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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DMA 압박에 독점 생태계 무너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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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동아 김예지 기자] 애플이 유럽연합(EU) 디지털 시장법(DMA)에 대응해 굳건하던 독점 생태계 정책을 순차적으로 바꾸고 있다. 이에 따라 다양한 앱 마켓 플랫폼이 공존하며 개발자와 소비자는 더 많은 선택지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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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로고 / 출처=pixabay


EU, 빅테크 겨냥한 DMA 시행

EU가 지난 3월부터 시행한 DMA는 대규모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시장 지배력 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규제를 일컫는다. 구글, 애플,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알파벳, 틱톡 바이트댄스 등 6개 기업을 게이트키퍼(다수 서비스 기업과 시장 이용자를 연결하는 플랫폼 서비스 기업)으로 선 지정하고, 이들 기업에게 의무사항 및 금지사항을 부여하는 법이다.

AI 분야에서 상대적으로 약세인 EU는 유럽의 디지털 경쟁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빅테크를 견제하기 위해 DMA, 디지털 서비스법(DSA), 개인정보보호법(GDPR) 등을 도입했다. 특히 사후 규제 방식을 적용했을 때 빅테크가 기존 법망을 우회해 법적 실효성이 떨어지자, 사전 규제 방식을 채택했다. 주요 준수 사항으로는 ▲타서비스 허용 ▲외부결제 허용 ▲데이터 접근 허용 ▲상호 운용성 확보 등이다. 이를 어길 경우 벌금이 부과되고 EU 시장 진입이 불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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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깃발 / 출처=pixabay


애플, 독점 생태계 정책 개선

규제의 중심에는 애플이 있다. EU는 애플에 그간 유지해 왔던 폐쇄적 생태계를 개방하라는 압박을 가했다. 지난 3월 EU는 애플에 음악 스트리밍 앱 시장에서 시장 지배력을 남용했다는 이유로 약 18억 유로(약 2조 7000억 원)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했다. 또한 지난 6월에는 폐쇄적인 앱스토어 운영 방식에 본격 문제를 제기했다.

EU의 강력한 규제 기조에 애플은 유럽에서 앱스토어, iOS, 사파리 등에 대한 정책을 변경했다. 우선 애플의 앱스토어가 아닌 제3자 앱 마켓을 통한 앱 다운로드를 허용했다. 외부 웹사이트 주소(URL)를 통해 앱을 설치하는 것도 가능케 했다. 애플 생태계를 구성하는 핵심 플랫폼인 앱스토어의 정책 변경은 눈여겨 볼 만하다. 애플은 인앱 결제 시스템도 개선했다. 애플 결제 시스템 외 대체 결제 시스템을 허용했다. 애플 결제 시스템의 수수료도 기존 30%에서 17% 수준으로 낮췄다.

덕분에 DMA 규제 이후 유럽에서는 대체 앱스토어가 속속 출현했다. 예컨대 에픽게임즈는 유럽에서 아이폰 사용자들을 위한 ‘에픽게임즈 스토어’ 출시를 발표했다. 에픽게임즈는 구글 앱 장터를 우회하는 결제 시스템을 구축했다가 앱 마켓에서 퇴출당했던 미국의 유명 게임 개발사다. 또한 세계 최대 음원 플랫폼 스포티파이는 유럽에서 아이폰 사용자들이 자사 웹사이트에서 음원 구독을 신청할 수 있는 링크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도 앱 마켓 원스토어가 2025년을 출시 목표로 iOS 전용 앱마켓 개발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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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아이폰 화면 / 출처=애플 캡처


애플은 애플페이 외 다른 간편 결제 서비스를 허용했다. 지난 8월 애플은 오는 28일(현지시간) 출시할 iOS 18.1부터 애플페이·애플월렛 외 보안 요건을 충족한 앱에 한해 근거리무선통신(NFC) 비접촉식 결제 서비스를 허용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외부 개발자들은 애플 API를 활용해 아이폰에서 간편결제, 학생증 등 NFC 활용 앱을 운영할 수 있게 된다. 다만 NFC 지원 단말기가 제한적이고, 결제 서비스 이용 시 별도 수수료가 부과될 예정이다. 이에 업계는 사업자들이 당분간 이를 활용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애플은 EU에서 브라우저 옵션도 업데이트 했다. 모바일 사용자들이 사파리를 처음 열 때, 선택화면에서 사파리 외 제3자 브라우저 목록에서 선택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했다. 올해 말부터는 EU 국가 사용자가 12개의 필수 브라우저의 옵션 목록을 살펴본 후, 선택 화면에서 바로 기본 브라우저를 선택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아이패드에도 적용된다. 또한 사용자는 메시지, 전화 통화, 스팸 필터, 비밀번호 관리자 및 키보드에 대한 기본값을 설정할 수 있게 된다. 아울러 설정과 전화를 제외한 앱스토어, 메시지, 카메라, 사진, 사파리 등 더 많은 앱을 삭제할 수 있게 된다. 2025년 봄에는 내비게이션 앱과 번역에 대한 기본값 설정 지원이 추가될 것으로 예측된다.

지난 9월 EU 반독점 규제 기관은 독점 금지 조치를 보장하는 절차를 본격 개시했다. 이 절차에 따라 EU는 DMA를 준수하기 위한 구체적 규제를 명시할 예정이다. EU는 애플에게 6개월 내 타사 스마트워치 및 헤드폰, VR 기기, 기타 인터넷 연결 장치가 iOS 연결을 호환할 수 있도록 권한을 주도록 명령했다. 또한 개발사와 타사가 제출한 iOS 및 iPadOS 상호 운용성 요청을 애플이 공정하게 처리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EU는 애플이 DMA를 준수하지 못 할 경우, 연간 글로벌 매출의 최대 10%에 해당하는 벌금을 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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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결제 정책 / 출처=애플 캡처


수수료 꼼수 논란 빚은 애플

한편 애플은 DMA 규제 압박에 몇 가지 정책을 바꾸긴 했지만, 꼼수를 부리며 이에 맞서는 모습을 보였다. 우선 애플은 핵심 기술 수수료라는 새로운 수수료를 만들어 논란을 빚었다. 애플은 앱 배포 건수가 100만 건을 넘을 경우, 앱 개발자들에게 초과분 1건당 0.5유로(약 737원)씩을 부과했다. 업계는 애플이 기존 수수료를 인하하는 대신 새로운 수수료를 만들어 이를 채우고자 했다며 비판을 감추지 않았다.

또한 애플은 스토어 서비스 수수료를 추가했다. 스토어 서비스 수수료는 개발자가 앱 다운로드를 유도하기 위해 외부 링크를 포함하는 경우, 사용자가 앱을 설치한 1년 내 발생하는 디지털 상품 및 서비스 판매에 대해 부과하는 수수료다. 개발자는 iOS 뿐만 아니라 윈도우 PC 등에서 이뤄지는 판매에 대해서도 애플에 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

애플은 사용자가 앱스토어에서 앱을 다운로드 할 경우 개발자에게 20% 수수료를 부과한다. 이 때, 사용자가 타사 앱스토어에서 앱을 다운로드 하면 개발자에게 추가 10%의 수수료를 부과한다. 또한 사용자가 앱을 처음 설치한 후 1년 내 디지털 상품 및 서비스를 구매하면 추가 5% 수수료를 부과한다. 결국 애플은 개발자에게 앱을 비롯해 1년 이내 판매한 건에 대해 25%의 수수료를 받는 셈이다.

미국 매체 더 버지에 따르면, 스포티파이 대변인 진 모건(Jeanne Moran)은 “애플은 DMA의 기본 요구 사항을 노골적으로 무시하고 있다. EU는 기본 요소에 반복적인 수수료를 부과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우리는 위원회가 조사를 신속히 진행하고, 일일 벌금을 부과하고, DMA를 시행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애플은 EU에서 자사의 애플 인텔리전스 AI 기능, 아이폰 미러링, 화면 공유 기능 등 출시도 연기할 계획을 밝혔다. 애플은 iOS 18.1 업데이트를 통해 아이폰15 프로·아이폰15 프로맥스, 아이폰16에서 애플 인텔리전스 기능 일부를 사용할 수 있게끔 할 예정이었다. 애플은 DMA의 상호 운용성 요구사항이 사용자 프라이버시와 데이터 보안을 위협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EU를 탓했다. 애플은 자사의 AI 기술이 다른 경쟁 기기에서 사용되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애플과 EU 반독점 규제 기관이 어떻게 줄다리기를 이어갈 지 귀추가 주목된다. 그러나 애플은 유럽이라는 큰 시장을 잃기에는 손실이 크기 때문에 결국 애플의 독점 시대는 막을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글 / IT동아 김예지 (yj@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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