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총재 "성적순으로 뽑는 것이 가장 공정한 것은 아냐"
사교육 환경, 집값 상승 유의미한 영향 미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강남 부동산 초과 수요의 근저에는 입시경쟁이 깊게 자리 잡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공동취재단 |
[더팩트|이중삼 기자] 한국은행(한은)이 일부 상위권 대학에 제안한 '지역별 비례선발제' 도입에 대해 서울대학교·고려대학교·연세대학교가 부정적인 의견을 보인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이 지난 13일 교육부·서울대학교·고려대학교·연세대학교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은이 제안한 ‘지역별 비례선발제 제안’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서울대학교는 현실적으로 실행이 어렵다고 밝혔다. 지원자의 선호에 따라 모든 모집단위에서 할당이 가능한 지역별 지원자의 확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고려대학교는 우리나라의 경쟁적 입시 환경과 국민 정서를 감안할 때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미 학교추천전형과 같은 지역균형전형을 시행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연세대학교는 현재 검토한 적이 없다며 장기적 관점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전했다.
교육부는 대학 내 지역 다양성 확보를 보장하는 유의미한 방안이 될 수 있지만, 수도권 쏠림에 따른 지역 균형 발전에 미치는 영향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대학에서 자율적으로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한은이 해당 방안을 제안한 이유는 입시경쟁 과열이 부동산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친다고 봤기 때문이다. 한은은 지난 8월 '입시경쟁 과열로 인한 사회문제와 대응방안' 보고서를 통해 입시경쟁 과열은 수도권 인구집중·서울 집값 상승 등 구조적 사회문제를 유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지역별 학령인구를 반영해 신입생을 선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서울에 집중된 과도한 교육열을 지역으로 분산시키면 이런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8월 27일 서울대학교에서 열린 '서울대학교 국가미래전략원·한은 공동 심포지엄'에서 교육열에서 파생된 끝없는 수요가 강남 부동산 불패 신화를 고착시키고,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가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의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이 총재는 "강남 부동산 초과 수요의 근저에는 입시경쟁이 깊게 자리 잡고 있다"며 "대치동 학원들이 전국으로 분산되고, 지방의 중·고교생이 입시를 위해 서울로 이주해올 필요가 없다"고 꼬집었다.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에 따르면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는 한국은행이 제안한 지역별 비례선발제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확인됐다. /더팩트 DB |
◆ 아파트 매매가격 변화 영향주는 '교육환경'
지난달 30일 기획재정부를 방문한 자리에서는 "(대학 신입생을) 성적순으로 뽑는 것은 가장 공정한 것은 아니다"며 "아이들 교육한다고 여성들이 경력을 희생하는데 과연 그 아이들이 행복할 것인가, 강남 부모들은 생각해봐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부모의 목표를) 달성 못한 아이들한테는 평생의 짐을 지우는 것이다. 이런 사회가 계속되는 것이 바람직한지 생각해보자는 것"이라며 "지역 비례선발제가 도입되면 한은이 금리를 조정하는 것보다도 수도권 부동산 가격을 더 효과적으로 안정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국회 입법조사처는 지역별 비례선발제와 부동산 시장 안정화와의 관계에 관한 연구는 찾기 어렵지만, 교육환경이 아파트 가격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에서는 환경이 부동산 가격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다만 지역별 비례선발제와 부동산 가격과의 관계에 관해서는 더 연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실제 교육환경은 집값 상승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지형공간정보학회가 발행한 '사교육 밀집 환경이 아파트 가격 형성에 미치는 영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사교육 환경이 아파트 매매가격 변화에 영향을 줬다. 나아가 부동산 정책을 수립할 때 교육환경과 사교육 밀집도를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차규근 의원은 "지역별 비례선발제가 나오게 된 배경이 입시 과열과 부동산 가격"이라며 "정부는 자율적으로 맡기겠다며 뒷짐 질 것이 아니라 관련 기관과 함께 지역별 비례선발제와 부동산 안정화 효과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j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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