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에 진열된 배추./연합뉴스 |
아시아투데이 박진숙 기자 = #직장인 안 모 씨(42세)는 요즘 장 보기가 두렵다. 김장철을 맞아 배추김치를 담그려고 하지만 배춧값이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안 씨는 "채솟값이 올라 간단한 장을 한번 보는데도 10만원이 훌쩍 넘는다"며 "채솟값이 오르다 보니 식당 점심 메뉴 중 가장 저렴한 비빔밥도 1만2000원이나 돼 도시락을 싸 들고 다녀야 하나 고민할 정도"라고 토로했다.
9월까지 이어진 폭염과 가뭄으로 식자재 재료 공급이 줄어들면서 배추와 무 등 채소 값이 급등했다. 16일 한국물가협회가 배추 수급 동향과 지난 20년간의 생활물가 조사 자료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다음 달 배추 소매가격은 포기당 평균 5300원 수준이 될 전망이다. 지난해 동기 대비 22.5% 상승한 가격으로, 11월 가격 기준으로는 최고가다. 11월 포기당 배춧값 변화를 살펴보면, 2020년 298원에서 2021년 3480원, 2022년 3848원, 지난해 4327원으로 매년 상승세를 보였다.
배추뿐만 아니라 무, 상추, 시금치, 토마토 등 채소를 중심으로 농림수산식품 가격이 폭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 9월 채소 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11.5% 올라 3개월 만에 상승 전환했다. 특히 주요 채소 10가지는 지난해 동기 대비 20% 상승했다.
배추는 전년 동기 대비 53.6% 상승했는데, 지난 8월보다도 44.1% 오르는 등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왔다. 무는 전년 동기 대비 41.6% 올랐으며, 상추 31.5%, 풋고추 27.1% 올랐다. 배추와 무, 상추, 풋고추가 비빔밥의 주된 재료다 보니 서울 기준 비빔밥은 지난 8월 1만962원에서 지난달 1만1038원으로 올랐다.
폭염 등 이상기온으로 토마토도 공급이 줄면서 이달 초 도매시장의 토마토 반입량은 평년보다 43% 감소했다. 토마토의 9월 가격도 전월 대비 35.5% 올랐다.
토마토 가격 폭등으로 맥도날드에도 비상이 걸렸다. 한국맥도날드는 지난 15일부터 토마토가 들어가는 제품에 토마토를 빼기로 했다. 대신 고객에게는 무료 음료 쿠폰을 제공한다. 한국맥도날드는 경기도, 충청도 등에서 연간 약 2000t(톤)의 국내산 토마토를 공급받고 있다.
폭염으로 원예농산물의 생육이 전반적으로 부진하면서 정부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시장에 배추 공급을 늘리기 위해 이달 중순까지 출하 장려금을 제공하고, 소비자 부담 경감을 위해 할인을 지원하고 있다. 또 향후 급격한 기온 변화 등으로 원예농산물 수급 여건에 차질이 생길 때를 대비해 비상 대응체계를 유지하며 생육 관리를 강화할 계획이다.
그러나 농산물은 가정에서 자주 소비하다 보니 식료품 물가 상승이 가계의 체감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커 시민 부담은 여전하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에서 매번 임시방편만 반복할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점점 더워지는 기후에 대비해 스마트팜 등 첨단 기술을 도입한 농업 시스템으로 바꿀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9얼 2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의 한 마트에서 주부 박모씨가 치솟은 배추 가격을 확인하고 있다./박주연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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