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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중 韓대사관도 몰랐던 ‘한국인 무비자’… 관계 개선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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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면제 ‘깜짝 발표’ 왜?
유럽 8개국과 함께 전격 허용
8일부터 시행 … 美·日은 빠져
사실상 한국에 편의 제공 목적
美대선 前 우호관계 구축 포석
러에 바짝 붙은 北엔 경고 의미
동북아 정세 새롭게 정립 노려
업계, 中 여행 활성화 기대 고조
韓 정부는 별도 입장 표명 없어
중국 정부가 한국인에 대한 15일 비자 면제 결정을 발표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미국 대선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 이 같은 ‘깜짝 발표’를 한 것은 한국 정부에 손을 내미는 동시에 미국, 북한에도 외교적 메시지를 던진다는 해석이 나온다.

세계일보

뉴시스


3일 중국 외교부 등에 따르면 외교부는 지난 1일 한국·슬로바키아·노르웨이·핀란드·덴마크·아이슬란드·안도라·모나코·리히텐슈타인 9개국의 일반 여권 소지자를 대상으로 8일부터 내년 12월31일까지 ‘일방적 무비자 정책’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일반 여권 소지자의 비즈니스 목적 방문, 여행·관광, 친지·친구 방문, 환승 목적 15일 이내 중국 방문 등이 비자면제 대상이다. 린젠(林劍)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인과 외국인 간의 교류를 더욱 촉진하기 위해 중국은 비자 면제 국가의 범위를 확대한다”고 설명했다.

중국이 한국을 무비자 대상에 포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과거 한·중 관계가 좋았던 때에도 무비자 정책을 시행한 적은 없다. 특히 한국은 함께 이번 일방적 비자 면제국으로 묶인 슬로바키아, 노르웨이 등 유럽 8개국과 공통점도 없다. 또 이들 나라는 중국과 정치외교나 경제적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비자 면제 정책은 한국에 대한 편의 제공에 집중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8월 한국과 함께 중국인 단체관광 허용 대상에 포함됐던 미국과 일본은 이번 무비자 정책 대상에 들어가지 않았다.

이번 중국의 무비자 정책 발표는 말 그대로 ‘일방적’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주중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중국 측으로부터 사전에 관련 내용을 전달받지 못했다”며 “지난주 중국 당국 관계자를 만났을 때도 비자 면제와 관련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었다”고 말했다.

세계일보

중국의 비자 면제 조치는 미국 대선 전에 한국과 우호적 관계를 구축하려는 중국의 외교적 메시지로 풀이된다. 미국 대선에서 누가 당선되든 대(對)중국 압박 정책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상황에서 한국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동북아 정세를 새로 정립하고,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게 한다는 분석이다.

이런 움직임은 최근 러시아와 밀착하며 중국의 신경을 거스르고 있는 북한에도 메시지를 던져줄 수 있다. 이번 한국인 입국 시 무비자 결정은 대외적으로는 북한을 향한 중국의 경고 성격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북한식 줄타기 외교는 북한이 중국, 러시아와 수교를 맺은 이래 북한의 생존전략이었다. 최근 북·러가 밀착하는 국면에서 북·중관계는 냉각기를 맞고 있다. 중국의 북한을 향한 불편한 심기는 한국에 우호적 조치를 하는 것으로 표출될 수 있다.

한국에서 우크라이나에 우호적 발언이나 조치가 거론될 때마다 러시아가 친북 메시지를 통해 경고하려 해온 것과 유사하다.

세계일보

하지만 과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 등을 돌이켜보면 이런 정책 역시 한·중 관계에 따라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달 페루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이펙) 정상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양자회담이 이뤄질지도 주목된다.

국내 여행업계에서는 중국 여행 활성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업계는 특히 이번 조치로 중국 여행에 무관심하던 20∼40세대의 중국 여행이 많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다. 그동안 중국은 50∼70대의 중장년층이 비자 발급 대행 서비스가 가능한 패키지여행을 떠나는 상품이 많았다.

외교부는 중국 무비자 결정이 발표되고 하루가 지난 3일에도 관련 보도자료를 내지 않았다. 상대국에서 비자 관련 편의 결정이 내려지면 적극적으로 안내하던 관례와 대비된다. 외교부는 2015년 미국 비자면제프로그램 가입국 지위 연장, 2014년 인도 여행비자 도착 시 발급 제도, 2014년 몰도바 무비자 시행 시 보도자료를 게재했다.

베이징=이우중 특파원, 김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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