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연예뉴스 | 김효정 에디터] 지민 씨가 남긴 흩어진 증언들은 그의 억울함을 풀 수 있을까.
5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이하 '그알')에서는 '4살이 된 24살 - 흩어진 증언과 다이어리'라는 부제로 피해자가 진술하지 못한 채 사망해 난항을 겪고 있는 성폭력 사건을 추적했다.
김지민 씨는 스튜어디스를 꿈꾸던 꿈 많은 대학졸업생이었다. 그런데 지난해 8월 안타깝게 사망하고 말았다. 대체 그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지난 2021년 11월, 지민 씨는 평소 부모님과도 친해서 삼촌이라고 부르며 따르던 박 씨가 집에 온 날부터 이상 증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박 씨는 혼자 있기 싫다며 지민 씨를 데리고 방으로 들어갔는데 잠시 후 지민 씨가 소리를 지르며 이상한 행동을 하기 시작한 것.
이에 지민 씨의 어머니는 딸을 진정시키며 박 씨도 돌려보냈다. 그리고 대체 왜 그러는 것이냐고 묻자 지민 씨는 상상하지도 못했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앞서 운전면허 주행연습을 시켜주던 박 씨가 자신을 여러 차례 성폭행했으며, 이날 방문했던 날에도 성추행을 했다는 것.
무려 서른 날 넘게 차이 나서 삼촌이라고 따르던 그에게 충격적인 일을 당했다는 지민 씨. 이에 지민 씨의 부모님은 곧바로 박 씨를 신고했다.
그런데 그날 이후 지민 씨의 상태가 급격히 나빠지기 시작했다. 의사소통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멍한 표정으로 알 수 없는 말들을 하며 어린아이 같은 행동을 반복했던 것.
그리고 얼마 후 지민 씨는 극심한 스트레스로 4살 수준의 인지능력으로 퇴행했다는 진단을 받으며 정신과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다.
지민 씨가 힘든 시간들을 그렇게 계속 지나갔고, 박 씨는 지민 씨와의 관계가 강압적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강제로 모텔로 데려가거나 강압적으로 성관계를 하지 않았다는 것.
또한 지민 씨의 퇴행이 자신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며 사건 1년여 전 정신과 진료 기록을 언급했다. 과거에 앓았던 정신질환이 공교롭게 그 시기에 악화된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그런데 이를 반박할 수도 없이 지민 씨는 지난해 8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병원에서 퇴원한 후 부모님의 정성스러운 보살핌으로 조금씩 호전되었던 지민 씨가 박 씨와의 우연한 만남 이후 다시 고통을 호소하다가 2달 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었다.
피해자 진술도 하지 못한 지민 씨. 이에 지민 씨 부모님들은 딸의 기억이 돌아올 때마다 녹음을 해뒀다며 녹취 파일을 증거 자료로 공개했다.
또한 유품에서 발견된 과거 일기장과 사건과 관련된 메모도 발견되며 수사는 재개되었다.
녹취 파일과 메모를 통해 지민 씨는 박 씨에게 성폭력을 당한 정황들을 구체적으로 진술하고 있었다.
지민 씨가 크게 저항하지 않았다며 강압적인 관계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박 씨, 그는 자신의 모든 범행을 부인했다.
이에 전문가는 지민 씨가 박 씨에게 피해 입은 성폭력은 친족 성폭력과 비슷하다고 분석했다. 그리고 지민 씨 입장에서 최대한의 저항을 한 것이라고 했다.
또한 박 씨는 지민 씨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지민 씨의 부모에게 돌리고 있었다. 그리고 제작진은 취재 중 박 씨에 대한 뜻밖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그에게 성폭력을 당한 이가 지민 씨뿐만이 아니라는 것.
박 씨의 한 지인은 "대외적으로 친절하고 자상하고 여자 좋아하고 스킨십은 기본이다. 허벅지 만지고 손 만지고 볼에 뽀뽀는 기본이다. 그러다 술을 먹으면 추행이 본격적으로 이뤄진다. 가슴도 만지고 너랑 자고 싶다는 노골적인 이야기까지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어마무시한 사건이 있었다"라며 "그전에는 전혀 신고할 생각도 못했다. 사회적 분위기가 그랬다. 그리고 그 사람은 자기한테 불합리하거나 잘못될 거 같은 것을 잘 피한다"라고 말해 충격을 안겼다.
이를 들은 전문가는 "과거 70년대 80년대라면 주장할 만한 강간 통념, 여성의 No는 Yes다라는 식의 생각을 갖고 있다. 이 피의자는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성적인 범죄 행위의 패턴이 습관화된 것으로 보인다. 범죄심리학에서 이야기하는 성 맹수에 해당하는 특징들을 많이 가지고 있다. 상대 여성의 취약성, 특성, 이런 부분들을 어떤 누구보다 잘 파악을 하고 그 반응을 보고 계속해서 나아갈 수 있는 대상인지 멈춰야 할지, 이런 부분에 있어서는 일반인과 전혀 다른 경험을 한 사람이다"라고 박 씨를 분석했다.
그리고 박 씨는 자신의 아내에게 지민 씨 가족과 합의를 종용했다. 그러면서 그는 "내가 지민이 사망한 것으로 합의 보는 것이다. 성폭행해서 합의 보는 게 아니고 도의적인 책임이 있기 때문에 돈을 많이 주면 안 되고 최상한가가 천만 원이다. 높게 합의 보면 볼수록 우리가 불리하다. 지민이 측은 마땅한 증거가 없다. 지민이 아버지 진술밖에 없다. 정신 멀쩡할 때 관계를 했으니까 와서 강간당했다고 해야지. 안 했잖아. 피해자 측은 한방이 없다. 명확하다. 내가 안 한 건데 뭐. 나는 염려 안 한아. 난 1심 때 충분히 나갈 수 있다"라며 자신의 무죄를 확신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의 재판에서 다퉈야 할 쟁점이 많다고 했다. 전문가는 "비동의 간음죄가 아직까지는 법제화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동의가 없다는 사실만으로는 강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폭행이나 협박이 있어야 하는데 그 부분을 뒷받침할 수 있는 구체적인 진술은 없다. 물론 피해자가 심리적으로 압박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던 상황인 건 맞다. 피해자가 살아있다면 그거에 대해서 보강을 하거나 할 수 있을 텐데 그런 부분이 지금 없는 상태에서 그게 이제 재판에서 가장 중요한 쟁점이 되고 가장 문제가 될 것 같다"라고 견해를 밝혔다.
또 다른 전문가는 "이 사건은 피해자 진술이라는 주요 증거가 없는 반면에 제일 강한 증거는 정황이다. 관계가 있었던 무렵에 정신적인 충격으로 인해서 인지 장애라는 상해가 발생했고 또 그러다가 우연히 박 씨를 만난 바로 직후에 극단적인 선택을 해버렸고. 이런 정황들이 사실은 이 남자로부터 강제적으로 뭔가 성관계를 당했겠구나 라는 추정을 강하게 하는 가장 의심스러운 요소이다. 그런 것들이 분명 참작이 된다"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박 씨 측 변호인은 "박 씨가 잘했다는 게 아니라 이 사람이 책임져야 하는 범위 안에서보다 너무 과도한, 그러니까 한 사람을 죽인 것처럼 비난받는다. 이게 안 맞지 않나"라고 입장을 밝혔다.
그리고 한 전문가는 "진심 어린 저항을 했어? 증명해 봐. 왜 즉시 신고하지 않았어? 이걸 하고 싶은 거잖냐. 근데 피해자는 성폭력 피해자의 전형성을 완전히 갖고 있다. 이럴 수밖에 없는. 피해자가 진술을 못 한다는 이유로 수사를 중지할 이유가 없다. 피해자의 진술은 중요한 증거이긴 하지만 증거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라며 쓸쓸하게 홀로 떠난 지민 씨가 남긴 흩어진 증언들에 귀 기울여주길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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