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를 향한 글로벌 투자은행(IB)의 비관적인 평가와 전망이 이어지는 가운데 삼성전자의 주가가 장중 5만원대까지 추락하는 등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일부 외국계 금융사는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5만~6만원대까지 낮춘 상태다.
이에 대해 국내 증권사들은 삼성전자의 경영환경이 우호적이지 않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외국계 금융사들의 평가와 전망은 과한 측면이 있다고 반박하면서 삼성전자에 투자한 '개미'들이 혼란도 커지고 있는 모습이다.
5일 엠피닥터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2일 전 거래일 대비 0.33% 내린 6만1300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에는 5만9900원을 기록하면서 '5만 전자'를 터치하기도 했다.
외국인이 삼성전자의 주가를 끌어내렸다. 외국인은 9월 한 달간 하루를 제외하고 모든 거래일 동안 삼성전자를 팔아치웠다. 지난 2일부터 18거래일 연속 순매도 행진이다. 이 기간 외국인의 순매도 규모는 약 8조7000억원에 달한다.
이처럼 외국인들의 투자심리가 악화한 것은 글로벌 금융사들이 잇따라 삼성전자에 대한 비관론을 제시하며 우려를 키운 탓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지난달 삼성전자의 메모리 부문 업황 악화를 이유로 목표가를 10만5000원에서 7만6000원으로 내려잡았고, 글로벌 금융그룹 맥쿼리 역시 메모리 부문의 수요 악화를 근거 삼아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낮췄다. 맥퀴리는 삼성전자 목표가를 12만5000원에서 6만4000원까지 내렸다.
뿐만 아니라 미국의 금융사 서스케하나는 삼성전자에 대한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하향하고, 목표가를 5만5000원까지 낮추기도 했다.
외국계 금융사들이 삼성전자에 대해 비관적인 평가를 내린 가장 큰 원인은 메모리 반도체의 업황이다. 메모리 반도체의 공급 과잉에 따라 판매 가격이 하락세에 접어들었다는 것이 이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여기에 기대를 모았던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도 엔비디아 납품 지연 등으로 경쟁력을 잃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밖에 주요 고객사들의 부족한 수요로 태일러 팹(생산공장)이 유휴자산이 될 가능성이 커 파운드리 사업에 대한 비용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고도 평가했다.
이에 대해 국내 증권사들 역시 삼성전자가 인공지능(AI) 반도체와 서버 인프라 투자에서 뒤처지고 있고, 반도체 다운 사이클에 취약하다고 판단하면서도 외국계 금융사들의 우려는 과하다고 지적한다.
현재 진행 중인 엔비디아의 퀄 테스트 통과와 함께 HBM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차세대 제품 출시에 대한 기대가 여전히 크다는 분석이다. 김형태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공급자 중심 메모리 수급 환경이 유지되며 우려 대비 양호한 2025년 업황이 기대된다”며 “연내 예상되는 HBM 시장에서의 성과 확인도 반등 재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 증권사들은 삼성전자에 대한 목표가를 하향하면서도 외국계 금융사처럼 큰 폭으로 낮추지는 않았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주요 증권사의 삼성전자의 목표가 평균은 9만9560원이다. 직전 평균 목표가인 10만8320원에서 약 8.08% 눈높이를 낮췄지만, 맥쿼리가 제시한 6만 4000원과 비교하면 35%의 괴리율을 보인다.
김경훈 기자 styxx@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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