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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스타'는 사라졌지만…국감 앞두고 '밤'을 잊은 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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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밤 의원회관, 4분의 3은 야근 중
'스타' 꿈꾸는 현역 의원들도 여럿 눈에 띄어
화제성 약해졌지만 '국감은 국감'
정치권에는 '국감 스타'라는 말이 있다. 국감 기간이나 그에 앞서 이슈를 주도하거나 증인, 참고인 등으로 나온 이들을 쩔쩔매게 만들어 언론의 주목을 받는, 이른바 '홈런'을 날린 국회의원을 일컫는 말이다. 요즘은 이 말이 사라졌다. 여야 간 입씨름으로 흘러가는 정쟁에 그치거나, 별 성과 없는 맹탕 지적만 이어지는 일이 일상이 됐기 때문이다. '이런 국감을 꼭 해야 하냐' 하는 무용론도 심심찮게 나온다. 그럼에도 '스타'를 꿈꾸는 이들은 오늘도 밤을 지새운다. 국감을 앞둔 지난 2일 밤, 국회 의원회관을 돌아봤다.

지난 2일 밤 국회 바깥은 국군의날(1일), 개천절(3일) 등 징검다리 휴일이 이어진 탓에 한산한 분위기였다. 하지만 의원 보좌진들이 근무하는 국회 의원회관은 불을 밝히고 있었다. 이날 밤 아시아경제 국회팀이 의원들의 사무실이 있는 3층부터 10층까지 둘러본 결과, 4분의 3가량의 의원실에서 보좌진 중 한 명이라도 야근하는 것을 확인했다.

22대 국회로 바뀌고 MZ세대 보좌진들이 대거 입성하면서 국감 때 과거처럼 '야근'을 하겠냐는 말이 있기도 했지만, 분위기는 여전했다. 다만 보다 차분해졌다. '사장' 격인 의원들이 간이침대를 갖다 놓고 숙식하며 전쟁 치르듯 요란하게 국감을 준비했던 때와는 달랐다. 상당수 의원실이 문을 열어둔 채 업무를 보고 있었지만, 사무실 불만 켜진 채 문이 잠겨 있는 의원실도 더러 있었다. 문을 잠가둔 채 회의 중이거나 식사나 화장실 등으로 잠시 자리를 비웠을 수 있지만, 불을 켜둔 채 퇴근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였다.

일하는 분위기는 의원실마다 달랐다. 보좌진 한두 명이 사무실에 남아서 자료 등을 보느라 바깥에서 사무실을 들여다보는 시선도 느끼지 못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대부분의 보좌진이 자리를 지킨 채 '열공 모드'인 곳도 있었다. 제법 큰 소리가 오가며 진지한 토론을 하는 의원실도 더러 있었다.

"자료를 너무 안 줘요"

아시아경제

보고하는 소리가 열린 문을 통해 들려왔다. 피감기관을 상대로 요청했던 자료가 제대로 들어오지 않자 관련 상황을 상급자에게 보고하며 볼멘소리를 하는 것으로 보였다. 일부 의원실에서는 국감 증거용으로 쓰려는 영상 자료인지 같은 장면을 반복 재생하며 편집하는 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휑'한 눈빛으로 화장실을 오가는 보좌진의 모습에서 피로가 엿보이기도 했다. 화장실 주변에는 배달시켜 먹은 음식 쓰레기가 놓여 있었다.

한 보좌진은 "국감이 얼마 남지 않아 기본 12시까지 일하다 퇴근하고 새벽에 다시 나와서 자료와 씨름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보좌진은 “퐁당퐁당 공휴일이 겹쳐있지만, 휴일을 온전히 다 쉬는 보좌관이 있겠냐”고 했다. 보좌진 대부분이 자리를 지키고 있던 한 의원실은 "다음날 국감 아이템과 관련해 의원에게 보고해야 해서 일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몇 가지 트렌드는 확인됐다. 일단 의원실에 머물러 있는 보좌진의 숫자나 분위기 등을 살펴보면 야당이 국감에 더 적극적으로 임하는 게 뚜렷해 보였다. 한 건이라도 새로운 것을 밝혀내겠다는 열의가 엿보였다. 여당의 경우에도 초선 의원실의 불이 밝혀진 곳이 많은 데 반해, 중진의 경우 의원실 불이 꺼져 있는 곳이 자주 눈에 띄는 등 다른 모습을 보였다.

또 하나는 'ㄷ'자 형태인 의원회관의 특성 탓인지, 같은 층이라도 구획마다 분위기가 달랐다. 옆 의원실이 늦게까지 남아 있으면, 비슷하게 따라가는 모습을 보였다. 주변 의원실이 야근하는지 등에 신경을 쓰는 분위기였다. 한 보좌진은 "밤에 퇴근할 때 다른 방은 어쩌나 한 번 쓱 둘러보곤 한다"며 "어느 방, 어느 방이 늦게까지 일하는지는 대충 그 주변 의원실은 다 알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보좌진뿐 아니라 야근하는 의원들도 눈에 띄었다. 김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차 한잔하라며 기자를 붙잡았다. 국감을 '한 해 농사'에 비유한 김 의원은 "국감에서 현 정부의 경제정책 실패, 세수 펑크 문제 등을 다뤄보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이외에도 저녁 식사 후 의원회관으로 들어가는 의원들을 여럿 목격했다.

특히 올해 국감은 분위기가 시들할 것 같다는 전망이 많다. 일단 김건희 여사 관련 문제 등이 국감을 뒤덮을 것이라는 전망 탓이다. 휘발성 높은 사안들이 뒤덮는 판에 정책 현안 등을 지적해야 반향이나 있겠냐는 회의론이 밑바닥에 깔려있다. 그뿐만 아니라 국감에서 주목받기보다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유튜브에서 지지층에 호소할 수 있는 자극적인 발언을 하는 것이 보다 시선을 끈다는 교훈(?)도 이미 상식이 됐다. 하지만 의원실마다 보다 나은 질의를 하기 위해 자료 더미에 파묻혀 코를 박고 일하는 이들이 여전히 있었다. 국감은 국감이라는 말이 실감 났다.

"퇴근하셨죠?"

오후 10시 의원회관에서 철수하며 평소 알던 보좌진에게 안부 겸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한참 뒤 답이 왔다.

"퇴근하긴 해야 하는데, 내일 또 출근합니다."

국감은 오는 7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26일간 실시된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
오지은 기자 j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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