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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정보망, 中해군 내부까지 뻗쳤다… ’핵잠 침몰 은폐’ 실패 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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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식의 온차이나]
中, 4개월 쉬쉬했지만 들통
美, 위성 판독 수준 넘는 정보 공개
“저우급 신형 공격용 핵잠
디젤엔진에 소형 원자로 탑재”
조선일보

지난 6월 초순 중국 허베이성 우한 우창조선소에서 대형 크레인 바지선 4척이 잠수함으로 추정되는 검은 물체를 물 속에서 들어올리고 있다(붉은 색 원안). /플래닛 랩스


중국이 개발 중인 최신형 저우(周)급 공격형 핵잠수함이 지난 5월말 또는 6월초 시험 항해를 앞두고 후베이성 우한시 우창조선소에서 침몰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9월26일 미 국방부 관리를 인용해 보도했죠. 블룸버그 보도를 보면 이 당국자는 국방부 대변인인 패트릭 라이더라고 합니다. 사실상 미 국방부가 침몰 사실을 공개한 거죠.

중국은 사고가 발생한 지 4개월 가까이 이 사실을 숨겨왔습니다. 미 해군 잠수함 함장 출신인 토머스 슈가트 신미국안보센터(CNAS) 선임연구원이 6월말 상업용 위성사진을 바탕으로 우창조선소에서 건조 중인 변종 039A형 공격형 잠수함 한 척이 침몰한 것으로 보인다는 글을 X(옛 트위터)에 올렸지만, 신형 핵잠수함이라는 사실은 몰랐어요. 이런 상황에서 미 국방부가 새로 개발 중인 저우급 핵잠수함의 첫 번째 함이 침몰했다고 확인을 한 겁니다. 이 핵잠수함은 재래식 디젤 엔진과 소형 원자로가 함께 들어가는 하이브리드형이라는 정보까지 나왔어요.

중국은 당혹해하는 모습이 역력합니다. 미 국방부가 공개한 내용은 위성사진 판독만으로는 얻을 수 없는 정보라고 해요. 중국 해군 내부에서 정보가 새나갔다는 겁니다.

◇민간 위성사진, 사고 현장 첫 포착

중국 잠수함 침몰 소식은 지난 6월 슈가트 선임연구원이 우창조선소 위성사진을 공개하면서 처음 알려졌어요. 5월29일 찍은 위성사진에 나와 있던 신형 잠수함이 6월 13일에 갑자기 사라졌다는 겁니다. 대형 크레인 바지선 4척이 잠수함으로 보이는 검은 물체를 수중에서 건져 올리는 사진도 올라왔어요.

슈가트는 이 잠수함이 중국의 위안(元)급 공격형 잠수함 039A형을 개량한 기종으로 봤습니다. 길이가 83~85미터로 039A형(77미터)보다 길고 선미 방향타도 X자 모양을 도입하는 등 달라진 점이 있다는 거죠.

039A형 공격형 잠수함은 수중배수량이 3600톤급으로 중국의 전략 핵잠수함인 094형(1만1000톤), 공격형 핵잠인 093형(7000톤)에 비해서는 작습니다. 대신 기동력이 좋고 대만해협 같은 수심이 얕은 곳에서 활동할 수 있어 대만 공격용 무기라고 할 수 있어요. 대함순항미사일과 어뢰 등을 장착하고 수상함과 잠수함 등을 공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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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해군의 039형 공격형 잠수함. /SCMP·X(옛 트위터)


◇미 당국, 위성 판독 수준 넘는 핵심 정보 공개

미 국방부는 슈가트의 추측과 달리 이 잠수함이 국유기업인 중국선박공업그룹(CSSC)이 새로 개발한 저우급 핵잠수함이라고 밝혔어요. 다만, 시험 항해 전에 침몰해 핵연료를 장착했는지, 침몰에 따른 방사능 유출이 있는지 등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고 했습니다. 국방부 관리는 이번 침몰과 관련해 “훈련 수준과 장비의 품질은 물론, 장기간 부패에 찌든 중국 방위산업에 대한 인민해방군의 내부 문책 시스템과 감독 체제에 더 큰 의문을 더한 사건”이라고 밝혔어요.

WSJ 보도 직후 군사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내륙의 장강변에 있는 우창조선소에서 핵잠수함을 건조했다는 게 맞느냐는 의문이 제기됐습니다. 중국의 핵잠수함은 그동안 발해만 후루다오조선소에서 주로 건조됐다는 거죠.

이런 의문과 관련해 미 국방부는 이 핵잠수함이 디젤 엔진에 소형 원자로를 더한 하이브리드형이라고 밝혔다고 워싱턴타임스가 보도했습니다. 디젤엔진을 장착한 재래식 잠수함은 핵잠수함처럼 수개월씩 잠항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게 단점이에요. 수시로 물 위로 올라와야 해서 적에게 쉽게 노출된다는 겁니다. 이런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기존 디젤 잠수함에 보조동력원으로 소형 원자로를 넣는 방식을 택했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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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워싱턴타임스는 9월30일 미 국방부 관리를 인용해 침몰한 중국 신형 잠수함이 디젤 잠수함에 소형 원자로를 더한 하이브리드형이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타임스 홈페이지


◇“잠수함 전력 격차 줄이기 차질”

중국은 시진핑 주석 집권 이후 미국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해군력 강화에 전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전체 해군 함정 숫자는 370여척으로 미국(299척)을 이미 넘어섰죠. 다만 잠수함으로만 국한해서 보면 양과 질의 측면에서 격차가 있습니다.

2022년 기준 중국의 잠수함 전력은 6척의 전략 핵잠수함과 6척의 공격형 핵잠수함, 48척의 재래식 공격형 잠수함 등으로 구성돼 있다고 해요. 미국은 모든 잠수함이 핵잠수함으로 14척의 탄도미사일 잠수함, 4척의 유도미사일 잠수함, 53척의 공격형 잠수함 등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항모와 수상함, 잠수함 전력에서 미국과 대등한 위치에 올라서야 동중국해와 남중국해, 대만해협 등지에서 영향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공격적으로 전력을 늘려왔는데, 이 과정에서 이번 사고가 발생했어요. 서방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로 단기간에 미국 해군력을 따라잡겠다는 중국의 구상은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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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주석이 2021년4월 하이난 싼야에서 094형 전략핵잠수함 창정 18호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덮개 위에 서서 군 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중국 CCTV


◇부인 못한 중 외교부, “알려줄 정보 없다”

핵잠수함 건조 과정에서는 침몰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고 해요. 미국도 1969년 캘리포니아 조선소에서 정박 중이던 핵추진잠수함 기타로가 근무자 실수로 침몰해 수리하는 데 32개월이 걸렸다고 합니다.

문제는 이런 큰 사고를 중국이 철저하게 숨겼다는 데 있어요. 핵연료 장착 여부 등도 일절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중국 외교부와 주미중국대사관은 미국 매체의 질문에 “알려줄 정보가 없다”고 답을 했어요. 통상 질문한 내용이 맞을 때 나오는 외교적 수사입니다. 만약 오보라면 “중국 해군력 발전에 조급한 미국의 모함”이라며 적극적으로 반박하고 나섰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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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9년 5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메어 아일랜드 해군조선소에서 건조 도중 작업자의 실수로 침몰한 기타로 핵잠수함. 항만예인선이 잠수함이 전복되지 않도록 떠받치고 있다. /미 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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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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