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대구, 최민우 기자] 삼성 라이온즈 김윤수(25)가 또 위기 상황에서 팀을 구해냈다. 이번에도 LG 트윈스 외국인 타자 오스틴 딘을 아웃 처리했다.
삼성은 15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LG와 맞붙은 플레이오프(5전 3승제) 2차전에서 10-5로 이겼다. 2연승을 거둔 삼성은 9년 만의 한국시리즈 진출까지 단 1승만 남겨두게 됐다. 역대 5전 3승제로 치러진 플레이오프에서 2승을 먼저 거둔 팀의 한국시리즈 진출 확률은 83.3%에 달한다.
이날 김윤수는 승부처에서 빛이 났다. 아웃 카운트 단 한 개만 잡았지만, 영양가가 높았다. 호투를 이어가던 선발 투수 원태인이 7회초 2사 만루 위기에 몰렸다. 6-1로 앞서고 있었으나 실점을 내준다면 경기 흐름이 바뀔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삼성은 원태인 대신 김윤수를 마운드에 세웠다. 그리고 김윤수는 코칭스태프의 믿음에 완벽 부응했다.
김윤수는 LG 오스틴을 상대했다. 초구 154.1km(트랙맨 기준)짜리 패스트볼을 던져 스트라이크를 잡았다. 그리고 타자의 바깥쪽 상단에 127km짜리 커브를 던져 시선을 분산시켰고, 몸쪽 낮은 곳에 다시 152km짜리 빠른공을 던졌다. 오스틴은 배트를 돌렸지만, 타구가 내야를 벗어나지 못했다. 유격수 이재현이 포구한 후 1루로 던져 아웃카운트를 잡았다.
위기 상황을 막아낸 김윤수. 이닝을 마친 후 더그아웃 들어오자 팬들은 김윤수의 이름을 연호했다. 원태인도 자신의 책임주자를 모두 지워준 김윤수를 반겼다. 김윤수와 원태인은 포옹하며 기쁨을 만끽했다.
LG의 기세를 꺾은 삼성은 7회말 김헌곤의 투런포와 르윈 디아즈의 솔로포를 묶어 3점을 추가했다. 8회말에도 김성윤의 1타점 우전 안타가 나왔다. 삼성은 9회초 우완 이승현이 박해민에게 솔로포, 김태훈이 김현수에게 스리런을 맞았으나 워낙 점수차가 크게 벌어진 상황이라 승부를 내주진 않았다.
지난 13일 열린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도 김윤수는 오스틴을 지워냈다. 7-4로 쫓긴 7회초 2사 1,2루 상황에서 김윤수는 좌완 이승현 대신 마운드에 올랐다. 그리고 김윤수는 초구 153.7km짜리 빠른공을 한 가운데 꽂아 넣었다. 그리고 127.4km짜리 커브로 스트라이크를 잡아냈다. 마지막으로 김윤수는 155.4km짜리 패스트볼을 던져 오스틴의 배트를 헛돌게 했다. 2차전에도 똑같은 패턴으로 공을 던져 오스틴을 잡았다.
경기를 마친 후 김윤수는 “1차전과 상황이 비슷했다. 다른 생각은 하지 않고 자신 있게 공을 던졌다. 1차전과 같은 결과를 만들어내자는 생각을 했는데, 결과가 잘 나왔다”며 오스틴을 상대했던 상황을 돌아봤다.
투구 패턴 변화는 생각하지 않았다고. 포수 강민호의 사인 대로만 던졌다. 김윤수는 “나는 어떤 공을 던질 지는 고민하지 않았다. 어차피 민호 형이 다 생각을 하고 있다. 민호 형의 사인 대로 던졌다. 미트를 가져다 댄 곳에만 던지자 생각했다. 그대로 던졌는데 결과가 잘 나왔다”며 웃었다.
1차전 등판 장면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불펜에서 몸을 풀고 있던 김윤수는 교체 지시를 정확히 듣지 못했다. 관중들의 함성 소리에 제대로 의사소통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심판진이 삼성 불펜을 향해 교체를 재촉하자 김태훈이 김윤수의 멱살을 잡고 나와 등판을 확인했다. 등장할 때만 하더라도 다소 우스꽝스러웠으나, 김윤수는 오스틴을 삼진처리하고 포효했다. 이번에는 달랐다. 김윤수는 “오늘은 평범하게 등판할 수 있었다”며 껄껄 웃었다.
투구를 마치고 더그아웃으로 돌아와서 원태인과 무슨 이야기를 나눴는지 묻는 질문에는 “태인이가 잘 던졌다. 내가 점수를 주면 서로 안 좋은 기억만 남게 되니까 최대한 막아야겠다는 생각으로 던졌다. 태인이도 나에게 고맙다는 말을 해줬다”고 답했다.
포스트시즌에서 활약하고 있지만, 사실 김윤수는 제구 난조로 고생을 했다. 북일고 시절에도 150km를 상회하는 패스트볼을 뿌리며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제구가 잡히지 않아 주로 2군에서 머물렀다. 상무에서 선발 투수로 꾸준히 뛰며 활약했지만 전역 후 1군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 다시 2군에서 조정기를 거쳐야 했고,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퓨처스리그에서 호투하며 극적으로 플레이오프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연이은 활약으로 자신감도 물이 올랐다. 김윤수는 “지금은 자신감이 많이 올라왔다. 패스트볼에 계속 자신감을 가지고 투구하면서 변화구로 스트라이크를 넣는다면, 더 좋은 성적이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가을야구라고 생각하면 몸이 긴장될 수 있다. 그래서 최대한 정규시즌 경기와 똑같다는 생각을 한다. 더 집중하려 노력 중이다”고 덧붙였다.
홈구장에서 2승을 거둔 삼성은 이제 잠실구장으로 장소를 옮겨 LG와 플레이오프 3차전을 치른다. 타자 친화구장인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를 벗어나는 것도 김윤수에게는 호재다. “일단 구장 사이즈가 잠실이 더 크다. 더 자신 있게, 그리고 과감하게 투구해도 될 것 같다. 잘 맞은 타구도 뜬공이 될 수 있다. 더 편하게 피칭할 수 있을 거라 본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마지막으로 김윤수는 “계속 믿음을 줄 수 있는 투구를 하고 싶다. 팀 동료들뿐만 아니라 팬분들도 나를 믿을 수 있는 투수가 되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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