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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종 중 먼저 태어난 ‘진달래꽃’ 초간본은?

조선일보 황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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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5년 발행된 김소월 시집 2종
1925년 출간된 김소월 시집 '진달래꽃' 중앙서림본(왼쪽)과 한성도서주식회사본. /한국근대문학관

1925년 출간된 김소월 시집 '진달래꽃' 중앙서림본(왼쪽)과 한성도서주식회사본. /한국근대문학관


내년 출간 100주년을 앞둔 김소월(1902~1934) 시집 ‘진달래꽃’ 초간본 2종 중 먼저 인쇄된 판본을 추정할 수 있다는 내용의 논문이 한국문화재보존과학회 학술지 최근호에 실렸다. ‘진달래꽃’ 초간본에는 표제작을 비롯해 ‘먼후일’ ‘산유화’ ‘엄마야 누나야’ 등 총 127편의 시가 담겼다. 총판매소에 따라 중앙서림(中央書林)본과 한성도서주식회사(漢城圖書株式會社)본으로 나뉜다.

1925년 12월 26일 매문사에서 발행한 두 판본은 표지를 빼면 본문 내용에 큰 차이가 없다. 판권지 기록(간행 시기·발행자·인쇄소·발행소)도 같다. 하지만 유우식 경북대 인문학술원 객원교수와 유영식 단국대 자유교양학부 교수가 쓴 ‘이미지 비교와 분석을 통한 김소월 시집 ‘진달래꽃’ 초간본 이본의 인쇄 방법 추정’ 논문에 따르면, 초간본 2종 중 중앙서림본이 먼저 인쇄된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생산 설비 기업 웨이퍼마스터 대표이기도 한 유우식 교수는 직접 개발한 이미지 분석 소프트웨어 픽맨을 활용해 두 판본의 본문을 비교했다. 그 결과 시가 인쇄된 영역의 높이는 같지만, 폭을 비교하면 한성도서본이 약 2.4% 더 넓은 것으로 확인됐다. 두 판본을 겹쳐보면 시 ‘진달래꽃’의 ‘삽분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라는 구절에서 밀림 현상이 누적돼 폭이 넓어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같은 활자를 조판해서 인쇄했을 때는 일어날 수 없는 현상이라는 것이다.

유우식·유영식 교수가 한국문화재보존학회 학술지 최신호에 실은 논문 본문 내용. 두 초간본의 폭을 겹쳐 비교했다. /유우식 교수 제공

유우식·유영식 교수가 한국문화재보존학회 학술지 최신호에 실은 논문 본문 내용. 두 초간본의 폭을 겹쳐 비교했다. /유우식 교수 제공


1883년 이후 국내에 도입된 활판인쇄 방식은 원압식·평압식·윤전식 등 총 세 종류다. 윤전식 인쇄기는 인쇄물이 한쪽으로 늘어나는 형태로 인쇄된다. 논문은 원압식 또는 평압식으로 원형을 만들어 찍은(중앙서림본) 다음, 이를 활용해 연판을 여러장 만들어 윤전식으로 인쇄(한성도서본)했을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유우식 교수는 “중앙서림본과 달리 한성도서본 표지에 꽃 그림이 있는 점, 1920년대에 쓰지 않은 표기인 ‘꽃’을 쓴 점 등을 미루어봤을 때 한성도서본은 중앙서림본 인쇄 이후 윤전식으로 대량 인쇄한 판본일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국가유산으로 지정된 4점도 중앙서림본이 1점, 한성도서본이 3점이다.

‘진달래꽃’ 초간본을 둘러싼 논란은 끊이질 않았다. 2011년 초간본 2종 4점을 국가유산으로 등록할 당시, 학계에서는 두 판본을 모두 초간본으로 볼 수 있느냐는 논란이 첨예하게 일었다. 2019년에는 엄동섭 문학서지 연구자가 한성도서본 이본을 발견했다며 초간본이 3종일 수 있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황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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