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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 꺼져라" 진흙 테러 당한 국왕…스페인 홍수 현장 발칵

중앙일보 배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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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현지시간) 스페인의 펠리페 6세 국왕(왼쪽)이 홍수 피해를 입은 스페인 발렌시아주(州) 파이포르타를 방문한 가운데 분노한 시민들이 그를 야유하자 한 시민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AFP=연합뉴스

3일(현지시간) 스페인의 펠리페 6세 국왕(왼쪽)이 홍수 피해를 입은 스페인 발렌시아주(州) 파이포르타를 방문한 가운데 분노한 시민들이 그를 야유하자 한 시민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AFP=연합뉴스


최악의 홍수 참사가 발생한 스페인에서 피해 지역을 찾은 스페인 국왕 부부가 욕설과 함께 진흙을 맞는 봉변을 당했다. 사망자 수는 217명으로 늘어난 가운데, 여전히 수십 명이 소재 파악이 되지 않은 상황이다.

3일(현지시간) 로이터, AFP, EFE 통신 등에 따르면 펠리페 6세는 이번 수해로 최소 62명 사망자가 나온 발렌시아주 파이포르타를 레티시아 왕비, 페드로 산체스 총리, 카를로스 마손 발렌시아 주지사와 함께 방문했다.

성난 주민들은 피해 지역을 걷는 펠리페 6세와 산체스 총리 일행을 에워싸고 진흙과 오물을 집어 던졌으며, “살인자들”, “수치”, “꺼지라”고 욕설했다. 한 온라인 영상에서는 한 청년이 국왕을 향해 국가의 이번 수해 대응이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외쳤다.

경호원들이 급히 우산을 씌우며 보호했으나 펠리페 6세와 레티시아 왕비는 얼굴과 옷에 진흙을 맞는 수모를 피할 순 없었다.

펠리페 6세는 다른 일행보다 더 오래 머물며 주민들을 위로하려 시도하는 모습이었지만 시간을 단축해 서둘러 방문을 종료했다고 AFP 등은 전했다. 파리포르타에 이어 찾으려했던 다른 수해 지역 방문도 취소됐다.

주민들이 국왕과 정부에 이처럼 분노한 것은 이번 수해가 당국의 안이한 대응 탓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스페인에서는 지난달 29일 쏟아진 기습 폭우로 최소 217명이 사망한 것으로 3일 집계됐다. 수십 명의 소재가 아직 파악되지 않아 희생자 규모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뒤늦은 대응이 참사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스페인 기상청이 폭우 ‘적색경보’를 발령한 때부터 지역 주민에게 긴급 재난 안전문자가 발송되기까지 10시간 넘게 걸리는 등 당국의 미흡한 대응이 인명피해를 키웠다고 보도했다. 이 문자도 “어떠한 종류의 이동도 피하라”는 정도의 간단한 내용만 담겼다.

부실한 정부 대처와 달리, 자원봉사자 수천 명은 한달음에 수해지역으로 달려와 힘을 보태고 있지만 여전히 접근조차 쉽지 않은 곳이 많아 실종자 수색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레티시아 스페인 왕비가 3일(현지시간) 스페인 발렌시아주(州) 파이포르타의 수해 지역을 방문해 수재민들을 위로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레티시아 스페인 왕비가 3일(현지시간) 스페인 발렌시아주(州) 파이포르타의 수해 지역을 방문해 수재민들을 위로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산체스 총리는 2일 기자회견에서 군인과 경찰 1만명을 피해 지역에 추가로 파견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따라 군인 7500명과 경찰 9000여 명이 생존자 수색과 시신 수습 등에 나서게 된다.

산체스 총리는 “우리의 대응이 충분하지 못했다는 반응을 알고 있다. 심각한 문제와 (자원) 부족이 있고, 절실하게 친지를 찾거나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는 마을이 있다는 사실도 안다”고 말했다.

그는 추후 재해 대응 관련 “과실을 살펴보고 책임 소재를 파악하게 될 것”이라면서도 “지금은 우리의 차이를 잊고 이념과 지역적 문제를 뒤로하고 대응에 단합할 때”라고 호소했다.


피해 지역은 중앙 정부에 실종자 수색과 구호·복구 작업 지원을 호소하고 있다.

마리벨 알발라트 파이포르타 시장은 유로파 프레스에 도시 내 여러 지역에 여전히 접근할 수조차 없다며 “차 안에 시신이 있어 이를 수습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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