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투자액 환산 H100 4000개 확보 추정
메타·MS 등 이미 15만개 확보…메타 올해만 35만개 계획
네카오 AI 전략 선회…소버린 AI·응용서비스 출시 '방점'
네이버·카카오 등 한국을 대표하는 AI 대기업이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과의 기술 경쟁에서 사실상 완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생성형 AI 성능을 고도화하는 그래픽처리장치(GPU) 확보 역량이 글로벌 기업과 비교해 현저히 낮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네이버·카카오는 최근 자본·인프라 측면에서 글로벌 직접 경쟁은 어렵다고 판단하고 전략을 선회하는 모양새다.
3일 정보통신(IT)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올해 GPU 구입에 25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인데, 이를 토대로 추산하면 엔비디아의 최신 GPU 'H100'을 최대 4000장(한장 당 6000만원 기준) 구입할 수 있다. 카카오는 GPU 구매 비용을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네이버에 비해 그 액수는 크게 낮은 것으로 전해진다.
주요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GPU 구매 계획을 살펴보면, 오픈AI·구글과 경쟁하고 있는 메타는 올해에만 H100을 35만개 구입할 예정이다. 이는 최저가로 구매해도 90억 달러(약 12조원)에 달하는 돈이다. 이미 15만개의 H100을 확보한 상태다. 마이크로소프트(MS) 역시 15만개의 H100을 구입했으며 메타와 함께 올해 최대 엔비디아 H100의 구매자로 전망된다.
엔비디아의 H100은 현재 시장에서 가장 강력한 GPU로 평가되며, 이전 세대인 A100보다 거대언어모델(LLM) 훈련 속도가 4배, 추론 속도가 30배 빠르다. H100을 얼마나 보유했느냐가 AI기업의 경쟁력을 나타내는 지표로 쓰이기도 한다. 메타·구글·MS 등 주요 AI 기업들이 H100을 대량 구매하고 있는 만큼 사실상 산업 표준이 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의견이다.
반면 네이버·카카오는 각각 LLM '하이퍼클로버X'와 '코GPT'를 자체 개발해왔으나 GPU 확보 역량이 크게 뒤처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양사가 보유한 H100으로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에 역부족이란 평가다.
글로벌 수준의 LLM 훈련에는 대략 6000개에서 2만5000개 사이의 H100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된다. 메타의 최신 LLM인 '라마3 70B' 모델 훈련에 2만4576개의 H100이 사용됐으며, 오픈AI가 4년 전 출시한 'GPT-3 175B'와 유사한 규모의 모델을 훈련시키려면 약 6000개의 H100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네이버·카카오는 막대한 자본을 갖춘 미국 빅테크 기업과 AI 기술 경쟁에서 투자 비용에서부터 밀리는 형국이다. 구글·메타 등은 AI 연구개발(R&D)에 한 해에 수십조원을 투자하지만, 네카오는 수천억원에 그치기 때문이다. 네이버·카카오의 올해 상반기 R&D 투자 비용은 각각 8988억원, 6500억원이었다.
업계는 국내 대기업들이 글로벌 AI기업과의 경쟁에서 밀리는 원인을 민간투자와 정부정책에서 찾는다. 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 기업 센서타워(Sensor Tower)에 따르면, '챗GPT'의 누적 수익은 지난 8월 기준 2억7000만 달러를 돌파했다. 후발주자인 생성형AI 스타트업 퍼플렉시티(perplexity)도 올해 상반기 기준 월간 이용자가 1000만명을 넘어서면서 글로벌 투자사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 반면 국내의 경우 자체 생성형AI 서비스에 대한 수익성 의문이 제기되면서 투자자는 물론 기업 스스로도 소극적인 정책을 취하는 상황이다.
정부의 AI정책도 국내 대기업의 생성형AI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원인으로 꼽힌다. 미국의 경우 최근 10년간 300조원에 달하는 예산이 투입됐으며, 중국도 약 80조원을 AI개발에 투자했다. 반면 한국은 10년간 4조원 수준이 투입됐으며, 내년 예산도 1조원에 못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결국 머니게임에서 뒤처진 국내 기업들은 다른 기업이나 국가와 협력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선회하고 있다. 네이버는 '소버린 AI' 전략을 통해 국가별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자체 LLM을 확보하려는 중동과 동남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기술 역량을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카카오는 자체 LLM 개발 대신, 응용 AI 서비스 출시에 집중할 방침이다. 지난 2021년 출시한 LLM인 '코GPT' 개발에 어려움을 겪었으며, 현재 코GPT 2.0 역시 공개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다.
한 AI업계 관계자는 "AI 산업에서는 돈이 경쟁력"이라며 "지난 수십년간 미국은 정부와 대기업을 중심으로 꾸준히 투자해 왔으며 지금에 와서 구글 전현직이 노벨상을 수상하는 단계까지 이르렀다. 반면 한국 기업은 당장의 수익성이 나지 않는 AI산업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기를 꺼리고 있으며, 정부 정책 역시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경전 경희대 경영학 교수는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바X의 성능과 가격 경쟁력이 낮은 상황에서, 소버린AI는 네이버의 영업 전략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면서 "네이버가 하루 빨리 성능과 가격 경쟁력을 올릴 필요가 있고, (현재) 한국은 기존 기업이 아닌 스타트업에도 기대를 걸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아주경제=김성현·박진영 기자 sunlight@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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