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리비아 경찰이 1일(현지시각) 파로타니에서 길을 막고 선 에보 모랄레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을 향해 최루탄을 쏘고 있다. AP 연합뉴스 |
한때 동지였던 볼리비아 전·현직 대통령의 갈등이 점입가경이다.
볼리비아 정부는 2일(현지시각) 에보 모랄레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군부대를 습격해 장병 200명을 인질로 붙잡았다고 밝혔다고 에이피(AP) 통신이 보도했다. 외교부는 이날 성명을 내어 이번 사건에 연루된 사람들이 “비정규적인 그룹”의 일원이라며 이들이 무기와 탄약을 훔쳐갔다고 밝혔다. 외교부 성명은 이들 그룹의 실체나 장병들이 얼마나 인질로 잡혀있는지에 대해선 분명히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전날 루이스 아르세 대통령은 이들 군부대를 공격한 이들이 모랄레스 전 대통령의 지지자라고 밝혔다. 그는 이들이 중부 볼리비아 지역의 군영 3곳을 점령했다며 이는 “원주민 농민 운동의 합법적인 사회적 요구와 먼 절대적으로 부끄러운 범죄 행위”라고 말했다.
2006년 첫 원주민 출신 대통령이 된 모랄레스 전 대통령과 아르세 현 대통령은 한때 정치적 동지였다. 모랄레스 전 대통령은 2019년 4선 연임에 나섰다가 민심의 역풍으로 사임한 뒤 멕시코에 망명했다. 그런 그가 다시 귀국할 수 있었던 건 2020년 대선에서 그의 후계자였던 아르세 현 대통령이 승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은 이후 집권 여당인 사회주의운동(MAS)의 주도권을 놓고 갈등을 빚었다. 특히 내년 8월 대선이 다가오면서 사회주의운동의 공천을 둘러싼 두 전·현직 대통령의 다툼은 더욱 격화하고 있다.
지난달엔 볼리비아 검찰이 모랄레스 전 대통령을 집권 시절 어린 소녀를 성폭행한 혐의로 입건하면서 갈등이 증폭됐다. 검찰은 모랄레스 전 대통령이 2016년 15살 어린 소녀와 관계를 맺어 아이를 낳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볼리비아에서 미성년자와 성관계는 불법이다. 모랄레스 전 대통령은 “사실이 아니다”며 정치적 음모라고 반발했다.
모랄레스 전 대통령은 검찰의 수사가 시작되자 중부 지방 챠바레에 칩거했다. 그러자 지지자들이 그의 체포를 막겠다며 몰려들었으며, 일부는 모랄레스 전 대통령의 입건을 종결 처리하지 않으면 경찰서와 군부대를 습격해 접수하겠다고 위협했다.
며칠 전엔 모랄레스 전 대통령이 지역 방송국에 인터뷰를 위해 가던 도중 괴한의 습격을 받았다고 주장해 논란을 빚었다. 이에 대해 정부는 “모랄레스 전 대통령 차량이 마약 단속 검문소의 정차 요구를 거부하고 달아났다”며 “총을 먼저 쏜 것은 모랄레스 전 대통령 쪽”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
지난주 경찰과 모랄레스 지지자의 대립으로 경찰 30명이 다치고 50명이 체포됐다.
외교부는 이날 성명에서 정부는 “나라의 모든 사회 분야”와 대화의 문을 열어놓고 있다면서도 “볼리비아 사람들이 전직 대통령의 개인 이익만 좇는 사람들의 억지에 희생된다면 그런 절차는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고 경고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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