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법 전경. 백경열 기자 |
불법 입양한 신생아를 방치해 숨지게 하고 시신을 암매장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남녀가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이들에게 자신이 낳은 여아를 넘긴 미혼모에게도 징역형을 내렸다.
대구지법 제11형사부(재판장 이종길)는 아동학대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위반(아동학대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A씨(33·여)와 B씨(29)씨 등 2명에게 각각 징역 5∼7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들에게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이수 40시간과 아동 관련 기관 취업제한 5∼7년 등도 함께 명령했다.
이날 재판부는 피해 여아를 A씨 등에게 넘긴 혐의(아동복지법 위반) 등으로 함께 기소된 친모 C씨(33)에게도 징역 3년형을 선고했다.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이수 40시간 및 아동 관련 기관 취업제한 5년 등도 함께 내렸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 A·B씨를 두고 “아무런 의사 능력이 없는 피해 아동에게 저지른 범행 수법과 경위 등을 볼 때 죄질이 좋지 않아 엄벌이 필요하다”면서 “다만 계획적으로 피해 아동을 사망에 이르게 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이며 반성하고 있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C씨에 대해서는 “적법한 절차 없이 양육 환경도 확인하지 않은 채 딸을 (A씨 등에) 입양시키고 피해 아동 시체 유기에도 동의하는 등 죄질이 불량하다”며 “하지만 경제적 어려움으로 입양을 선택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판시했다.
수사당국 등에 따르면, A·B씨는 지난해 2월24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오픈채팅방을 통해 C씨와 연락해 생후 7일 된 여자아이를 불법으로 입양했다. 아이는 A씨 등이 머물던 경기도 동두천에 있는 집에 도착한 이튿날부터 제대로 호흡하지 못하는 등 이상 증세를 보이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불법 입양된 여아는 병원 등에서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한 채 방치됐다. 이상 증세가 나타난 열흘 뒤인 3월7일에는 숨을 쉬지 않는 상태로 발견됐다. A씨는 119에 이러한 사실을 신고하지 않은 채 인터넷에서 검색한 심장마사지·가래침 제거 등 조치를 했고 피해 여아는 결국 사망했다.
A씨는 여아의 시신을 당시 키우던 반려동물의 장례를 위해 구입해 놓은 나무관에 담아 보관했다. 이후 이틀 뒤인 3월9일 경기도 포천시에 있는 친척 집 마당에 암매장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조사에서 A·B씨는 “경제적 능력이 없었으며 아이가 좋아서 불법 입양을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범행 사실은 지자체가 경찰에 단서를 제공하고 수개월간 수사가 이어지면서 밝혀지게 됐다. 대구 동구는 출생 신고된 여아의 정기예방접종 기록 등이 확인되지 않자 지난 1월31일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이후 경찰은 증거 확보를 위해 수십차례 통신, 계좌 등의 압수수색에 나서는 등 약 4개월간 집중 수사를 벌여 사건의 실체를 파악했다.
피고인 C씨는 A씨 등이 피해 여아 시신을 암매장한 직후 휴대전화 문자로 이러한 사실을 알렸음에도 수사당국 등에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C씨는 아이를 불법 입양보낸 뒤에도 관할 당국에 거짓으로 사회보장급여 신청서를 제출해 약 990만원의 양육·아동수당을 지급받은 것으로도 조사됐다.
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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