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신문은 4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일 서부지구의 조선인민군 특수작전부대 훈련기지를 현지 시찰하면서 전투원들의 훈련실태를 료해(파악)했다고 보도했다. 김정은은 이 자리에서 "우리에게 무력 사용을 기도하면 핵무기로 공격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뉴스1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일 '건군 76주년 국군의날 기념식'에서 "핵 사용 기도시 북한 정권 종말"을 언급한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온전치 못한 사람"이라고 비난하고 핵무기 사용을 거론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과 최고인민회의(10월 7일), 노동당 창건일(10월 10일) 등 국내외 주요 정치 이벤트를 앞두고 추가 도발의 명분을 축적하는 동시에 핵보유국을 자처해 내부 결속을 도모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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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괴뢰" 실명 비난
노동신문은 4일 김정은이 지난 2일 서부지구의 조선인민군(북한군) 특수작전부대 훈련기지를 현지 시찰하고 전투원들의 훈련실태를 점검하는 자리에서 윤 대통령을 '윤석열 괴뢰'라고 지칭했다고 전했다. 국군의날 기념사에 대해 "윤석열 괴뢰가 기념사라는 데서 시종 반공화국 집념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우리 공화국에 대한 피해의식으로부터 출발한 장황한 대응 의지로 일관된 연설문을 줄줄이 내리읽었다"며 "이는 괴뢰들이 떠안고 있는 안보 불안과 초조한 심리를 내비친 것"이라고 깎아내렸다.
노동신문은 4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일 서부지구의 조선인민군 특수작전부대 훈련기지를 현지 시찰하면서 전투원들의 훈련실태를 료해(파악)했다고 보도했다. 김정은은 이 자리에서 "우리에게 무력 사용을 기도하면 핵무기로 공격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뉴스1 |
그는 이어 "윤 괴뢰가 핵을 보유하고 있는 국가의 문전에서 군사력의 압도적 대응을 입에 올렸는데 뭔가 온전치 못한 사람이 아닌가 하는 의혹을 사지 않을 수 없게 한 가관이었다"고 비난했다.
김정은이 윤 대통령의 실명으로 비난한 것은 2022년 7월 정전협정기념일 연설 이후 2년여 만이다. 당시 김정은은 윤 대통령을 직책 없이 호명하면서 "윤석열이 집권 전과 후 여러 계기에 내뱉은 망언들과 추태들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다"며 막말을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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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 공격 언급도
김정은은 북한이 '핵보유국'이라고 재차 강조하기도 했다. "핵보유국과의 군사적 충돌에서 생존을 바라여 행운을 비는 짓은 하지 말아야 할 부질없는 일"이라며 "그러한 상황이 온다면 서울과 대한민국의 영존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위협하면서다. 또 "한미가 북한 주권을 침해하려 시도한다면 핵무기를 포함한 모든 공격력을 동원하겠다"며 핵무기 사용까지 거론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연합뉴스 |
앞서 김여정은 전날 조선중앙통신에 발표한 담화에서 국군의날 기념식에 대해 "비핵국가의 숙명적인 힘의 열세의 벽을 넘지 못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스스로 증명했다. 핵보유국 앞에서 졸망스러운 처사"라고 비꼬았는데, 남매가 이례적으로 동시에 대내외 메시지를 발신한 것이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3차 발사 직후 한·미·일이 긴밀한 공조를 바탕으로 압박을 강화했을 때도 관영 매체를 통해 동시에 입장을 냈다. 이번에는 이날 노동신문 1·3면에 관련 기사를 게재하면서 반발 수위를 높였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서울과 대한민국'을 구체적으로 지목하며 '영존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언급한 것은 한국에 대한 핵무기 사용 의지와 실전성을 강력하게 피력한 것"이라고 말했다.
1일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건군 제76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괴물 미사일'로 불리는 지대지 미사일 현무-5가 분열하고 있다. 뉴스1 |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이 핵보유국이라는 점을 과시하면서 남측에 대한 핵 공격 가능성을 계속 언급하고 있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우리도 북한의 핵 공격까지도 상정해 두고 그에 맞는 대응전략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이들은 핵무기 사용의 조건도 함께 거론했다. 김여정은 전날 담화에서 "대한민국이 한·미동맹에 대한 지나친 과신에 빠져 반공화국 군사적 대결을 기도하려 한다면"이라고, 김정은은 "한·미동맹에 대한 과도한 '신심'에 넘쳐 한발 더 나아가 공화국의 주권을 침해하는 무력사용을 기도하려 든다면"이라고 언급했다.
이는 대응적 수단으로만 핵을 사용하는 이른바 '책임 있는 핵보유국'처럼 비치려는 의도로 읽힌다. 다만 북한은 한·미의 합법적·정례적인 연합훈련도 주권 침해이자 군사적 대결 기도로 규정해 왔다. 북핵 위협을 억제하기 위한 한·미의 방어적 조치도 얼마든지 빌미로 삼을 수 있다는 뜻이다.
북한이 띄워 보낸 쓰레기 풍선이 4일 오전 서울 상공을 떠다니고 있다. 북한은 지난 2일 이후 이틀 만에 풍선을 띄웠다. 북한은 올해 들어 이번까지 24차례에 걸쳐 남쪽으로 풍선을 날려 보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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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확산 의식했나?
김정은 남매의 극렬한 반발은 체제결속 효과를 노린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특히 이번 국군의날 기념식을 통해 부각된 한국군의 차세대 전략무기 개발·운용이나 한·미가 확장억제를 강화하는 움직임이 주민들에게 알려질 가능성까지 염두에 둔 측면도 있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와 관련, 김정은은 '한·미동맹의 압도적 대응'이나 '북한 정권 종말'과 같은 윤 대통령의 발언을 직접 언급하면서 "허세를 부리고 호전적 객기를 여과없이 드러내 보인 것"이라고 예민하게 반응했다. 이는 이번에 처음 공개된 한국의 '현무-Ⅴ'나 미군의 전략폭격기 B-1B 등에 대한 두려움을 방증하는 대목일 수 있다.
오경섭 연구위원은 "북한도 미국의 '핵' 자산에 한국의 첨단 '재래식' 전력을 통합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는 한·미 확장억제 강화에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 주민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외부 정보를 접할 수 있다는 것을 의식한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김여정의 비난 발언과 관련해 국방부는 이날 오후 입장문을 통해 "우리 '건군 76주년 국군의 날' 기념행사를 비판하고, 특히 우리 국군통수권자를 직접 비난한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는 행태"라며 "우리의 무기체계와 전략사령부를 일일이 거론하며 비난한 것은 북한 지도부와 직접 연관돼 있기 때문이며, 군의 강력한 능력과 확고한 태세로 인한 초조함과 불안감의 발로"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주민들을 철저히 속여온 불량정권으로서 전 세계 언론이 대서특필한 우리 군의 위용을 북한 주민들이 보게 될 것이 두려워 전전긍긍하며 강박을 느낀 결과"라며 "북한은 핵미사일 개발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어떤 것도 없으며, 핵도발 즉시 북한 정권은 종말을 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북한은 지난 2일 이후 이틀 만에 대남 쓰레기 풍선 살포에 나섰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오전 2시 27분쯤 국방부 출입기자들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를 통해 "북한이 대남 쓰레기 풍선 추정체를 또다시 부양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부 탈북민단체가 전날 오후 인천 강화도 인근에서 쌀·라면·이동식저장장치(USB) 등이 담긴 비닐봉지를 북쪽으로 띄워 보낸 것에 대한 맞대응 차원으로 추정된다.
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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