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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파리 ‘뇌 지도’ 완성... 치매 막을 길 찾는다

조선일보 곽수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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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연변이, 생체 주기, 면역 등 인간 질병 파악에 돌파구 역할을 해온 연구에 주로 활용돼 온 초파리의 뇌 지도가 완성됐다. 성체(成體) 동물의 완전한 뇌 지도가 공개된 것은 1986년 예쁜꼬마선충 이후 38년 만이고, 복잡한 신경계 동물로는 처음이다.

감각 인식, 학습, 행동 선택 등 다양한 신경학적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동물로는 최초로 뇌의 모든 신경세포 연결이 구현된, 이른바 ‘뇌의 회로도(回路圖)’가 구축된 것이다.

이를 계기로 알츠하이머 등 인간의 뇌 질환을 규명하는 연구가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앞서 다른 연구에서 암세포 증식과 관련된 단백질을 초파리에게서 찾아낸 후 다양한 암 치료법이 개발된 것처럼, 초파리 뇌 지도를 활용해 인간의 뇌 관련 질환도 규명할 수 있게 된다는 기대가 나오는 배경이다.

◇14만개 신경세포 담은 뇌 회로도 완성

미국 프린스턴대, 영국 케임브리지대 등으로 구성된 국제 공동 연구진은 3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게재한 논문에서 “13만9255개에 달하는 뇌 신경세포(뉴런)와 이들을 연결하는 접합부(시냅스) 5450만개 정보를 담은 초파리의 뇌 지도를 완성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공개한 뉴런 3000개의 초파리 유충보다 훨씬 복잡한 성충 뇌 지도를 완성한 것이다.

그래픽=양인성

그래픽=양인성


1933년 노벨상 수상자 토머스 헌트 모건의 염색체 실험으로 유명한 초파리는 세대(약 2주)가 짧고 인간과 유전자가 약 60% 일치해 유전학의 ‘모델 동물’로 불린다. 특히 인간의 질병과 관련된 유전자 중 75%가 초파리에게서도 발견돼 다운증후군과 같은 유전병을 비롯해 각종 암을 유발하는 유전자들도 초파리에게서 나타난다.


모건 이후에도 돌연변이(1946년), 초기 배아 분화 유전자(1995년), 후각(2004년), 면역(2011년), 생체 주기(2017년) 등 초파리 연구로 노벨상을 탄 사례가 총 6회에 달했을 정도로 초파리 연구 성과가 인체의 비밀을 밝히는 데 영향을 끼쳐왔다.

이번 연구진은 “초파리도 사람처럼 나이를 먹고, 술에 취할 수 있으며, 짝에게 사랑을 구하는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며 “이러한 유사성은 초파리의 뇌를 연구하는 것이 우리 뇌에 대한 통찰을 제공할 수 있다는 의미이고, 전체 초파리 뇌 지도를 만드는 것은 알츠하이머 등 뇌 질환을 이해하는 데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것”이라고 했다.

추가 실험을 통해 초파리가 외부 자극에 반응하고 행동할 때 어떤 뇌세포들이 연결됐는지 등을 파악하고, 뇌 질환을 치료할 단서도 찾는다는 기대다.


연구진은 “구글 지도 없이 새로운 장소를 운전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것처럼 지도가 없이 뇌를 탐험하는 것은 어렵다”며 “이제 뇌 지도라는 도구로 더 깊은 뇌 연구를 할 수 있다”고 했다.

◇“AI 없었으면 5만년 걸렸을 것”

초파리 뇌 지도를 위해 세계 각국 과학자들이 모인 이번 연구진은 ‘플라이 와이어(Fly Wire)’ 컨소시엄이다. 이들은 초파리 뇌를 촬영한 전자현미경 사진 14만장을 분석해 완전한 뇌 지도를 만들었다. 전자현미경은 해상도가 수㎚(나노미터·1㎚는 10억 분의 1m)로 세밀한 영상 촬영이 가능한 기술이다. 초파리의 뇌는 가로, 세로, 높이가 각각 수백㎛(마이크로미터·1㎛는 100만 분의 1m)여서 전자현미경 영상으로 모두 분석하려면 오랜 시간이 든다.


연구진은 인공지능(AI)을 도입해 이미지를 자동으로 확인하고 분류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뇌 구조가 워낙 복잡해 발생하는 오차는 다른 연구자들이 참여해 함께 보정하는 방식으로 지도를 만들었다.

플라이 와이어 컨소시엄은 2019년 초파리의 뇌 3D(차원) 이미지 데이터를 모든 과학자에게 공유하고 자신들의 연구에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영상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는 공유하도록 했다. 덕분에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5년 만에 완전한 초파리 뇌 신경 지도를 완성할 수 있었다. 연구진은 “AI 없이 모든 작업을 혼자 했다면 5만년은 걸렸을 것”이라고 했다.

과학기술계는 초파리를 넘어 생쥐, 사람의 뇌 지도도 만들 수 있는 날이 다가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생쥐의 뇌 지도는 이르면 10년 내에 완성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번 논문의 공동 저자인 배준환 서울대 기초과학연구원 박사 후 연구원은 “이번처럼 한 종류의 동물 뇌를 완벽히 이해하면 모든 뇌에 대한 이해를 크게 넓힐 수 있다”며 “뇌 지도는 질환 연구에도 필수적인 도구”라고 했다.

[곽수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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