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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학자 30명 중 17명 “윤 대통령 잘한 분야 없다”…가장 못한 건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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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오바디스 윤석열 정부]①
정치학자 30명의 평가와 제언
경향신문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9월 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민통합위원회 성과보고회 및 3기 출범식에서 마이크를 수정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경향신문 의뢰로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전반부를 평가한 30명의 정치학자 중 절반 이상인 17명은 윤 대통령이 잘한 분야를 꼽을 수 없다고 했다. 4대 개혁(교육·노동·연금·의료) 시도에는 점수를 주는 학자도 있었지만 골든타임을 놓친 데 대한 비판도 함께였다. 정치 분야에 대한 평가가 가장 좋지 않았고, 외교·안보 분야는 한·미·일 협력에 대한 긍정 평가와 균형외교를 무너뜨린 데 대한 비판이 엇갈렸다.

서복경 더가능연구소 대표는 노태우 전 대통령의 북방외교, 김영삼 전 대통령의 금융실명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방분권 등을 언급하며 “역대 정부가 그래도 잘한 것들이 하나씩은 있는데, 윤석열 정부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차재권 부경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방시대위원회를 출범하길래 균형발전을 기대했는데 입에 발린 말뿐이었다”며 “아무리 못해도 한두개 정도는 공을 내세울 게 있는데 윤석열 정부는 전혀 없다”고 했다.

4대 개혁이 성과로 이어지지 못한 데 대한 지적도 나왔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의료개혁 같이 해결해야 할 문제를 수면 위로 올려놓긴 했지만 실질적으로 추진할 소통, 설득의 과정은 부족했다”고 평가했다. 하상응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교육개혁은 수능 킬러문항 없앤 것 밖에 없고, 노동개혁은 화물운송 노동자 때려잡은 것만 기억난다”며 “연금개혁안은 2년이나 돼서 내놨는데 진행이 안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의사 카르텔을 깨려면 팔짱 끼고 있지 말고 야당에 도와달라고 하든지 의사를 만나든지 정치 생명을 건다는 인상을 줘야 하는데 전혀 없었다”고 지적했다.

절반 가량의 학자들이 정치 분야를 가장 못한 분야로 꼽았다. 특히 여론을 무시하는 대통령의 태도를 비판했다. 이왕휘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지율 1%가 돼도 할 건 하겠다’는 대통령 발언을 언급하며 “여론을 존중하지 않는 권위주의적 태도”라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돌 맞고 가겠다’는 최근 윤 대통령 발언을 비판하며 “국민이 잡았던 돌을 내려놓게 하는 것이 정치 리더십”이라고 했다. 임미리 독립연구자는 “부정선거로 국민 지지를 왜곡한 지도자는 있었어도 지지율 자체를 무시한 대통령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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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소야대 상황에서 대통령이 국회와 소통하지 않는 문제도 제기됐다. 강우진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여야가 합의해서 처리한 법안이 기억나는 것이 없다”며 “완전한 정치의 실종이다. 정말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형철 성공회대 민주주의연구소 교수는 “야당을 경쟁자가 아니라 사라져야 할 악의 세력으로 인식해 극단적인 대립의 정치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정진민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는 “원하지 않는 법안이 있으면 의회를 설득하려 노력해야지, 그냥 방관하고 있다가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하는 건 국정을 팽개친 것”이라며 “이렇게 하라고 대통령에게 거부권을 준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외교 분야에 대해선 학자들 간 평가가 엇갈렸다. 한·미관계, 한·일관계 복원을 들어 그래도 잘한 분야로 꼽는 학자들도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A 교수는 “한·미 협력을 심화하고, 한·일 갈등의 국력 낭비를 극복한 점은 주목할만하다. 글로벌 중추국가란 비전 제시도 의미있다”고 말했다.

반면 외교를 가장 큰 문제로 지적하는 의견도 있었다. B 교수는 “기존 미국 패권 질서가 붕괴되는 상황에서 출범했는데 새로운 고민 없이 과거 해법을 들고나와 많은 비용을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C 교수는 “다른 분야는 정권이 바뀌면 회복이 가능한데, 외교안보는 쉽지 않다”며 “균형외교를 포기한 것은 중장기적으로 위기를 초래하고 한반도 안보도 위험하게 할 것”이라고 했다. 제성훈 한국외대 노어과 교수는 “한·미·일 협력에 대한 과신으로 한반도 주변의 다른 강대국 간 갈등에 자진해서 적극 개입하고 남북 대결구도까지 심화했다”고 지적했다.

경제·민생을 윤 대통령이 가장 못한 분야로 꼽은 학자들도 있었다. 유성진 이화여대 스크랜튼학부 교수는 “코로나 이후 여러 국가들이 경제회복으로 돌아서는데 우리나라만 해법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고 있다”며 “특히 고물가, 고금리의 해법을 제시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배병인 국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부자 감세를 하며 서민들의 삶이 어려워졌고 나라 재정이 위태로워졌다”며 “국가가 국민을 위해 역할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 대단히 위험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 윤 대통령 전반기, 10점 만점에 2.2점 ‘처참한 성적표’
https://www.khan.co.kr/politics/assembly/article/202411031507001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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