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총회 연설하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유현민 특파원 =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기습공격으로 촉발된 가자지구 전쟁이 1년째 이어지면서 이스라엘 총리와 하마스를 지원하는 이란 최고지도자의 위상이 엇갈리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작년 10월 7일(현지시간) 가자지구 전쟁 발발 직후 하마스의 기습공격에 제대로 대비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직면해야 했다.
전쟁 발발 약 한 달 뒤인 작년 11월 9일 이스라엘 여론조사업체 라자르의 여론조사에서 네타냐후가 주도하는 여당 리쿠드당의 지지율은 18%에 그쳐 정적 베니 간츠가 이끄는 야당 국가통합당(40%)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리쿠드당의 지지율은 네타냐후가 가자지구 전쟁에서 강경 일변도 노선을 고수하고 인질 협상에 진척이 없으면서 반등의 계기를 찾지 못했다.
전쟁 장기화 속에 휴전·인질 문제를 해결하라는 여론이 정권 퇴진 운동으로 이어졌고 급기야 간츠 대표는 지난 6월 전시 내각에서 탈퇴하기도 했다.
그러나 7월 헤즈볼라 최고위급 지휘관 푸아드 슈크르와 하마스 수장 이스마일 하니예 등 반이스라엘 무장세력의 요인을 잇달아 암살하면서 네타냐후의 지지율 상승세는 뚜렷해졌다.
지난 8월 12일 라자르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리쿠드당의 지지율은 23%로 국가통합당(24%)을 바짝 뒤쫓았다.
그 뒤 이스라엘이 레바논 공세를 강화하고, 지난달 17∼18일 헤즈볼라 대원들의 통신수단인 무선 호출기(삐삐)·무전기(워키토키) 동시다발 폭발 사건 직후 여론조사에서는 국가통합당을 추월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지난달 27일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까지 공습으로 살해한 이후 리쿠드당의 상승세는 더욱 탄력을 받았다.
현지 매체 채널12가 지난달 29일 공개한 여론조사에서 리쿠드당은 '오늘 선거가 치러질 경우' 크네세트 전체 120석에서 25석으로 최다 의석을 차지할 것으로 나타났다.
하마스의 기습공격 직후 여론조사에서 리쿠드당이 17석을 확보하는 데 그칠 것이라는 결과와 비교하면 눈에 띄는 반전을 이뤄낸 셈이다.
이번 여론조사에서 응답자들은 네타냐후(38%)를 정적인 간츠(29%) 국가통합당 대표, 야권 지도자인 야이르 라피드(27%) 전 총리보다 총리직에 더 적합한 인물로 평가하기도 했다.
최근 레바논에서 헤즈볼라를 겨냥한 파상공세와 몇 주간 중동 전역에서 이뤄진 암살이 1년 전 하마스의 기습공격으로 정치 인생 최대 위기를 맞았던 네타냐후를 기사회생시킨 셈이다.
현지 정치 분석가 달리아 셰인들린은 "네타냐후는 확실히 전쟁 직후 (지지율) 폭락에서 회복했다"며 특히 대중의 관심이 헤즈볼라와 분쟁으로 옮겨진 것이 주효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이 하마스 소탕과 인질 구출이라는 가자지구 전쟁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지만 '저항의 축' 핵심인 헤즈볼라와 대결구도를 만든 것은 더 큰 결집 효과를 낳았다고 해설했다.
금요대예배 설교하는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
중동 반이스라엘 무장연대인 '저항의 축'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처지는 사뭇 상반된다.
이란은 하니예의 암살 주체로 이스라엘을 지목하고 보복을 공언했다. 그러나 보복이 미뤄지는 사이 이스라엘은 하마스 섬멸을 위한 가자지구 공격을 지속하면서도 헤즈볼라와 후티 등 역내 친이란 무장세력을 무력으로 강하게 압박했다.
특히 헤즈볼라를 겨냥해서는 지난달 17일 삐삐 폭발로 통신체계를 흔든 뒤 대규모 폭격과 레바논 내 지상전까지 감행했다.
이 과정에서 이란의 든든한 대리군 역할을 했던 헤즈볼라 수장 나스랄라가 사망했다. 이란으로서는 하니예에 이어 두 달도 채 안 돼 저항의 축의 핵심 조직 수장을 또 잃은 셈이다.
특히 하메네이는 나스랄라 피살에 큰 충격을 받았다는 게 이란 당국자들의 전언이다.
무엇보다 하니예, 나스랄라의 '표적 암살'로 이스라엘의 정보자산에 이란의 취약점이 그대로 드러났다는 점에서 이란으로선 심각한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이란은 하니예가 사망한 지 두 달만인 지난 1일 이스라엘을 겨냥해 탄도미사일 200발을 발사하며 벼르던 보복을 실행에 옮겼다.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폭사한 하니예와 나스랄라, 닐포루샨의 죽음에 대한 보복이라고 규정한 이날 공격 역시 약 반년 전과 마찬가지로 큰 타격을 주지 못했다.
이란은 올해 4월에도 시리아 다마스쿠스 주재 이란 대사관 영사부에 대한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이란혁명수비대 고위 지휘관이 살해되자 이스라엘 본토를 향해 360여기의 드론과 탄도·순항 미사일 150여발을 날렸다.
당시에도 미사일과 드론 대부분이 격추돼 이스라엘은 별다른 피해를 보지 않았다.
이스라엘은 군사력과 정보력을 동원해 '결심만 하면 어느 표적이든 제거할 수 있다'는 사실을 과시했지만 이란은 강력한 우군 헤즈볼라가 집중 공격을 받는 데도 단발성으로 장거리 미사일을 쏘는 것 외에 위력적인 모습을 보여주진 못했다.
하메네이는 이례적으로 4일 테헤란 시내 이맘 호메이니 모살라(대사원)에서 열린 금요대예배에 설교자로 등장했다.
그는 자신의 옆에 소총을 세워놓고 이스라엘에 대한 강경 대응 의지를 내비치며 "지도자들이 살해됐지만 지역(중동) 내 저항은 후퇴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으나 이스라엘은 오히려 재보복하겠다고 경고했다.
hyunmin623@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연합뉴스 앱 지금 바로 다운받기~
▶네이버 연합뉴스 채널 구독하기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