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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 중국이 한국 국민들을 대상으로 일시적 비자 면제를 처음으로 허용한 것은 한중관계를 우호적으로 가져가며 멀어지는 북한을 견제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그 속내에는 미국 대선 결과에 대한 계산도 깔려 있다는 분석이 3일 제기된다.
중국 외교부는 지난 1일 오는 8일부터 내년 12월 31일까지 한국인 등에 대해 무비자 정책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으로 한국은 중국이 비자 면제 정책을 시행하는 29개 국가에 포함됐다.
그간 중국 비자를 받는 것은 비용과 절차 면에서 모두 까다로운 편에 속했다. 최근엔 반간첩법 시행 등 중국의 안보 관련 행보가 강해지면서 비자를 받는 것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관측마저 나온 상황이었다.
한국이 중국의 무비자 대상국에 포함된 것은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최초다. 한중 양국은 비자 면제와 관련된 논의를 간헐적으로 진행해 왔지만, 최근까지 협상 테이블에서 중국의 '전향적 조치'가 나올 것이라는 기류는 크게 감지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전격적인 조치를 취했다는 뜻이다.
우선 올해 한중이 관계 개선 흐름을 '중간 강도' 수준에서, 그러나 꾸준히 이어왔다는 점에서 한중관계 개선 추동력을 높이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한중은 내년 초 한중일 정상회의에 이어 11월 한국에서 개최되는 APEC 회의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을 통한 양자 정상회담을 추진한다는데 공감대를 형성한 바 있다.
한국을 '당기는' 중국의 계산법 변화의 기저에는 북한이 있다. 북한은 작년부터 부쩍 러시아와 밀착을 강화하면서 중국과는 사이가 멀어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러시아와의 군사적 밀착이 일정 수준 이상을 넘으면서 중국의 통제 범위를 벗어난 듯한 양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 집권 이후엔 중국이 북한의 가장 가까운 혈맹이었지만, 동시에 북한에 대한 일정한 통제력을 계속 유지· 발휘해 온 '선생님'의 역할에 가깝기도 했다. 최근의 북한은 선생님보다는 친구, 혹은 형 같은 러시아와 부쩍 가까이 지내고 있다.
그러나 중국에 대한 정치·경제적 의존을 포기할 순 없는 것이 북한의 입장인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중국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북한의 관광지 개발 등에 대한 투자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지는 등 여전히 북한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최근 북한이 러시아에 군대를 파견하며 우크라이나 전쟁에 개입하려는 '초강수'를 두자 중국도 추가적인 메시지가 필요했다는 판단을 내렸을 수도 있다. 중국이 한국에 대한 비자 면제 조치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도발 직후 발표한 것은 중국의 속내를 보여 주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중국은 여기에 미국 대선 이후를 준비하기 위해 한국과의 관계를 좁히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재임 시절 중국과 대립했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할 경우 한국을 지럿대 삼아 2기 트럼프 행정부의 한반도 영향력을 감소시키겠다는 계산일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이 정권을 이어받더라도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결집된 한미일 3각 밀착을 느슨하게 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수립됐을 것으로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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