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기대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곽영래 기자] |
나라가 엉망이다. 보수건 진보건 대다수의 국민들은 “어쩌다 나라가 이 지경이 되었느냐”며 한탄과 분노를 넘어 체념에 이르고 있다. 성난 민심이 어떤 상황을 불러올지 두렵다.
나라 전체가 ‘김건희 타령’으로 날을 지새우고 있다. 선출되지 않은 ‘곁불 권력’ 김건희 여사로 인해 대통령 부인의 국가권력 사유화, 국정농단 의혹이란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는 것이다.
김 여사 관련 의혹은 이미 드러난 것만 해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품백 수수, 국민의힘 공천 및 공공기관 인사 개입 등 사안이 매우 중대하다. 여기에 폭로가 예고된 각종 의혹까지 더하면 기가 찰 노릇이다. 김 여사의 국정운영에 대한 영향력은 어쩌면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크고 광범위할 수 있다. 역대 어느 정권에서 영부인 문제가 이렇게 나라를 시끄럽게 한 적이 있었던가.
특히 김 여사와 관련된 공공기관 인사 및 공천 개입 의혹은 사실로 확인될 경우 윤 정권의 운명은 물론 국가 전체가 혼란의 수렁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크다.
김 여사가 윤 정권 탄생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하더라도 ‘대통령 부인’이라는 위치가 공공의 권력을 행사할 정당성을 부여받은 것은 아니다. 국민이 부여하지 않은 권력을 사인(私人)이 행사하는 것은 명백한 국정농단이며, 이는 국가 시스템의 근간을 뒤흔드는 행위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데는 윤 대통령의 책임이 가장 크다. 그간 보여준 김 여사에 대한 대응 방식은 이미 많은 국민에게 실망과 불신을 안겨주었고, 회복할 수 있는 단계를 넘어섰다.
세간에 ‘김건희 대통령, 윤석열 영부남’이라는 비아냥이 나오는 이유다.
더욱 심각한 것은 윤 대통령이 김 여사를 제어할 의지가 없고 노력도 별로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김 여사 문제만 나오면 화들짝 놀라 외면하거나 입틀막 하려는 모습으로 비치는 상황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독대를 거부한 것도 김 여사 문제가 대화의 주제가 되는 것을 꺼리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거듭된 거부권 행사도 야당의 정략적 공세와 법안의 일부 문제에도 불구하고 김 여사를 감싸고 처벌할 의사가 없다는 것을 명백히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지금처럼 검찰을 압박해 김 여사 관련 사안을 불기소 처분하고, 특검법을 계속해서 거부권으로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둑은 이미 무너지기 시작했다. 역대 정권에서 그랬던 것처럼 검찰도 김 여사 감싸기를 지속할 경우 검찰조직을 지키기 어렵다고 판단하면 어떤 이유를 내세워서라도 주인을 물 것이다. 김건희 특검법도 여당인 국민의힘 친 한동훈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통과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최근 특검법 재표결에서 4명이 이탈했고 통과에 필요한 나머지 4표도 상황에 따라 추가 가세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렇게 엄중한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여전히 김 여사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모습을 계속 보인다면 정국 정상화를 위한 돌파구를 마련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다. 대통령 주변 사람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이 김 여사와 결혼에 이르는 과정, 그 이후 검찰총장 그리고 대통령이 되는 과정에서 김 여사가 했던 역할과 무관하지 않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무엇보다도 윤 대통령이 대다수의 중년 남성처럼 ‘부인을 이기는 장사’가 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필부가 아니다. 나라와 국민에 대한 막대한 책무를 진 대통령으로서 이런 행태는 자격미달에 해당한다. 국민이 부인의 ‘호위무사’로 뽑아준 게 아니다. 선출되지 않은 ‘곁불 권력’이 호가호위할 수 있게 길을 터주고 본인은 그 옆에서 추임새를 넣고 있다고 국민은 보고 있다. 이미 엄중한 국제정세와 불안한 국가안보, 추락하는 서민경제와 역사 퇴행에 따른 국론분열, 성과없는 국정운영 등으로 고작 20%대의 국정지지율을 유지하는 식물정권이나 다름없다.
혹자는 김 여사가 조금 더 일찍 사과하고 근신해 왔다면 논란의 불씨를 최소화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워한다. 그러나 이제는 사과와 근신만으로 문제가 해결되기를 바라기에는 너무 늦었다. 국민이 용납하지 않는 상황까지 온 것이다.
해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김 여사가 모든 국민과 동등한 입장에서 법 앞에서 엄정한 조사를 받고, 필요하다면 사법적 심판을 받는 것이다. 이는 단지 김 여사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윤 정권과 한국 정치 전체의 신뢰와 직결된 문제다. 윤 대통령이 ‘법 앞에 평등’이라는 법치주의 원칙을 준수하고 있음을 보여줘야 이 혼란을 잠재울 수 있다.
김 여사도 대통령 부인이라는 자리가 더욱 높은 도덕적 기준과 사회적 책임을 요구받는 상징적인 자리라는 점을 자각하고 법 앞에서 평등하게 행동하고 그 결과를 겸허히 수용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윤 대통령과 김 여사가 이를 직시하지 않고 미몽에서 깨어나지 못한다면 엄청난 불행에 직면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민심을 보건 데 시간이 별로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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