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후드 바라크 전 이스라엘 총리 |
(서울=연합뉴스) 이신영 기자 = 이란의 미사일 공격에 따른 이스라엘의 재보복이 임박한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이란 핵 관련 시설에 대한 상징적 공격이 이뤄질 수도 있다고 에후드 바라크 이스라엘 전 총리가 전망했다.
현재로서는 이란 경제를 떠받치는 석유 및 정유시설을 타격하는 방안에 무게가 실리고 있지만, 핵시설에 대한 공습도 상징적 의미로 가능하다는 것이다.
다만 이란의 핵기술이 상당히 진전된 만큼 이런 타격으로 큰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바라크 전 총리의 진단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4일(현지시간) 바라크 전 총리가 인터뷰를 통해 이런 가능성을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바라크 전 총리는 이스라엘의 국방부 장관과 외무부 장관, 군 참모총장 등을 지냈다.
그는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은 보복에 대한 절실한 필요성이 있고,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이유도 있다"며 "지구상의 어떤 주권 국가라도 대응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의 미사일 공격에 대한 이스라엘의 재보복은 의심의 여지 없이 당연하다는 의미다.
바라크 전 총리는 그러면서 이스라엘의 대응 모델을 지난달 말 이뤄진 예멘의 친이란 반군 후티에 대한 폭격에서 찾아볼 수 있다고 했다.
이스라엘은 후티 반군이 이스라엘 벤구리온 공항에 탄도미사일을 발사하자 이에 대한 보복 조치로 발전소와 석유 시설 등을 공습했다.
바라크 전 총리는 "비슷한 공격이 이뤄질 수 있다고 본다"며 "대규모 공격일 수도 있고 수차례 반복될 수도 있다"고 했다.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이란 석유 시설에 대한 공습 가능성에 "논의 중"이라고 답한 바 있다.
바라크 전 총리는 이어 이스라엘 내부에서 이번 기회에 이란의 핵시설을 폭격해야 한다는 여론이 존재하고, 이 때문에 핵 프로그램과 관련된 군사적 목표에 대한 상징적 공격도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그는 이란의 핵 야망을 좌절시키기에는 너무 늦었다고 진단했다.
바라크 전 총리는 2007∼2013년 국방장관 재임 당시 이란 핵시설 폭격 필요성을 가장 강력하게 주창했던 인물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그러나 그는 이제는 이란의 핵 프로그램이 너무 진전돼 어떤 폭격도 그다지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10여년 전만 해도 내가 이스라엘 지도부에서 가장 강경한 인물이었을 것"이라며 "당시에는 이런 조치가 이란의 핵 능력을 둔화시킬 수 있어 고려할만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고 짚었다.
이어 "이란은 이제 사실상 핵 보유의 문턱에 있다"며 "아직은 핵무기가 없고 몇 년이 더 걸릴 수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어떤 방식으로도 핵 개발을 쉽게 늦출 수 없다"고 했다.
이란은 지난 2018년 미국의 탈퇴로 '핵 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가 폐기된 이후 우라늄 농축도를 60%까지 높여왔다.
바라크 전 총리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위험을 감수할만한 가치가 있다는 의견도 있는 만큼 특정 핵 관련 목표물을 타격하려는 시도가 아마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이런 행동은 무의미할 것이라고 봤다.
그는 "이번 사태는 기본적으로 하마스와 헤즈볼라, 이란의 잘못이며, 책임을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에게 돌리지는 않는다"면서도 "갈등이 중동지역의 전면전 양상으로 번지기 전에 막을 기회가 여러 번 있었을 것"이라고도 했다.
esh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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