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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판 ‘태블릿PC’ 나왔다, 검찰로 틀어막을 수 있겠나 [논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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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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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논썰의 이재성입니다.



드디어 트리거가 당겨졌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공천에 개입한 육성을 더불어민주당이 공개했습니다. 일단 음성부터 들어보시죠.





윤석열: 공관위에서 나한테 들고 왔길래 내가 김영선이 경선 때부터 열심히 뛰었으니까 그거는 김영선이를 좀 해줘라 그랬는데 말이 많네 당에서….



명태균 : 진짜 평생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고맙습니다.



2022년 5월 9일 윤석열-명태균 통화





2022년 6월 재보궐선거에서 김영선 전 의원이 경남 창원의창 선거구 공천을 받는데 윤석열 대통령과 명태균씨가 개입했음을 입증하는 통화입니다. 대통령 취임 전날인 5월9일, 윤 대통령과 명씨가 통화한 녹음을 한 달 가량 지난 6월 15일 명씨가 지인에게 들려준 것입니다. 지금까지는 명씨와 강혜경씨(여론조사 및 회계 담당자)의 통화만 공개돼서 의혹 수준에 머물렀다면, 이제 움직일 수 없는 물증이 나온 것입니다. 윤석열 정부의 ‘태블릿 피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겨레

이어지는 명씨의 부연 설명은 더 충격적입니다.





명태균: 지 마누라가 옆에서, ‘아니 오빠 명 선생 그거 처리 안 했어? 명 선생님이 아침에 이렇게 놀라서 전화 오게끔 만들고 오빠 대통령으로 자격이 있는 거야?’ 그래서 (윤 대통령이) ‘무슨 말이 많은지, 나는 분명히 했다’고 마누라 보고 이야기하는 거야. 장관 앉혀, 뭐 앉혀 아무것도 모르는데 XX 이거 앉혀라 저거 앉혀라. (웃음) 안 한 거야. 마누라 앞에서 했다고 변명하는 거야. 내가 은혜 잊지 않겠다 했어. (그러니까) ‘알았어. 내가 처리할께 됐지?’ 마누라가 끊자마자 전화 왔어. ‘선생님 윤상현(공관위원장)이한테 전화했습니다. 보안 유지하시고 내일 취임식 꼭 오십쇼’ 이러고 전화 끊는 거야.”



2022년 6월 15일 명태균-지인 대화





김 여사가 명씨에게 이미 김영선 공천을 약속했는데, 아직도 확정이 안 됐느냐고 김 여사가 윤 대통령을 타박했고, 윤 대통령은 분명히 말했는데 당에서 말들이 많다고 변명하는 상황이라는 얘깁니다. 이날 윤상현 공관위원장한테 다시 전화를 했다고 김 여사가 확인해준 겁니다. 이 통화가 이뤄진 5월 9일보다 일주일 앞선 5월 2일 명씨는 강혜경씨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명태균: 오늘 여사님 전화 왔는데, 내 고마움 때문에 김영선 (공천) 걱정하지 말라고, 내보고 고맙다고. 자기 선물이래.



2022년 5월 2일 명태균-강혜경 통화





이렇게 잔뜩 생색까지 냈는데 일주일이 지나도록 아직도 공천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명씨의 전화를 받고 김 여사가 윤 대통령에게 “오빠 대통령 자격이 있는 거냐”고 따졌다는 얘깁니다. 완벽히 아귀가 들어맞지 않나요? 김 여사가 윤 대통령을 몰아붙인 이날(5월9일)은 대통령 취임식(10일) 전날이자, 공천발표 전날입니다.



한겨레



취임 전부터 윤 대통령 대명사는 지(G)





대통령 취임 전부터 명씨는 이미 권력서열 1위가 김건희 여사라는 사실을 겪어서 알고 있었던 겁니다. 세상이 의심한 대로 윤 대통령이 김건희 여사의 꼭두각시였음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이때부터 벌써 대통령의 대명사는 브이(V)가 아니라 지(G)였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장관 인사도 김 여사 뜻대로 이뤄졌음을 시사하는 발언도 있습니다. 이와 관련한 녹음 파일도 민주당이 갖고 있다고 합니다.





“녹취록이 이거 말고 더 있습니다. 추후에 공개할 텐데, 그것(장관)에 대한 내용도 있을 겁니다. (장관 임명 관련) 의혹에 대해서 (회견을) 준비 중입니다.”



박성준 민주당 의원, 10월 31일 윤석열 녹취 공개 민주당 기자회견





한겨레

이날 공개된 통화 녹음이 명씨가 “한 달이면 탄핵일 텐데”라고 대통령실을 공개적으로 협박했던 내용인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것 말고도 더 심각한 내용들이 아주 많을 거라는 사실만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어제(10월 31일) 공개된 것만 해도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명씨가 윤 대통령을 “장님무사”라고 깎아내리는 통화를 비롯해 김영선 전 의원에게 호통을 치며 “김건희가 권력을 쥐고 있잖아요. 권력 쥔 사람이 오더를 내리는데 본인이 왜 잡소리 합니까”라고 윽박지르는 음성도 공개됐습니다. 이제 남은 것 중에 가장 파괴력 있는 건 아무래도 김건희 여사의 육성 아닐까요?





윤석열-박근혜는 ‘도플갱어’





임기 반환점도 돌기 전에 윤석열 정부가 말기적 증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대통령 국정 지지율로 확인할 수 있듯이, 민심이 이반한 지는 이미 오래입니다. 설상가상으로 대통령 부부가 연루된 정치 스캔들이 연일 터져 나오면서 여권 내부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문제를 해결할 의지도 능력도 없는 상태입니다. 참을성 있는 사람들조차 탄핵을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한겨레

여러분은 혹시 윤석열 정부와 박근혜 정부가 닮았다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특히 지난 대선 당시 국민의힘 내부 경선에서 여론조사 결과 조작이 이뤄졌다는 의혹이 점차 사실로 확인되면서 윤석열-박근혜 도플갱어론이 더욱 설득력을 갖게 됐습니다. 댓글 여론 또는 여론조사 조작으로 집권한 데 이어, 세월호와 이태원이라는 대형참사를 겪는 과정에서 무능하고 무책임한 정권이라는 사실이 드러나고, 알고 보니 비선실세가 사실상 통치하는 국정농단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국민을 속였던 수많은 거짓말까지. 어떻습니까? 정말 놀랄 만큼 흡사하지 않나요?



한겨레



매운맛 신국정농단





그런데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이 순한맛이었다면, 윤석열 정부의 신(新)국정농단은 매운맛입니다. 새로울 신이 아니라 매울 신(辛)자를 써야 할 것 같습니다. 훨씬 더 자극적입니다. 등장인물들의 화려함과 대담함, 뻔뻔함이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을 찜쪄먹을 정도입니다. 오늘은 명품백이나 주가조작 같은 김건희 여사의 개인 비리 의혹들은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두 달 가까이 계속되고 있는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만 해도 박근혜 정부의 비리 스케일을 뛰어넘는 수준입니다. 명씨의 통화 음성이 추가로 공개되면서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는 명태균 게이트가 얼마나 위중한 사건인지 짚어보겠습니다.





여론조사 조작의 증거





여러분 이 통화 내용 기억하실 겁니다.





명태균: 윤석열이를 좀 올려갖고 홍준표보다 한 2% 앞서게 해주이소. (중략) (윤석열 후보가) 2~3% 홍(준표)보다 더 나오게 해야 됩니다.



강혜경: 이거 가지고요?



명태균: 네. (그렇게 해서) 치워버리지 뭐. 그게 안 나아요? (중략) 보고서 바로 해요.



강혜경: 지금 바로요?



2021년 9월 29일 명태균-강혜경 통화





2022년 대선 당시 국민의힘 내부 경선 과정에서 명태균씨가 여론조사 결과 조작을 지시했다는 의혹을 받았던 통화입니다. 약간 머뭇거리는 강혜경씨에게 명씨는 이렇게 해서 빨리 치워버리자고 채근합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통화에서 구체적으로 숫자를 제시합니다.





명태균: 연령별하고 지역별하고 다 맞추고 여성하고 맞춰갖고 곱하기 그거 한번 해갖고 한 (응답 샘플을) 2000개 만드이소. (중략) 돈 얼마 들어갔어요?



강혜경: 40만 원 정도 들어갔어요.



명태균: 아 그러면 됐어요.



2021년 9월 29일 명태균-강혜경 통화





응답 샘플 2000개와 40만원, 무슨 뜻일까요? 처음 공개됐을 때는 알 듯 말 듯 했던 암호 같은 숫자의 비밀이 풀리기 시작했습니다. 이 40만원의 의미에 대해 강씨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강혜경: 40만 원 정도의 전화비라 하면 500개에서 많게는 600개의 (여론조사 응답자) 샘플이 추출됐을 때 40만 원 정도가 이제 (경비로) 소요가 됩니다.



2024년 10월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





2000개로 만들라는 명씨의 지시는 40만원 들여 500개 정도를 마친 응답자 샘플에 1500개가량을 추가하라는 얘기입니다. 실제로 뉴스타파가 2021년 9월 29일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와 원본(RAW) 데이터 자료를 검증한 결과, 실제 통화를 하지 않고 만들어낸 가짜 샘플이 1522개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응답완료 샘플’ 앞에는 조사가 끝났다는 의미로 알파벳 E(End)를 표시하는데, E가 표기된 응답완료 샘플은 516개에 불과했습니다. 명씨의 지시대로 조작이 이뤄진 것입니다. 명씨는 “보정 작업을 지시했을 뿐”이라며 부인해 왔는데요, 조작을 입증하는 물적 증거가 최초로 나온 것입니다. 뉴스타파는 9월 29일 보고서 말고도 모두 7건의 조작을 추가로 찾아냈다고 밝혔습니다. 조작 결과 2등이었던 윤석열 후보가 원래 1등이었던 홍준표 후보를 누르고 1등이 되기도 했습니다. 여론 조작으로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됐다고 말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지난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 때 명태균씨가 (중략) 윤석열 (당시) 후보 쪽에 붙어 여론 조작하는 걸 알고 있었지만 문제 삼지 않았다. (중략) 조작된 여론조사가 당원들 투표에 영향이 미칠 줄은 미처 계산하지 못했다.”



2024년 10월 14일 홍준표 페이스북





홍 후보는 당시 국민 여론조사에서 48.21%를 얻어 윤 후보(37.94%)를 앞섰지만, 당원 투표에서 34.80%를 얻는데 그쳐 윤 후보(57.77%)보다 크게 뒤졌고, 결국 최종 후보가 되지 못했습니다. 당원 투표가 중요했던 겁니다. 명씨가 선관위 신고 의무가 없는 미공표 여론조사를 조작해 국민의힘 당원들에게 흘리는 방식으로 경선에 개입한 것 아닌가 의심이 듭니다. 문제는 이런 식으로 명씨와 연루된 국민의힘 정치인이 한둘이 아니라는 겁니다. 명씨를 보호하기 바쁜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을 비롯해 오세훈 서울시장 등 국민의힘을 대표하는 웬만한 정치인은 모두 명씨와 엮여 있는 상황입니다. 강혜경씨가 공개한 27명의 명단이 그것입니다. 흥미롭게도 홍 시장 역시 이 명단에 들어 있습니다. 그래서 알면서도 문제 삼지 못했던 걸까요? 결국 진실은 밝혀질 겁니다.





추가로 드러난 광폭 공천개입





31일 민주당이 공개한 파일에서 명씨는 6월15일 지인과 대화하면서, 2022년 3월 대통령 선거와 함께 치러진 재보궐선거 때 서울 서초갑에 출마해 당선된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이 자신에게 고마워했다고 말합니다.





명태균: 아까 조은희 전화 왔더라. (조 의원이 나더러) ‘김진태(강원도지사), 박완수(경남도지사), 진짜 생각하신 대로 두 사람 다 앉히고, 저 조은희도 만들어주셨고, 김영선도 만들었으니까 이제 우리 명 대표님은 이제 영남의 황태자십니다’ 이러데. (그래서 내가 조 의원에게) 대통령 내외분께서 해주신 겁니다, 제가 한 게 아니고.



2022년 6월 15일 명태균-지인 대화





한겨레

김진태 강원도지사와 박완수 경남도지사 공천에 명씨와 김 여사가 개입했다는 언론 보도는 이미 나온 바 있는데요. 조은희 서울 서초갑 국회의원은 처음입니다. 이 통화에서만 4명의 공천에 개입한 것으로 언급됩니다. 명씨는 대통령 부부가 공천을 해줬다는 주장을 명확히 합니다.





김 여사에 충성맹세한 김진태





이 중에서도 김진태 강원도지사의 경우는 사례가 특별해서 좀 더 들여다 볼 필요가 있습니다. 뉴스토마토는 이준석 의원의 발언을 토대로 김진태 지사가 공천을 받게 된 배경에도 김 여사가 있었다고 보도했는데요. 원래 경선도 못 해보고 컷오프됐던 김 지사가 명태균씨의 코치를 받아 김 여사가 다니는 운동시설을 찾아가 충성맹세를 했고, 공천을 받게 됐다는 겁니다.



한겨레



이준석: 그 다음 날이 인제 경선 데드라인인데 윤(대통령)이 아침에 안 일어나고, 이제 정진석(공천관리위원장)한테 전화해서 경선시키라고 해야 되는데 안 했다고 하니까 전화기 들고 가가지고 윤석열 자고 있는데 ‘니가 (전화)할래 내가 할까’ 이렇게. (중략) 내가 김진태한테 이 얘기를 지난번에 한 번 술 먹다가 했을 때, 김진태가 나한테 ‘대표님도 그거 아세요?’ 이렇게 얘기했어.



뉴스토마토 2024년 10월 25일 보도





김진태 지사는 의원 시절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 청문회에서 당시 윤 후보를 매섭게 몰아붙인 걸로 유명하죠. 그때 기분 나빴던 윤 대통령이 김 지사를 컷오프시켰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경선도 못 해보고 탈락했죠. 김 지사는 공천탈락에 항의하며 천막을 치고 단식 농성에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컷오프 이틀 만에 극적으로 회생하게 된 게 명-김 두 비선실세의 작품이라는 겁니다. 이 의원의 이 증언은 경선 대상자 확정 당일 아침 윤 대통령 부부의 침실 풍경을 말하고 있는 겁니다. 김 여사가 자고 있는 윤 대통령을 깨워 정진석 공관위원장에게 전화를 걸게 해서 컷오프된 김 지사를 경선 명단에 넣게 된 과정입니다. 이 의원은 이 얘기를 명씨로부터 들어서 알고 있었고, 그 얘길 김 지사한테 하니까, 김 지사가 깜짝 놀라며 ‘대표님도 그거 아세요?’라고 되물었다는 겁니다. 지어낸 얘기라고 하기엔 너무나 생생하지 않습니까?





사실과 부합하는 명태균 통화 녹취





이 의원의 증언은 명씨가 2년 전에 강혜경씨에게 자랑한 통화 내용과 정확히 일치합니다.





명태균 김진태 그거 내가 살린 거야. (오늘) 김진태가 (내가) 아는 분이 갔는데 벌떡 일어나 손을 잡고 내 얘기하면서 그분이 내 생명의 은인이라고 손잡고 막 흔들더래요.



명태균 아니, 나 어제 잠도 못 잤어. 김진태가 나보고 주무시면 안 돼요. 내가 막 사모님 그래 갖고 밤 12시 반에 내가 해결했잖아.



한겨레21, 2022년 4월 18일 명태균-강혜경 통화





명씨와 강씨의 통화 내용이 명씨의 허풍이라고 주장해온 여권과 대통령실의 해명이 무색해집니다. 김 여사의 지방선거 개입 주장을 뒷받침하는 통화는 또 있습니다.





명태균: 서울시장 선거, 서울에 한 번 1000개 (여론조사를) 돌려보세요. 정당하고 후보 물어보고. 1000개 바로 해서 바로 오늘 달라고 하네. 사모님(김 여사)이 이야기해서 궁금하대요, 그것 좀 돌려줘요.



한겨레21, 2022년 5월 30일 명태균-강혜경 통화





선거(2022년 6월 1일) 이틀 전에 이뤄진 통화입니다. 지금까지 보도된 내용만으로도 윤 대통령 부부의 공천개입을 보여주는 정황 증거는 차고 넘칩니다.





김영선 ‘공천사기’ 고백





우리는 이제 확신할 수 있습니다. 김건희 여사와 윤석열 대통령의 2022년 6월 재보궐 및 지방선거 공천 개입은 의혹이 아니라 사실이라고 말입니다. 김영선 전 의원이 사실상 자백하는 음성도 공개됐습니다.



한겨레



김영선: 윤석열 대통령 선거 도왔다 이러면 도움이 될 것 같지만, 검찰이나 다른 데에서 다 꼬리 잘라갖고 아무 문제도 안 돼. 그리고는 오히려 그게 공천 사기한 것에 자백이 되거나….



MBC 뉴스데스크, 2023년 5월 25일 김영선-강혜경 통화





명태균씨와 김영선 전 의원이 지방선거 후보자들로부터 공천헌금을 거둬 대선 여론조사에 썼는데, 이들이 공천을 받지 못하자 김 전 의원이 국가로부터 받은 선거보전금으로 갚았다는 사실을 지난번에 전해 드린 바 있는데요. 선거보전금을 이렇게 쓰면 정치자금법 위반입니다. 그래서 선관위 조사를 받게 되자, 김 전 의원이 자기 이름이 나오면 안 된다고 강혜경씨를 설득하는 내용입니다. 검찰이 윤 대통령 편이니까, “윤 대통령 선거 도왔다 이러면 도움이 될 것 같지만”, 오히려 공천 개입을 자백하는 꼴이라는 얘기입니다.



지금까지는 강혜경씨만 윤 대통령 부부의 공천 개입을 주장하는 형국이었다면, 이제 윤 대통령에 이어 김 전 의원의 육성까지 나온 셈입니다. 여기에 침묵을 지키고 있던 미래한국연구소의 명의사장이죠, 김태열씨도 가세했습니다. 명씨가 윤 대통령을 위해 여론조사를 해준 대가로 김 전 의원의 공천을 받아왔다는 사실을 김태열 미래한국연구소 소장 역시 인정하고 있습니다.





검찰은 벌써 꼬리 자르기





이 사건을 수사하는 창원지검이 지난 목요일(10월 31일) 명태균씨 자택을 압수수색했습니다. 지난달에 이어 두 번째입니다. 첫 번째 압수수색에서 나오지 않은 녹취가 계속 보도되자 추가 압수수색에 나선 것으로 보입니다. 창원지검은 진실을 밝히기 위한 수사를 하는 게 아니라 윤 대통령 부부를 보위하는 수사를 하는 것 같습니다.



경남선거관리위원회가 명씨와 김 전 의원, 강씨를 선거법 위반 혐의로 수사 의뢰한 것은 지난 7월인데요. 창원지검은 선거법 위반 혐의의 공소시효가 만료됐다며 지난 10일 종결 처리했습니다. 석 달가량 입건조차 않고 있다가 내사 종결해버린 것입니다. 선관위가 세 사람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것은 지난해 12월인데, 언론보도가 처음 나온 9월 초 이전까지는 수사 여부조차 알 수 없었습니다. 대통령 부부로 불똥이 튈까 전전긍긍하는 검찰이 안쓰러울 지경입니다.





보수 재탄생 마지막 기회





국민은 이제 검찰을 신뢰하지 않습니다. 검찰이 이 사건에서 손을 떼는 게 오히려 진실을 밝히는 데 도움이 되는 길일 겁니다. 얼른 검찰에서 사건을 가져와 특검이 수사하도록 해야 합니다. 특검을 도입하려면 여당인 국민의 힘이 결단해야 합니다. 박근혜 트라우마 타령할 때가 아닙니다. 박근혜 탄핵 이후 진정한 보수의 가치를 확립하고 새로운 출발을 했어야 하는데, 다시 한 번 정치를 이권으로 치부하는 세력에 정권을 맡겼습니다. 우리나라 민주주의 미래가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중차대한 상황입니다.



‘명태균 게이트’는 단순한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이 아닙니다. 대통령 부부와 주요 정치인들이 연루된 여론조사 조작 의혹, 대통령 부부의 공천개입 의혹, 국가산업단지 청부 개발 및 유출 의혹, 지방선거 후보자들의 공천헌금 의혹 등 비리종합선물세트 같은 사건입니다.



이미 윤석열 정권은 권위와 정당성을 모두 잃었습니다. 박근혜 정부가 탄핵 직전 계엄을 검토했듯이, 윤석열 정부는 이미 계엄을 체계적으로 이행할 수 있도록 윤 대통령의 충암고 동문들로 군사적 진용을 갖춘 상태입니다. 박근혜 정부와 다른 점이 있다면, 우크라이나 전쟁을 한반도로 끌어들여 위기를 모면하려 획책하고 있다는 겁니다. 전쟁을 빌미로 계엄을 선포하려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날로 커지고 있습니다.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도박을 벌이는 행위를 막기 위해서라도 특검 도입이 당장 시급합니다. 양심적인 국민의힘 의원들의 애국심에 호소합니다.



지금까지 논썰이었습니다.





한겨레

기획·출연 이재성 논설위원 san@hani.co.kr



연출·편집 조소영 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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