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동 주미대사는 1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주미한국대사관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시설 확보를 위해 미국을 설득해야 한다’는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의 질의에 “(내년 1월) 미국 신정부 출범 후 우선 추진 현안으로 삼겠다”고 말했다. 조 대사는 또 일본과의 재처리·농축 권한을 비교하는 국민의힘 인요한 의원의 질의에는 “미국이 여야 없이 핵비확산에 대해서는 강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면서도 “미국과 좀더 협의하고 진전시켜나갈 과제인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1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주미한국대사관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 국정감사에서 조현동 주미대사(왼쪽)가 여야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홍주형 특파원 |
한·미원자력협정에 의해 한국은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를 할 수 없다. 지난 2015년 개정된 한·미 원자력협정에서도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는 인정받지 못했고 핵무기로 전용이 불가능한 재활용 기술(파이로프로세싱) 연구만 일부 허용받았다. 하지만 일본은 1988년 미·일 원자력협정에 근거해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20% 미만 우라늄 농축 허용 및 합의 시 고농축 승인 권한을 갖고 있다. 한미 원자력협정은 2035년 유효기간이 만료된다.
주미한국대사관은 국감 종료 뒤 별도의 설명자료를 통해 조 대사가 원자력 에너지 활용 과정에서의 사용후 핵연료 관리 필요성에 대해 원론적 차원에서 공감을 표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 최근 한·미 간 원자력 협력 강화 노력을 차기 행정부와도 지속해 나가겠다는 취지로 한 언급이라고 설명했다.
조 대사 역시 독자적 핵무장이나 전술핵 재배치는 한국 정부의 입장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확장억제 강화는 (한국이) 독자 핵무장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 전제”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한·미 핵협의그룹(NCG), 워싱턴선언 등을 통해 확장억제를 구체적으로, 제도적으로 강화하는 취지는 자체 핵무장이나 전술핵 재배치까지는 가지 않은 상태에서 우리가 북핵 위협에 대응하는 최선의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조 대사는 최근 이시바 시게루 신임 일본 총리가 거론한 ‘아시아판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구상에 대해선 “바이든 행정부 하에서 오커스(AUKUS·미국·영국·호주 안보 동맹), 쿼드(Quad·미국·일본·호주·인도의 안보 협의체) 등의 소(小)다자 협력을 강화해온 것은 사실이나 워싱턴에서 그 논의를 들은 적은 없다”고 밝혔다.
조 대사는 공화당 대통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보편적 관세’ 도입을 공약한 데 대해 “우리처럼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이 있는 나라에게는 협정 위반이 될 수 있다”고도 말했다. 그러면서 실제 관세 도입이 현실화될 경우 “(미국과) FTA를 체결한 다른 나라와 공조해서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재집권시 바이든 행정부의 입법 성과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폐기할 경우 그 법에 따른 미국 보조금 수령을 전제로 대미투자를 결정한 한국 기업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공화당이 (11월 의회 선거에서) 상·하 양원을 다 장악하지 않는 한 폐기는 어렵다“며 “어떤 상황에서든 우리 기업의 불이익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12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대표부에서 열린 외통위 국감에서는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의 지난달 26일 ”북한은 2006년 ‘사실상 핵보유국’이 됐다”는 AP 통신 인터뷰 발언이 도마에 올랐다. 황준국 주유엔 한국대사는 ’사실상의 핵보유국’(a de facto nuclear weapon possessor state)이라는 언급이 담긴 그로시 총장의 언급과 관련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발언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그로시 사무총장은 사실상 핵보유국이라는 새로운 말을 만들었다”며 “이는 법적·정치적의미에서 핵보유국과는 전혀 다른 의미로 쓴 것”이라고 설명했다.
워싱턴=홍주형 특파원 jh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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