농어촌의 인력 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운영 중인 외국인 계절근로제가 제대로 관리·감독되지 않으면서 브로커에 의한 착취 문제가 발생하고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인권위는 5일 전라남도 해남군에 계절근로자로 입국한 필리핀 국적 피해자들이 브로커에 의한 여권 압류, 임금 착취 등 인신매매 피해를 입은 것으로 판단하고 국무총리를 비롯한 법무부, 관련 지자체 등에 제도 개선 및 재발 방지를 권고했다.
인권위는 결정문을 통해 중개업자(브로커) A 씨가 "행정 절차에 소요되는 비용과 관리비 명목으로 과도하게 설정된 채무와 이자, 이탈 방지 목적의 여권 제출, 이탈방지 보증금 및 친인척의 연대보증, 이탈 시 민‧형사상 책임 고지 등의 방법으로 피해자들을 통제한 바, 피해자들은 노동 착취 목적의 인신매매 피해를 입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피해자들은 한국 체류기간 여권을 소지하지 못했고, 한국 통장 개설 당시 월 75만 원씩 A 씨에게 자동 이체되도록 설정돼 수수료 명목으로 임금을 착취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인권위 실태조사 결과 해남군은 A 씨를 통해 외국인 계절근로제 관련 주요 업무를 진행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해남군에서 임금착취 49건, 통장압수 7건, 근무처 변경 허가 위반 1건, 임금체불 1건, 폭행 1건이 보고됐다.
인권위는 외국인 계절근로자 제도 전반의 문제점을 확인하고 각 관계 기관에 개선을 권고했다. 특히 해당 제도가 법적 근거 없이 법무부 지침에 의해 운영되고 지자체 자율에 맡겨 관리·감독이 부실했다는 점을 짚었다.
국무총리에 대해선 정책 수립 및 제도 운영의 주무부처를 조정하고 근로자 기본권 보장을 위한 법적 근거 마련, 업무협약 체결 주체를 국가 또는 광역지자체 단위로 상향할 것을 권고했다.
법무부 장관에겐 피해자에 대한 불이익이 없도록 할 것과 계절근로자 노동권 보호를 위해 구체적인 지침을 마련할 것 등을 권고했다.
해남군수 및 광역지자체장에 대해선 인권 상황을 정기적으로 조사해 결과와 조치 사항을 공개하고, 제도 운영 과정에 중개업자의 개입을 배제하고 사업 직접 수행을 위한 인력 보강 등 방안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인권위는 "해남군 사례와 같이 중개업자가 각 지자체의 계절근로자 제도 운영에 깊이 관여하며 계절근로자들에 대한 인신매매 피해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상황을 엄중히 바라보며, 정부와 지자체, 관계기관들이 보다 긴밀히 협력해 이와 같은 인권침해가 재발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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