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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성희 감독 “한국으로 온 이유는 미국 서부영화 찍고 ‘현타’ 와서” [2024 BIF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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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성희 감독. 사진 | 부산국제영화제 사무국

류성희 감독. 사진 | 부산국제영화제 사무국



[스포츠서울 | 부산=함상범 기자] 류성희 미술감독이 미국 영화계에서 종사하다 한국으로 급히 넘어오게 된 경위를 설명했다.

류성희 감독은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BIFF)에 신설된 여성 영화인에게 부여하는 까멜리아상의 첫 수상자가 됐다. 이와 관련해 5일 낮 12시 부산 해운대구 영상산업센터에서 인터뷰를 가졌다.

류 감독은 홍익대학교 졸업 후 아메리칸영화연구소에서 영화를 공부했으나, 돌연 한국으로 귀국했다. 미술 감독이라는 인식조차 없었던 한국 영화계에서 ‘살인의 추억’ ‘올드보이’ ‘괴물’ 등에 참여하며 영역의 전문성을 넓혔다. 류 감독이 왜 영화 산업의 심장인 미국에서 한국으로 오게 됐는가에 대한 질문이 있었다.

류 감독은 “제가 조그만 서부영화를 맡았었다. 독립영화를 찍고 난 밤에 결심을 했다. 왜냐면 사막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인데 총을 거칠 게 쏘다 다 죽어버리는 영화였다. 정말 힘들게 일했음에도 ‘현자타임’이 왔다. ‘나는 누구고 여긴 어디고, 왜 여기 있는가’라는 질문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왜 사막에 있는 웨스턴 바를 만들고, 콜 걸을 위한 세트를 만드는지 설명할 수 없었다. 그 영화를 찍을 때 완전히 깨달았다. 나에게 조금이라도 재능이 있다면 서양인이 한 걸 비슷하게 따라하기보다 내가 할 수 있는 걸 하면서 시간을 쓰는 게 나을 거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홍콩영화 ‘동방불패’를 봤는데, 무술할 때 한 걸음 한 걸음에 우주를 만드는 듯 했다. 주인공도 중성적이었다”며 “주위에서는 한국에는 영화 산업이 형성되지 않았다는 말을 많이 했다. 새벽에 이슬 맞고 죽는다는 말도 했다. 그래도 영화는 판타지니까 꿈을 꾸고 싶다는 마음으로 왔다”


실제로 한국에 돌아온 류 감독은 힘든 시기를 거쳤다. 오랜 유학생활 때문에 한국에 아는 사람조차 없어 영화 제작자들에 기회가 닿기 어려웠다. 직접 포트폴리오를 들고 영화사를 찾아가 자신을 알리는 시간을 가졌다. 자존심 상하면서 수치스러울 수 있는 시간을 가졌던 셈이다. 게다가 영화는 남성의 영역이라는 고정관념과 부딪혀야 했다.

류 감독은 “제가 한국에 왔을 때 여성 미술감독님 한 명이었다. 미술 감독 전부가 남자였다. 유명하다고 하는 영화사를 찾아다녔는데, ‘멜로나 로맨스 작품을 하게 된다면 연락하겠다’는 말을 들었다. 스릴러는 남성의 영화, 여성이 큰 예산을 핸들링 할 수 없을 거라는 점, 미술이 예술이지만 기술의 영역이라는 점에 강력한 의문이 있었다. 처음에 직업을 갖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어 “선입견을 깨기 위해서는 버틸 수 있을 때까지 장르물을 하려고 했다. 그러면서 처음 시작한 게 류승완 감독님이었고, 류 감독님 소개로 봉준호, 박찬욱 등 르네상스 감독님들과 일하게 됐다. 모든 제작자는 저를 거절했다. 신진 감독님들이 오면서 기회를 줬다”고 덧붙였다.


류 감독은 박찬욱 감독과 호흡을 맞춘 ‘아가씨’로 2016 칸 영화제에서 한국인 최초로 벌칸상을 수상했다. 한국 영화 미술의 세계적인 수준을 몸소 증명했다. 영화라는 예술이 여러 사람이 모여 만드는 협업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류 감독은 섬세한 감각으로 영화의 미학적 완성에 한 축을 담당했다. 배우처럼 주목받기 힘든 프로덕션 디자인 분야에서 확고한 입지와 상징성을 만든 장인으로 평가된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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