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10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낮췄다. 하지만 시중은행의 대출금리는 떨어지지 않고 있다. '대출금리를 통제해 부동산으로 유동성이 흐르는 걸 막겠다'는 정부의 입김이 작용한 결과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이는 단기적이고 '관치금융'이란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시장은 시장대로 흘러야 한다. 지금 서울의 주택시장의 방향은 어디로 잡히고 있는 걸까.
서울 아파트 9월 거래량은 4951건으로 감소세를 보였다.[사진 | 뉴시스] |
대출금리가 기준금리를 역행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10월 11일 기준금리를 3.50%에서 3.25%로 0.25%포인트 인하했지만, 대출금리는 내려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시중은행들은 금리를 되레 끌어올렸다. "기준금리를 내리고 대출금리는 조이겠다"는 정부의 '전략적 입김'이 영향을 미쳤다.
이유는 간단하다. 부동산 때문이다. 대출금리 하락으로 늘어난 유동성은 부동산으로 들어갈 공산이 크다. 정부가 '관치금융 아니냐'는 논란을 무릅쓰고 대출금리를 규제하는 이유다. 그렇다면 주택시장은 지금 어떻게 흘러가고 있을까. 지표를 하나씩 들여다보자.
■ 분석❶ 서울 집값 추이 = 정부에서 아파트 가격을 이야기할 때 자주 사용하는 지표는 한국부동산원의 아파트 매매가격지수와 민간기관인 KB부동산의 통계다. 지난 4월(0.04%) 이후 꾸준히 오르던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8월(1.27%)까지 상승폭이 커졌다. 9월 들어서야 상승폭이 0.79%로 줄었지만, 여전히 오르고 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한발 더 나아가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실거래가 통계'를 통해 "8월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이 전달 대비 4.5% 하락했다"는 분석도 내놨다. 이는 현장에서 거래하는 공인중개사들의 거래신고 내역으로 계산하는 통계인데, 어쨌거나 부동산이 진정세인 건 분명해 보인다.
■ 분석❷ 규제와 공급효과 = 그렇다면 대출금리 규제책이 효과를 낸 걸까. 그랬을 가능성이 높지만, 긍정적이진 않다. 부동산 시장을 억누르기 위해 대출금리를 규제하는 건 어디까지나 '관치금융'이어서다.
그래서 중요한 건 '공급효과'를 따져보는 것이다. 박상우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8·8 부동산 대책 이후 서울 등 수도권 집값 상승세가 멈칫하고 있다. 서울에서는 신규 공급을 늘리는 게 굉장히 중요하고 신규 공급 활성화를 위한 재건축·재개발 관련 법안도 제출돼 있다(10월 7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
하지만 재건축·재개발을 통한 주택 공급은 수년이 필요하다. 인허가 절차를 줄인다고 하더라도 물리적으로 시공하는 기간이 필요하다. 그런데도 서울 아파트값의 상승폭이 줄었다는 건 다른 요인이 있다는 거다.
■ 분석❸ 내집 마련 가능성 = 관건은 8월 이후 서울 아파트 매물이 쌓인 만큼 내집 마련이 쉬워졌느냐다. 무주택자가 집을 사들였다면 '내집 마련'의 길이 넓어진 게 맞다. 하지만 8월에서 9월까지 서울에서 내집 마련에 성공한 사람은 줄었다.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8월 생애 최초로 집합 건물을 매수한 사람은 전체(1만4243명) 중 35.3%인 5037명이었는데, 9월엔 그 비중이 33.9%(전체 1만4904명 중 5063명)으로 1.4 %포인트 줄었다.
서울이 아닌 경기도도 비슷했다. 경기도 아파트 매물 수는 8월 14만1069호에서 10월 16만2728호로 15.3% 늘었다. 하지만 생애 최초 매수자는 같은 기간 1만1584명(비중 42.7%)에서 1만647명(39.9%)으로 되레 줄어들었다. 집값이 주춤하기 시작하자 오히려 생애 최초로 주택을 매수하는 사람 비중이 적어졌다는 거다.
[자료 | 서울부동산정보광장] |
■분석❹ 미래 전망 = 그렇다면 부동산 시장은 어디로 향할까. 현재로선 서울 집값이 더 진정될 여지가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 7월 서울 아파트 거래는 8991건에 달했다. 4월 거래량이 4624건이었다는 걸 감안하면 2배 가깝게 늘어났다.
9월 거래량은 4951건으로 전월 대비 더 줄어들었다. 추세를 봤을 땐 서울 아파트 시장이 가라앉을 수 있다는 거다. 관건은 시중은행이 대출금리를 기준금리에 맞춰 내렸을 때다. 바로 그때 부동산이 어떻게 움직이느냐가 중요한 포인트다.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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