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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국감 ‘공천개입 의혹’ 난타전
윤석열 대통령과 정치브로커 명태균씨와의 통화를 공개한 다음 날인 1일 더불어민주당이 이를 “정치적 비상사태”로 규정했다. 2일엔 서울역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연다. 윤 대통령의 임기를 단축하고 조기 대선을 치르자는 주장도 나왔다. 사실상 탄핵에 대한 심리적 벽을 우회하려는 행보다.
이런 가운데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19%로 나왔다(한국갤럽). 임기 반환점 기준으론 김영삼 전 대통령 이래 최저다. 대통령실에선 “송구하다”면서도 대응책을 내놓지 못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장고에 들어갔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선거 과정, 선거가 끝난 후 이렇게 불법이 횡행하고 아예 대놓고 불법을 저지르는 정권을 처음 봤다”며 “국민은 물과 같아서 정권을 띄우기도 하지만 언제든지 뒤집어엎을 수 있다”고 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도 “불법으로 거짓말을 덮을 수도 없고, 정권을 유지할 수 없다”며 “당사자인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해명하고 합당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전날 윤 대통령과 명씨의 2022년 5월 9일 통화를 공개했다. 윤 대통령이 “그거(공천)는 김영선이를 좀 해줘라 그랬는데, 당에서 말이 많네”라고 한 내용이다.
민주당 지도부 자체는 ‘탄핵’을 입에 올리진 않았다. 의도는 뚜렷했다. 일종의 ‘더블스피크’(doublespeak·앞뒤 다른 말)다. 실제 지도부의 한 의원은 “최고위에서 당 지도부는 (녹취록 내용 등이) 탄핵 요건을 확실히 갖췄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면서도 “다만 실질적 탄핵은 민주당이 주도하는 게 아니라 국민 여론이 일으키는 것”이라고 했다.
의원들은 거침없었다. 이날 ‘임기단축 개헌연대’ 준비모임이 구성됐다. 친이재명계 장경태·민형배 민주당 의원과 황운하 조국혁신당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20여 명의 야권 의원이 참여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이날 “탄핵의 실체는 완성되었으나 절차 진행이 더딘 것이 현실이기 때문에 국민의 분노와 실망, 정치권의 결단 사이에 괴리가 존재한다”며 “탄핵 절차가 진행되더라도 보수화된 헌법재판소의 문턱을 넘기 어렵다는 비관적 전망이 우세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반대하면 개헌은 불가능하다. ‘개헌’을 앞세우지만 결국 탄핵으로 향하는 또 다른 경로다.
여권의 고민은 깊어졌다. 한동훈 대표는 이날 외부 일정을 잡지 않고 별도 입장도 내지 않았다. 한 대표 측은 “명씨와 관련된 새로운 의혹이 계속 불거지는 상황이라 한 대표가 실태를 파악하고 있고, 주변의 다양한 조언도 듣고 있다”고 전했다. 친한계 김종혁 최고위원은 “당 대표나 지도부도 뭘 알아야 쉴드(방어)를 하지 않나”라며 “알지 못한 채 방어했다가 엉뚱한 이야기가 또 예상치 못하게 튀어나오면 당도 함께 무너져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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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석 “법적으로 문제없다” 야당 “대통령 하야 건의해야”
한 대표 측이 최근 대통령실에 명씨 문제에 대한 당 차원의 대응을 위한 물밑 조율을 시도했으나 최근 윤·한 갈등 탓에 여의치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 핵심 관계자는 “용산에 ‘대통령실이 직접 대응하기가 어렵다면, 당이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방어할 테니 명씨 관련 사건의 전체 내용을 정리해달라’는 취지로 요청했지만 아무런 답이 없다”고 전했다.
1일 국회 운영위에선 대통령실을 상대로 한 국정감사가 열렸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과 명씨간 통화에 대해 “정치적으로, 법적으로, 상식적으로 아무 문제 될 게 없는 내용”(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이라고 반박했다.
통화 녹취를 공개한 박찬대 원내대표(운영위원장)가 “그 녹취에 나와 있는 대통령 목소리는 어떻게 된 것이냐”고 묻자 정진석 실장은 “명씨도 ‘녹취가 잘린 것 같다’고 증언했다. 녹취 내용은 민주당의 일방적인 정치 주장이자 문제 제기일 뿐”이라고 잘라말했다. 이어진 민주당 의원들 질의에 정 실장은 “녹취 내용이 명백한 불법 공천 개입 사실이라고 단정 지으면 안 된다”거나 “선거 때 도와준 사람의 민원에 ‘내가 잘 챙겨 보겠다’고 하는 정도의 덕담”이라고 했다. 또 “대법원 판례에 의하면 이런 정도의 누구를 공천했으면 좋겠다는 의견 개진은 설사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전혀 문제가 될 게 없다”며 “진짜 대통령의 선거 개입은 (문재인 전 대통령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이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정 실장은 윤 대통령 부부와 명씨의 관계에 대해 “대통령 출마를 하게 됐는데 유명한 정치인을 많이 아는 사람이 이런 관점으로 이야기하면 솔깃하지 않았겠는가”라며 “본질은 명씨의 조력을 중간에 끊었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후 명씨가 경선룰에 간섭해서 대통령은 ‘앞으로 나한테도 전화하지 말고 집사람한테도 전화하지 마’하고 매몰차게 끊었지만, 배우자인 김 여사는 그렇게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야당 의원들은 탄핵과 하야 등의 단어를 쏟아냈다. 추미애 민주당 의원은 “대통령의 탄핵을 고려해야 할 상황”이라고 했고, 같은 당 정진욱 의원도 “정 실장은 윤 대통령에게 하야를 건의하라”고 말했다.
이에 맞서 강승규 국민의힘 의원은 배명진 숭실대 교수가 속한 ‘소리규명연구소’의 감정 결과를 언급한 뒤 “연구소가 ‘고의적으로 배경 잡음을 추가한 흔적이 보인다’ ‘소리 단절 구간도 보인다’고 판단했다”며 “공개된 녹취록은 증거 가치가 없다. 편집 조작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주진우 의원은 “(민주당이) 녹취를 반복해 틀면서 사실관계가 확정되기 전에 탄핵 사유라고 우기고 있다. 이게 다 이 대표 사법 리스크를 감추기 위한 과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운영위는 여당 의원들의 반발 속에 재석 의원 27인 중 찬성 18인, 기권 9인으로 김 여사 동행명령장을 발부했다. 민주당 전용기·윤종군·모경종 의원 등이 용산 대통령실을 찾아 동행명령장 집행을 시도했지만, 명령장을 송달하는 데는 실패했다. 김 여사에 대한 동행명령장은 법사위에 이은 두 번째다.
유성운·손국희·강보현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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