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 관련 잡음 '선거 부정'으로 몰아
조사기관 따라 우열 바뀌며 '대혼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펜실베이니아 드렉셀힐에서 선거 유세를 벌이고 있다. 드렉셀힐=로이터 연합뉴스 |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핵심 경합주(州)이자 최대 격전지인 펜실베이니아에서 '선거 사기'가 벌어지고 있다는 의혹을 연일 제기하고 있다. 5일(현지시간) 대선에서 자신이 패배할 경우 '선거 결과 조작'을 주장하며 소송 등을 통해 '대선 뒤집기'를 시도하기 위한 준비 작업일 수 있다는 게 미국 언론들의 평가다. 대선 불복의 포석을 깔아두는 것이라는 얘기다.
지난달 31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트럼프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펜실베이니아에서 벌어지는 엄청난 사기를 포착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는 공표되고 기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펜실베이니아는 올해 대선의 최대 승부처로 꼽힌다. 7개 경합주 중 선거인단(19명)이 가장 많아 트럼프든,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든 반드시 이겨야 하는 '필승 지역'이다. 2020년 대선에서도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이곳의 선거인단을 확보해 대권을 거머쥐었다.
트럼프도 사활을 건 듯한 모습이다. 다만 '선거 사기'를 거듭 거론하는 게 특징이다. 그는 펜실베이니아와 관련, "범죄적인 법 위반 행위가 벌어진다" "유권자 사기를 멈춰라" "이 나라가 이렇게 부패했다고 누가 생각이나 했겠나" 등 발언을 쏟아냈다. 펜실베이니아 벅스카운티와 랭커스터카운티, 요크카운티 등에서 벌어진 투표 관련 잡음을 '선거 부정'으로 몰아간 것이다.
미국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만약 트럼프 후보가 펜실베이니아에서 패한다면, 이런 주장은 패배를 뒤집으려는 시도의 토대가 될 수 있다"고 짚었다. 펜실베이니아 선거 당국은 "선거 관계자가 의심스러운 활동을 표시하고 등록한다는 것은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는 증거"라며 트럼프 주장을 반박했다. 폴리티코는 "트럼프와 그 우군들에게는 큰일이든 작은 일이든, 모든 사건이 최대 격전지에서 투표를 조작하려는 음모의 증거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WSJ는 "펜실베이니아는 이미 (트럼프의) '선거 사기' 주장 근거지가 돼 버렸다"고 전했다.
지지율도 '대혼전·초박빙' 양상을 보인다. 여론조사 기관에 따라 우열도 엇갈리고 있다. 매사추세츠대 로웰캠퍼스와 유거브가 지난달 16~23일 펜실베이니아 유권자 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뒤 이날 공개한 여론조사에서 '투표 의향이 있는' 유권자의 48%는 해리스를 찍겠다고 답했다. 트럼프를 꼽은 유권자는 불과 1%포인트 아래인 47%였다. 반대로 에머슨대 조사(지난달 21, 22일 조사·투표 의향 유권자 860명 대상)에서는 '트럼프 49%, 해리스 48%'라는 결과가 나왔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