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브리핑] 北, 내주 개헌할 듯…남북기본합의서·NLL 무효화?
<출연: 이치동 연합뉴스 기자>
[앵커]
한 주간의 한반도 정세와 외교·안보 이슈를 정리해 보는 토요일 대담 코너 '한반도 브리핑'입니다.
국제, 외교·안보 분야 담당하는 이치동 기자와 함께하겠습니다.
이번 주 주요 사안부터 소개해주실까요.
[기자]
남북 관계의 기본 질서를 깨려는 김정은 정권의 몸부림이 정점에 달하고 있습니다.
오늘 다룰 내용 정리하고, 조금 더 전해드리겠습니다.
북한이 다음 주 최고인민회의를 열어, 헌법 개정안을 심의합니다.
통일부는 남북기본합의서를 파기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김정은, 김여정 남매가 쌍으로 대한민국을 향해, 말 폭탄을 날렸습니다.
핵무기도 없으면서, 핵보유국과 대결하는 허세를 부리며, 자멸의 길을 걷고 있다고 비아냥댔습니다.
한국과 미국이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이례적으로 조기 타결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 복귀 시, 재협상을 요구할 거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앵커]
북한의 헌법 개정 작업이 마무리 수순이라는 건데, 그 내용에 대해 이런저런 관측이 나오고 있던데요.
[기자]
먼저, 다음 주에 북한의 주요 정치 이벤트 두 개가 예정돼 있습니다.
내일모레죠.
7일 월요일에 우리로 치면 국회인 최고인민회의를 엽니다.
사회주의 헌법 개정안도 의제에 포함된다고 발표했습니다.
사흘 후엔 쌍십절이라고, 노동당 창건 기념일인데요.
말씀하셨듯이, 무엇보다 새 헌법 내용에 관심이 쏠립니다.
김정은 총비서가 9개월 전에 개헌을 지시하면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바 있죠.
당시 "주권 행사 영역을 명확히 하기 위해 법제화가 필요하다. 전쟁 발발 시, 대한민국을 완전히 점령, 평정하는 문제를 반영하라"고 주문했습니다.
또한, 남한은 동족이 아닌, 교전 상대국일 뿐이라면서, 민족, 자주, 평화 통일 개념도 지우겠다고 선언했죠.
최고인민회의가 우리 국회 격이라고 말씀드렸는데요.
아시듯이 노동당의 결정을 형식적으로 추인하는 거수기로 보면 되겠습니다.
그간 북한의 헌법 개정 움직임이 예상보다 늦어져서, 명분과 논리 개발에 어려움이 있다는 추측도 있었거든요.
어쨌든, 김정은 정권이 지난 연말부터 부르짖은 한 지붕 두 국가, '투 코리아' 캠페인의 결정판이 다음 주에 나오는 겁니다.
[앵커]
그런데 통일부는 30년 넘게 남북 관계의 근간이 된 남북기본합의서 파기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잖아요?
[기자]
흐름상 그럴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이 남북기본합의서가 남북 관계에 있어서 헌법과 같은 거로 볼 수 있는데요.
정식 명칭은 "남북 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 협력에 관한 합의서"로 33년 전에 체결됐습니다.
핵심은 남북 관계의 특수성인데요.
남북한이 정식 외교 관계를 맺을 수가 없잖아요.
우리 헌법상 북한이 한반도 북반부를 불법 점령한 반국가 단체이기 때문에 국가 대 국가 관계가 성립될 수 없는 거죠.
그래도 교류와 협력은 해야 하니, 통일로 가는 과정에서 잠정적 특수 관계로 규정하자는 게 기본합의서의 취지입니다.
이 특수성에 기반해서 북한 갈 때 여권 대신 통일부가 발행한 방문증을 들고 가고, 입국이 아니라 입경이고, 남북 간 조약이 아닌 합의서에 서명하는데요.
통일부 존재의 근거이기도 하죠.
1972년에 7.4 남북공동성명도 있었지만, 이건 말 그대로 원칙을 담은 성명이고, 남북기본합의서가 남북 당국 간 최초의 공식 합의 문서입니다.
북한의 기존 헌법 서문에는 "김일성과 김정일이 민족의 단합된 힘으로 통일을 성취하기 위한 길을 열어놓았다"고 적혀있습니다.
통일부는 북한이 이걸 삭제하고, 남북기본합의서 파기 선언까지도 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겁니다.
[앵커]
관련해서, 영토, 영해에 대한 조항에 귀추가 주목되는데요.
특히, 서해 북방한계선 NLL을 부정하고, 새 해상국경선을 일방적으로 선포할 거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죠?
[기자]
정전협정 체결 당시 지상과 달리, 해상 분계선에는 합의하지 못해서, 유엔군 사령관이 NLL을 설정했습니다.
동해와 서해상 경계선, 사실상 국경입니다.
특히, 서해 NLL 주변은 한반도의 화약고로 불리죠.
북한이 줄곧 NLL 무력화를 시도해왔습니다.
NLL 남쪽에 자의적인 해상 경계선을 긋고 공식화하려 하고 있는데요.
이번에 헌법을 바꾸면서, 이 부분을 넣을 거라는 전망에 힘이 실립니다.
[앵커]
북한 헌법 개정안이 공개되면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할 거 같은데요.
이 시점에 헌법을 바꾸겠다는 건, 아무래도 김정은 유일 영도 체제를 굳건히 하겠다는 의도로 봐야겠죠?
[기자]
집권 13년 차 김정은이 최근에 보이는 행보.
그러니까, 김일성, 김정일 시대 유산 지우기, 후광 벗어나기 움직임과 궤를 같이하는데요.
결국 대전제는 자신의 지도 체제 공고화, 내부 결속, 더 나아가 김씨 일가의 영구집권 기반 확보라는 분석입니다.
소위 김정은 사상이라는 걸 정립하는 게 상수고, 선대의 통일 유훈, 대남, 대미 관계 등 다른 건 다 종속 변수인 셈인 거죠.
곧 미국 대선이 있고, 이제 한해 과업을 마무리하고, 새해 계획을 수립하는 시즌으로 들어가는데요.
특히, 내년이 노동당 창건 80주년이어서, 이에 대한 준비를 본격화할 거로 예상됩니다.
김정은이 야심 차게 추진한 경제. 국방 발전 5개년 계획도 내년 말에 종료됩니다.
그러고 나면 바로 9차 당대회를 열어서, 바뀐 헌법에 근거한 새판짜기에 나설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내년 상황 전망까지 들어봤는데요.
우리 국군의 날 기념행사에 대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와 김여정 부부장의 반등도 살펴보죠.
비난과 조롱에 더해 거친 표현을 서슴지 않았던데요.
[기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습니다.
서부지구 특수전 부대를 시찰하면서 윤 대통령의 국군의 날 기념사에 대해 언급했습니다.
"핵을 보유하고 있는 국가의 문전에서 압도적인 군사 대응을 입에 올렸는데, 온전치 못한 사람 아닌가 싶어서 가관이더라"고 꼬집었습니다.
앞서, 김여정은 우리 군이 이번에 공개한 현무-5 탄도 미사일을 깎아내렸습니다.
탄두 최대 중량이 8톤으로 북한 지휘부 지하벙커 파괴용이죠.
"쓸데없이 몸집만 비대하다"면서, "핵보유국 앞에서 초라하지 않냐"고 조롱했습니다.
핵무기도 없는데, 무슨 전략사령부 창설이냐고도 비꼬았는데요.
자체 핵무기가 없는 대한민국이 가소롭다는 속내를 가감 없이 드러낸 겁니다.
이에 우리 군 당국이 입장을 냈습니다.
"우리의 전략적, 군사적 목표는 북한 동포가 아니다. 오직 김정은 한 명에게 맞춰져 있다"고 합참이 강조했습니다.
[앵커]
한미 간 방위비 분담금 협정 타결 소식도 좀 짚어보죠.
일단 현 협정은 내년 말까지 유효한 거죠?
[기자]
그렇습니다.
아직 시간이 꽤 남았는데, 올해 4월에 협상을 시작해서 5개월 만에 합의에 이른 건데요.
이게 쉬운 협상이 아니어서, 길게는 1년 반 넘게 걸린 적도 있는데 이번엔 그야말로 속전속결로 처리한 겁니다.
합의 발표가 어제 나왔으니까, 미 대선 딱 한 달 전 이거든요.
양측이 사실상 협상 시한을 정해놓고 서두른 거 같습니다.
한미 당국이 공식적으로 인정한 적은 없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을 고려해서 미리 협상을 마무리했다고 봐야겠죠.
이번 합의에 따라, 2026년에 한국이 낼 주한미군 주둔 비용 분담금이 1조 5천 2백억으로 늘었는데요.
2025년 1조 4천억 원 대비, 천 이백억 원, 8.3퍼센트 증가입니다.
이후 2030년까지는 매년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올려주기로 했습니다.
그간 연간 4퍼센트가 넘는 우리 국방비 증가율에 연동해서 올려줬지만, 이번엔 2퍼센트 대인 인플레이션을 적용하기로 한 점이 성과로 꼽힙니다.
[앵커]
이번 합의에서 첫해에 8퍼센트 이상 더 분담하기로 한 거잖아요.
일반적으로 연봉이나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하면 인상률이 크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기자]
이게 어쩔 수 없이 내야 하는 안보 보험료다, 아니다 오히려 미군의 한반도 이용료를 받아야 한다.
이렇게 의견이 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미 동맹이 꼭 필요하고, 핵심은 현재 28,000명에 달하는 주한미군이라는 현실은 부정할 수 없을 겁니다.
우리 정부가 1991년부터 방위비 분담을 해왔습니다.
관련 협상은 트럼프 시대 전과 후로 나뉩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한국에 방위비를 다섯 배 올려서 연간 50억 달러, 우리 돈으로 6조 원 넘게 요구하지 않았습니까.
당시 1년 단위로 협상했는데요.
결국 합의에 이르지 못한 상태에서 미 행정부가 바뀌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 취임 직후에 타결됐죠.
이를 두고 트럼프는 자신이 부자 나라인 한국의 분담금을 대폭 올려놨는데, 바이든이 재협상해서 되돌려 놓았다고 비판한 바 있습니다.
저도 외교부 출입하면서 방위비 협상 기사를 많이 썼는데요.
협상 대표 얘기도 들어보고요.
이게 특별 협정으로 우리나라에선 조약으로 간주 돼서 국회 비준을 거쳐야 합니다.
피 같은 세금을 쓰는 거라 한 푼이라도 깎으려 애를 쓰지만, 주한미군 지출 내역을 일일이 따지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고 합니다.
자칫 돈으로 따질 수 없는 상호 신뢰에 금이 갈 수도 있다는 우려도 신경 써야 하고요.
참고로 우리가 내는 돈은 9천 명 정도 되는 미군 부내 내 한국인 근로자 인건비와 기지 내 건설 비용, 그리고 군수 지원비 명목으로 쓰입니다.
주한미군은 결국 이 돈의 대부분이 한국 경제로 다시 들어간다고 강조합니다.
[앵커]
관건은 만약에 다음 달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기면, 협상을 다시 하자고 요구할 거냐이잖아요.
[기자]
그럴 가능성이 꽤 있어 보입니다.
우리와 달리, 미국에선 의회 동의가 필요 없는 행정 협정입니다.
트럼프가 오바마 행정부 시절에 타결된 이란 핵 합의를 파기한 바 있고, 파리 기후협약에서도 탈퇴했잖아요.
그럼에도 주요 동맹국인 한국의 국회가 비준한 협정을 일방적으로 깨기에는 정치 외교적 부담도 만만치 않을 겁니다.
한미 연합 훈련 축소나 전략 자산 전개 비용 청구서 등으로 압박할 수는 있겠습니다.
미 대선 결과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우리로서는 일단 협정에 서명해 놓고, 추후 상황에 따라 필요시 대응하는 현실적인 선택을 한 거로 봐야겠습니다.
[앵커]
김정은, 김여정 남매가 남다른 핵 부심을 드러내고 있는데요.
핵 공격 시도 시, 정권 종말을 맞게 될 거라는 한미 동맹의 분명한 경고도 염두에 두면 좋겠습니다.
오늘 한반도 브리핑 여기서 마칩니다.
이치동 기자와 함께했습니다.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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