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2년 8월 용산 대통령실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제대 군인과 청년 의무복무자에 대한 합당한 대우를 위한 방안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당시 국가보훈처에 대한 업무보고를 했던 박민식 국가보훈처장은 “제대군인등 병역의 의무를 다한 분들 지원을 확대하고 청년 의무복무자 등의 사회 복귀를 지원하겠다”며 “특히 (중·장기 제대군인) 전직지원금을 지속적으로 인상해 취·창업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보고했다.
2년이 지난 현재 국가보훈처는 장관급 국가보훈부로 위상이 격상됐다. 보훈부는 지난해 2월 국무회의를 통과한 입장문을 내고 “국가보훈부 승격은 ‘일류보훈’을 핵심가치로 하는 윤석열 정부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결과”라며 “‘일류보훈’ 실현으로 대한민국의 품격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2년 전 국가보훈부가 윤 대통령에게 보고한 일류보훈 실현 핵심 정책 가운데 하나인 ‘제대군인 전직지원금’은 민간 구직자와 비교해 현저하게 낮은 수준의 지원에 그치는 게 현실이다.
4일 국회 입법조사처가 공개한 ‘2024 국정감사 이슈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9월 기준, 민간의 구직급여 상한액(월 최대 198만 원) 대비 중기복무(5~10년 미만) 제대군인은 유사한 성격인 전직지원금을 월 55만 원 받고 있어 28% 수준에 불과하다. 장기복무(10년 이상) 제대군인도 월 77만원을 지급 받는데 그쳐 39%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게다가 지급기간도 전직지원금은 최장 6개월간 지급되지만, 민간의 구직급여는 최장 9개월까지 장기간 지급이 가능해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민간 구직자가 최대 198만 원의 구직급여를 지급 받는 기준은 고용노동부가 2018년에 지정했다.
국회 입법조사처 관계자는 “국가 수호와 국민의 생명 및 재산 보호를 위해 희생하고 헌신하다 전역하는 제대군인이 민간 구직자가 보다 못한 구직급여를 받는 대우는 ‘일류보훈’을 내세우는 현 정부 국정철학과 상당한 괴리가 있다”며 “제대군인에 대한 예우 차원은 물론 이들의 원활한 사회복귀 지원과 생활 안정 도모를 위해 적정 수준의 전직지원금이 지급될 수 있도록 조속히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급기간도 3개월 적어 형평성 논란
이 같은 형평성 논란과 현저히 낮은 지원금에 대해 국가보훈부는 전직지원금 인상에 필요한 소요 예산 확보가 관건으로, 재정당국과 국회의 협조가 아직은 문제 해결 수준까지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실제 제대군인 전직지원금의 지급액 은 유사 제도인 고용노동부의 구직급여 대비 매우 낮아 형평성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국가보훈부도 꾸준하게 인상을 추진해 왔다.
2014년부터 2021년까지 중기복무 제대군인은 월 25만 원, 장기복무 제대군인은 2008년부터 2021년까지 월 50만 원씩 최장 6개월간 전직지원금을 지급 받았다. 현 정부 들어서 2022년 지급액이 각각 월 50만 원, 월 70만 원으로 인상됐다. 한 차례 더 인상돼 올해부터 중기복무자는 월 55만 원, 장기복무자는 월 77만 원을 지급 받고 있다.
여기에 제대군인의 전직지원금을 올리려고 해도 법적으로 제한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제대군인지원에 관한 법률 제18조의2 제3항은 중기복무 또는 장기복무 제대군인에게 고용보험법(제46조 제1항390)에 따른 구직급여일액의 최고액에 30을 곱한 금액의 100분의 50의 범위에서 전직지원금을 월별로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가보훈부 관계자는 “제대군인 전직지원금이 적정한 수준까지 인상될 수 있는 소요 예산 확보를 위해 지속적으로 재정당국과 국회와 긴밀하게 논의하겠다”며 “현재로서는 국가의 재정 여건 등 다양한 측면을 고려해 법적 테두리에서 최대한 지원될 수 있도록 노력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현호 기자 h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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