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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정부는 해리스 선호, 대중은 트럼프 좋아하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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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 전쟁 중인 中이 보는 美 대선
조선일보

그래픽=송윤혜


“신문을 펼치면 해리스 지지 목소리가 들리는데 소셜미디어를 보면 트럼프 팬이 가득하다.”

이달 초 베이징에서 만난 중국 학자·언론인들은 미국 대선을 둘러싼 중국 엘리트와 대중의 입장이 눈에 띄게 다르다면서 입을 모아 이렇게 말했다. 정부를 대변하는 주류 매체나 학자들은 중국에 보다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선호하고, 대중은 거침없는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좋아하는 현상이 뚜렷하다는 것이다.

해리스는 여러 차례 TV 토론과 언론 인터뷰에서 무역 전쟁을 자제하겠다고 밝히는 등 중국 지도부에 ‘대화가 통하는 상대’란 인상을 주고 있다. 러닝메이트인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가 10년 연속 중국을 방문했던 지중파(知中派)란 점도 호감 요인이다. 반면 트럼프 캠프는 대선 기간 중국의 최고 미국통(通)인 추이톈카이 전 주미 대사조차 만나주지 않을 정도로 냉대했고, 중국에 대한 적개심도 숨기지 않고 있다.

조선일보

그래픽=백형선


중국 언론의 보도에도 해리스에 대한 호감이 뚜렷하다. 관영 신화통신에서 지난 9~10월 제목에 ‘해리스’가 들어간 기사를 보면 ‘첫 대선 토론에서 해리스는 개문홍(开门红·시작과 동시에 승리)을 거뒀는가’ 등 긍정적 내용이 많다. 트럼프는 암살 시도 등을 다룬 사건 기사가 대다수다. 의견 개진이 비교적 자유로운 온라인 매체들은 더 노골적이다. 유명 경제 작가 우샤오보가 운영하는 온라인 매체는 지난 9월 ‘해리스에게 더욱 큰 호기심이 생겼다’는 평론에서 “해리스가 트럼프와의 TV 토론에서 (중국과의) 무역 전쟁이 미국 역사상 가장 큰 무역 적자를 가져왔다고 주장해 트럼프로 하여금 쥐꼬리만 한 재간조차 바닥나게 했다”고 했다.

소셜미디어에서는 트럼프 당선을 예측하거나 기대하는 목소리가 주를 이룬다. 트럼프는 온라인에서 둥왕(뭐든 아는 체하는 사람), 촨건국 동지(트럼프의 무역 전쟁으로 중국이 오히려 국력을 키웠다는 의미) 같은 밈(우스개)으로 친숙하다. 여기에 유세 기간 총기 습격을 겪는 ‘드라마’까지 더해져 팬덤이 커졌다. 최근에는 트럼프 당선 가능성을 점친 미국발 소식을 적극적으로 인용하면서 즐기는 분위기도 나타나고 있다.

중국 입장에서 해리스는 트럼프는 물론 같은 민주당의 조 바이든 대통령보다도 온건한 상대다. 이코노미스트·파이낸셜타임스 등에 따르면, 해리스는 미·중 관계에서 ‘상사(바이든)보다 덜 강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만 문제에서도 바이든보다 훨씬 누그러진 입장을 보인다. 바이든은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면 미국이 방어하겠다고 임기 동안 4번이나 말했다. 반면 해리스는 최근 인터뷰에서 이에 대한 질문을 받았을 때 “만약의 상황에 대해 굳이 답하지 않겠다”고 했다. 미국의 양안(중국과 대만) 충돌 개입 여부를 명확히 밝히지 않는 바이든 이전의 ‘전략적 모호성’으로 회귀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인터뷰에서 해리스는 미국의 최대 적대국이 어디냐는 질문에는 이란을 지목했다. 트럼프를 포함해 워싱턴 정치인 상당수가 중국을 적대시하는 와중에 이란을 거론한 것이다. 중국과의 경쟁에 대해서도 “경쟁에서 이길 수 있어야 하지만 갈등을 추구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이에 중국 정부는 트럼프 당선 가능성에 더 적극적으로 대비하고 있다. 미국 대선은 정부의 경기 부양책을 승인할 것으로 알려진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 폐막 전인 5일 열리는데, 중국산 제품에 대해 60%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상무위가 승인하는 부양책 규모가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올 정도다. 노무라는 트럼프 당선 시 부양책 규모가 10∼20%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해리스가 큰 틀에서 바이든의 대(對)중국 기조에서 벗어날 가능성은 극히 작다. 해리스는 당장 경제 정책에서는 첨단 제품의 중국 수출 제한 등을 공개 거론하고 있다. 지중파 부통령 후보 팀 월즈 역시 2017년 홍콩인권법을 발의하고 2016년엔 중국이 기피하는 달라이 라마를 만나는 등 중국에 강경한 태도를 때때로 보여 왔다.

이 때문에 “누가 대통령이 돼도 중·미 관계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중국 내부에서 나온다. 우크라이나와 중동에서 ‘두 개의 전쟁’이 벌어지는 가운데 중국이 러시아, 이란, 북한과 긴밀히 협력할 수 있다는 점이 분명해질 경우 해리스가 중국과의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일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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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이벌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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