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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 시한부에도 천국 같은 1년 보냈다”…암 투병 사실 숨긴 ‘할매래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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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 이상 생존하기 힘들다는 진단을 받고도 암 투병 사실을 숨기며 1년간 래퍼 활동을 해온 수니와칠공주 서무석 할머니(가운데). 칠곡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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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니와칠공주 서무석 할머니(87)와 3명의 딸이 지난 2월 제주도의 한 호텔에서 랩을 하며 즐거워 하고 있다. 전경숙씨 제공


“길어야 ‘3개월’이라는 시한부 판정을 받았지만, 랩을 하며 천국 같은 1년을 보내셨어요.”

여든이 넘어 한글을 깨친 할머니들로 구성된 경북 칠곡할매래퍼 그룹 ‘수니와칠공주’ 멤버인 서무석 할머니(87)가 래퍼로 활동하기 위해 암 투병을 사실을 숨겨온 것으로 알려졌다. 서 할머니는 현재 위중한 상태다.

경북 칠곡군은 서 할머니가 지난 1월 대구의 한 대학병원에서 림프종 혈액암 3기 판정을 받고 3개월 이상 생존하기 힘들다는 진단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13일 밝혔다. 지난해 8월 그룹 활동을 시작한 지 5개월 만이다.

서 할머니는 암 투병 사실이 알려지면 그룹 활동을 이어가지 못한다는 걱정에 가족을 제외하고 그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았다고 한다. 암이 점점 전이되는 상황에서도 매주 화·목요일에 진행되는 랩 연습에 매진하는 등 남은 열정을 불태워가며 무대에 섰다.

투병 중에도 할머니는 각종 방송과 정부 정책 홍보영상, 뮤직비디오 등을 제작하고 국가보훈부의 ‘보훈아너스 클럽 위원’으로 활동했다. 지난 4일에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주관 ‘한글주간 개막식’ 공연 대미를 장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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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니와칠공주 서무석 할머니(87)와 3명의 딸이 지난 2월 제주도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전경숙씨 제공


하지만 지난 6일부터 할머니의 건강상태가 갑자기 나빠졌다. 정밀검사 결과 암이 폐로 전이 됐고 현재 의식이 없는 등 위중한 상태다.

가족들은 병원에서 혈액암 판정을 받자마자 할머니의 래퍼 활동을 만류했었다. 하지만 랩을 하며 아이처럼 기뻐하고 행복해하는 할머니의 모습을 보며 가슴앓이만 해왔다고 한다.

할머니의 장녀 전경숙씨(65)는 “랩을 하면서 웃고 행복해하시는 모습을 보니 말릴 수가 없었다”며 “지난 주말 몸져누워 있는 상황에서도 누구에게도 암 투병을 알리지 말라고 하실 만큼 랩에 진심이셨다”고 전했다.

이어 “엄마는 평생 누리지 못했던 천국 같은 1년을 보냈다. 랩을 하는 행복감으로 암을 이겨내며 6개월을 더 살고 있다”며 “엄마가 랩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신 칠곡군과 랩 선생님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서 할머니와 3명의 딸은 지난 2월 설 명절을 보내고 제주도로 마지막 여행을 다녀왔다. 제주도에서도 할머니는 딸들과 랩을 하며 행복해했다.

서 할머니의 입원 소식이 알려지자 쾌유를 기원하는 응원의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원조할매래퍼 배우 김영옥씨는 “만나서 랩을 하기로 약속했는데 이렇게 누워계시면 안 된다”며 “병상을 박차고 일어나 그토록 좋아하는 랩을 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강정애 국가보훈부 장관도 “다시 만나 랩을 하기로 한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김재욱 칠곡군수는 “서 어르신은 행복 바이러스로 암세포와 싸우며 마지막 남은 열정까지 불살라 우리에게 큰 감동을 주셨다”며 “하루빨리 건강을 회복해 수니와칠공주 구성원으로 복귀하길 바란다”고 응원했다.

수니와칠공주는 지난해 8월 칠곡군 지천면에 사는 할머니들이 모여 결성한 8인조 그룹이다. 성인문해교육을 통해 뒤늦게 한글을 깨치고 랩에 도전했다. 이 그룹의 평균연령은 85세다.

할머니들은 인생의 애환이 담겨있는 직접 쓴 시로 랩 가사를 만들어 인기를 얻었다. 세계 3대 국제 뉴스 통신사로 꼽히는 로이터(Reuters)와 AP(Associated Press), 중국 관영 중앙TV(CCTV), 일본 공영방송인 NHK 등도 할머니를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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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무석 할머니(87). 칠곡군 제공


김현수 기자 kh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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