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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에서 겪은 한밤중 여권 분실기 [왜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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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기 | ‘아시아엔’ 발행인·아시아기자협회 창립회장



지난 10월2일 밤 11시 몽골에서 귀국행 항공편 탑승 8시간을 채 안 남기고 여권을 분실한 사실을 알게 됐다. 지난 40년간 외국여행을 다니며 한번도 여권을 잃어버린 적이 없었던 터라 적이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로밍서비스도 하지 않아 메신저로 국내 지인들에게 연락하며 방법을 찾았다. 그러던 중 외교부 ㄱ국장의 “주몽골 한국대사관의 당직 영사에게 연락하는 방법밖에 없을 것 같다”는 조언에 따라 대사관 누리집에서 야간 응급 전화번호를 확인했다.



몽골 9911-4119로 전화해 당직 영사(대사관에 도착해 확인한 결과 그의 이름은 박아무개, 서기관으로 20년 넘게 외교부에서 근무했다고 한다)와 연결이 되었다. 어느새 자정을 넘기고 있었다. 박 영사는 통화에서 여권 발급 절차를 친절히 설명해줬다. 그는 “여권 발급을 위해서는 행정직원의 도움이 필요하다”며 “일단 민원인 연락처를 남겨주시고 30분 뒤 다시 전화를 걸어달라”고 했다. 어느새 새벽 1시, 대사관에 전화하니 “행정직원과의 연락이 닿았으니 새벽 2시30분까지 대사관으로 나오라”고 했다.



당시 울란바토르 시내의 호텔이 아닌 교외에 있는 테르비시 전 몽골 농림부 장관 집에 머물고 있었다. 그가 모는 차를 타고 새벽 3시께 대사관에 도착했다. 도착하니 박 영사와 행정직원이 기다리고 있었고, 여권 발급 절차가 바로 시작됐다. 70분 정도 지나서 긴급 여권이 발급되었다. 다행히 이메일에 구여권과 항공권 정보가 저장돼 있어 긴급여권 발급이 덜 어려웠다고 박 영사는 말해줬다. 한밤중에 여권 분실 사실을 확인하고 3시간 만에 새 여권을 발급받는 것은 정말 기적 같은 일이었다.



이번 일을 겪으며 몇가지 중요한 교훈과 자부심을 얻었다. 첫째, 절대 당황하지 말고 차분하게 대처하는 게 중요하다. 둘째 외국 우리 대사관에는 비상 연락망이 마련되어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자. 애초 나에게 대사관 긴급전화로 당직 영사와 접촉하라고 얘기해준 외교부 ㄱ국장 말처럼 “납세 등 국민의 의무를 다하는 대한민국 국민은 외국여행 중 위급한 상황에 처했을 때 주재국 파견 영사에게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는 점을 깨닫게 됐다. 셋째, 대한민국 대사관의 영사서비스는 매우 신속하고 친절하다. 물론 그동안 그렇지 않은 경험들도 많이 있었을 것이다. 이 또한 지금 내가 쓰고 있는 이 글을 읽은 민원인이나 대사관 직원들에 의해 개선되리라 믿는다.



한가지 덧붙일 것은 여권 관리는 본인 스스로 책임 있게 하는 게 최우선이란 점이다. 최근 대한민국의 국격 향상과 함께 한국 여권이 외국에서 절도나 강도의 집중 타깃이 된다는 사실을 이번에 알게 됐다. 여러 가지로 신세를 진 테르비시 전 몽골 농림부 장관과 내년 5월 ‘역사와 지리로 읽는 몽골여행’을 내게 된다. 그는 울란바토르 공항에서 작별인사를 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상기씨의 ‘대한민국 여권 분실과 3시간 만에 재발급 사건’을 책 머리말에 꼭 넣읍시다.” 이번 일은 내게 중요한 교훈과 더불어 특별한 기억으로 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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