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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의 ‘징계’ 뚫고 탈원전 수사 박차…유력 대선후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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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2월1일 윤석열 검찰총장이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윤 총장은 앞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직무배제 명령으로 출근하지 못하다 서울행정법원의 직무배제 효력 정지 결정으로 직무에 복귀했다. 연합뉴스




2020년 10월19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에 대한 윤석열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을 박탈한 건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윤석열은 앞서 2020년 4·15 총선을 앞두고 터진 ‘검·언 유착’ 사건(한동훈이 채널에이 기자들과 공모해 유시민 등 여권 인사들의 비리를 캐내려 한 의혹, ‘채널에이 사건’이라고도 불린다)에 대한 감찰과 수사를 끈질기게 방해했다. 자신의 최측근인 한동훈을 보호하려는 목적이었다. 윤석열의 방해로 한동훈에 대한 감찰과 수사는 모두 흐지부지됐다. 추미애는 윤석열이 자기 부인과 장모에 대한 수사는 훨씬 더 끈질기게 방해할 것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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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총장, 한동훈 감찰 계획 보고했더니 ‘쇼하지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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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0월17일 윤석열 검찰총장이 국회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이원석 대검 기획조정부장의 도움을 받아 자료를 검토하고 있다. 한동훈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이 오른쪽에서 웃으며 지켜보고 있다.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윤석열의 ‘한동훈 지키기’는 집요했다. 당시 대검 감찰본부장이었던 한동수는 2022년 5월9일 윤석열 정권의 첫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된 한동훈의 인사청문회에 증인으로 나와 이를 증언했다. 그 내용은 놀라웠다. 한동수는 엠비시(MBC) 보도 직후인 2020년 4월2일 윤석열에게 한동훈에 대한 감찰 계획을 보고했다. 그런데 윤석열은 이 보고를 무시하고 대검 인권부에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감찰본부는 감찰 대상자에 대한 강제수사 권한이 있지만 인권부는 그렇지 않다. 인권부에 맡기면 조사가 흐지부지될 게 뻔했다. 이를 모를 리 없는 윤석열이 인권부를 고집하는 건 감찰을 안 하겠다는 것과 다름없었다. 한동수는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감찰본부에서도 조사를 병행하겠다”고 했다. 감찰본부장으로서 당연한 조처였다. 그러자 윤석열은 “쇼하지 말라”고 버럭 화를 냈다. 그는 끝까지 감찰을 막았다.



그 이유를 짐작할 만한 정황이 있다. 윤석열은 한동수가 감찰 계획을 보고한 당일에만 한동훈과 17차례나 통화했다. 전날(2020년 4월1일) 엠비시 보도 직후에도 12차례 통화했다. 한동훈은 당시 부산고검 차장으로 검찰총장을 보좌하는 대검 간부가 아니었다. 그런데도 다른 대검 참모보다 더 자주 통화한 것이다. 둘은 무슨 얘기를 주고받았을까. 심지어 윤석열은 채널에이 쪽에 ‘한동훈-채널에이 기자 대화’ 녹음파일이 있는지 직접 물어보기도 했다. 감찰과 수사에 쓰일 핵심 증거의 존재 여부를 확인하려는 것이었다. 이런 일은 한동훈의 변호인이 할 일이었다.



윤석열은 한동훈 수사에도 적극 개입했다. 그는 서울중앙지검의 수사 진행 상황을 체크하려고 무진 애를 썼다. 검찰청 공무원 행동강령은 ‘지속적인 친분 관계로 공정한 직무수행이 어렵다고 판단되면 직무를 회피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윤석열은 당연히 한동훈에 대한 감찰 및 수사 진행 상황을 보고받거나 지휘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윤석열은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2020년 4월28일 채널에이를 압수수색 하자 대검 참모에게 영장 사본을 받으라고 지시한다. 이를 보고 받은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영장을 통째로 복사하지 말고 내용을 요약해서 보내라고 한다. 그러자 윤석열은 이성윤에게 내선으로 전화를 걸어 폭언을 퍼부었다. 이성윤은 당시 상황을 이렇게 묘사했다. “윤 총장은 시정잡배의 쌍욕을 거침없이 쏟아내며 마구 소리를 질렀다. ‘눈깔’이라는 말이 바로 이 순간 그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나는 견딜 수 없는 모멸감을 느꼈다.”(‘그것은 쿠데타였다’ 163쪽)







추미애 “윤, 한동훈 감찰·수사 방해” 검찰총장 징계 청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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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월7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과 회동하려고 법무부 청사로 들어오고 있다. 과천/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윤석열은 2020년 6월 한동훈이 피의자로 특정되자 수사지휘권을 대검 부장회의(반부패·강력부장, 형사부장, 공판송무부장, 공공수사부장, 기조부장이 참석하는 회의)에 위임하고 손을 떼겠다고 했다. 수사에 일절 개입하지 않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서울중앙지검이 한동훈의 휴대전화를 압수하자 태도를 확 바꿨다. 그는 수사팀에 외부 인사로 구성된 전문수사자문단의 판단을 받으라고 지시했다. 수사팀은 강하게 반발했다. 한동훈에 대한 수사를 방해하려는 의도였기 때문이다. 추미애의 수사지휘권 발동은 이처럼 윤석열의 수사 방해로 한동훈에 대한 수사가 지지부진할 때 나온 것이다.



산업부 공무원들에 대한 대전지검의 수사는 이처럼 ‘추·윤 갈등’의 정점에서 진행됐다. 검찰총장에 대한 사상 초유의 징계 추진과 맞물리면서 탈원전 수사는 정국을 뒤흔드는 사건이 됐다. 야당(국민의힘)과 보수언론은 윤석열이 산업부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탈원전 수사를 밀어붙이자, 추미애가 이를 막기 위해 감찰과 징계를 추진했다고 몰아갔다. 추미애가 윤석열에 대한 징계 청구와 직무 배제를 명령한 2020년 11월24일이 바로 산업부 공무원들의 구속영장을 청구하려던 날이었다고 윤석열 사단은 주장했다.



그러나 추미애가 감찰을 지시한 날은 2020년 10월22일로, 대전지검의 산업부 압수수색(11월5일)보다 2주 앞선다. 더욱이 감찰을 위한 내사는 그보다 훨씬 전부터 시작됐다. 추미애는 앞서 ‘채널에이 사건’에서 윤석열의 감찰·수사 방해 행위가 징계 사유가 되는지 박은정 당시 법무부 감찰담당관에게 내사하도록 지시했다. 오히려 윤석열이 자신에 대한 감찰이 시작되자 탈원전 수사에 드라이브를 걸었던 것이다.







윤석열, ‘탈원전 수사’ 대전지검에 총장 특활비 쏟아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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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2월15일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위원회가 열리는 법무부 청사 앞에 추미애 장관을 비난하는 근조 화환이 놓여있다. 과천/백소아 기자




추미애의 조처는 법원에 의해 제동이 걸렸다. 서울중앙지법은 2020년 12월1일 윤석열이 낸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그의 직무 복귀를 허용했다. 윤석열은 곧바로 대검에 출근했다. 그는 대검 청사 앞에서 “대한민국 공직자로서 헌법 정신과 법치주의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마치 개선장군처럼 말했다. 그가 직무 복귀 후 가장 먼저 결재한 것이 바로 산업부 공무원들의 구속영장이었다. 법원의 직무 복귀 결정과 그에 대한 우호적인 여론의 기세를 몰아 탈원전 수사의 물꼬를 트겠다는 전략이었다. 이 전략은 적중했다. 이미 감사원 감사를 통해 증거가 다 확보됐을 뿐만 아니라, 중앙부처 공무원 신분인 이들이 도주할 우려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대전지법은 문신학과 김아무개 서기관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여론 재판’이라는 비판이 일었다.



윤석열은 탈원전 수사에 화력을 집중했다. 수사팀 인원 보강은 법무부의 검사 파견 제한으로 여의찮았다. 대신 윤석열은 ‘검찰총장 쌈짓돈’이라 불리는 특수활동비(특활비)를 대전지검에 쏟아부었다. 수사가 한창인 2020년 11월~12월 동안 대전지검은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3~4배나 많은 특활비를 썼다. 특이한 건 윤석열이 대전지검을 방문한 10월29일 이후 특활비 집행이 급증했다는 사실이다. 이날 하루 동안만 500만원의 특활비가 이두봉 대전지검장 명의로 집행됐다. 당시 윤석열은 “총장으로서 애로사항도 들어 보고, 등도 두드려 주려고 왔다”고 했는데, 등만 두드려 준 게 아니었던 것이다. 대전지검은 2020년 12월에는 4902만원의 특활비를 썼다. 월별 기준으로 대전지검 역사상 최고액이었다.



추미애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불리한 여론에도 불구하고 윤석열에 대한 징계를 강행했다. 징계 사유는 △주요 사건 재판부 판사에 대한 불법사찰 △채널에이 사건 수사 및 감찰 방해 등이었다. 2020년 12월15일 검찰 징계위원회는 윤석열에게 정직 2개월을 결정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법원은 윤석열의 손을 들어줬다. 그가 낸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징계의 효력을 정지시킨 것이다. 법원의 이 결정은 두고두고 뒷말을 낳았다. 나중에(2021년 10월14일) 본안소송에서는 윤석열에 대한 징계가 합당하다는 판결이 나왔기 때문이다. 오히려 ‘(윤석열에게) 면직 이상의 징계가 가능하다’며 정직 2개월의 징계는 너무 가볍다는 판결이었다. 비록 한동훈의 ‘패소할 결심’(1심 승소를 이끈 변호사 전원 교체, 그로 인한 부실 변론)으로 항소심에서는 ‘절차상 하자’를 들어 윤석열 승소 판결했으나, 그가 파면당할 만한 비위를 저질렀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었다.







검찰, ‘윤총장 징계’ 반발하더니 ‘김건희 무혐의’엔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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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4월10일 윤석열 검찰총장이 대검찰청에서 열린 전국 지검장 및 선거 담당 부장검사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자리로 향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검사들은 들고일어났다. 전국 검사장 20명 가운데 17명, 고검장은 6명 전원이 추미애를 규탄하는 입장문을 냈다. 평검사 가운데서도 부화뇌동하는 이들이 있었다. 이들은 문재인 정권이 청와대를 겨냥한 수사를 막기 위해 ‘우리 총장님’을 쫓아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4년 뒤 그 ‘총장님’이 대통령이 된 지금 검찰은 각종 비위 의혹이 제기된 대통령 부인을 감싸고돈다. 검사들은 쥐 죽은 듯 조용하다. 그때는 틀리고 지금은 맞다는 듯.



윤석열은 크리스마스인 2020년 12월25일 대검에 다시 출근했다. 전날 내려진 법원의 징계 효력 정지 결정은 그에게 생애 최고의 크리스마스 선물이 됐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그는 야권의 가장 유력한 대선 후보로 떠올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양강 구도를 형성했다. 반면, 무고한 산업부 공무원들은 그해 크리스마스를 대전구치소에서 보내야 했다. 이들에겐 생애 최악의 크리스마스였다. 탈원전 수사는 청와대를 향해 질주하기 시작했다.





다음 회로 이어집니다.









이춘재의 ‘검찰 수사의 재구성’은?



‘검찰’하면 떠오르는 말은 ‘법치주의’입니다. ‘법에 의한 지배’를 의미하는 법치주의는 민주주의를 떠받치는 기둥입니다. 검찰에 막강한 권한을 준 이유도 법치주의를 통해 민주주의를 지키는 데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 검찰은 오히려 민주주의를 위협합니다. 대통령 명예훼손 수사를 한답시고 정권에 비판적인 기자들을 탄압합니다.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의 핵심 정책(공약)에 사법적 잣대를 마구 휘두르기도 합니다. 검찰개혁을 추진했던 전 정권 인사들에 대한 보복 수사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반면,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 부부를 비롯한 제 식구는 철저하게 감쌉니다. 법치를 가장한 ‘가짜 법치주의’입니다. 이런 검찰 수사에는 책임을 물어야 하지 않을까요. 주권자인 국민의 시각에서 수상한 검찰 수사를 톺아보겠습니다.







논설위원 c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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