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백악관은 ‘저항의 축’ 맹주인 이란의 이스라엘을 겨냥한 탄도미사일 공격이 임박한 것으로 보이며, 이를 감행할 경우 후과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오전 1시50분 성명을 내고 “레바논 남부 국경 지역의 헤즈볼라 테러 목표물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제한적이고, 국지적이며, 표적화된 지상 공격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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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이란, 이스라엘 공격 땐 심각한 대가 치를 것” 경고
이스라엘이 1일(현지시간) 레바논 남부의 헤즈볼라 주요 거점에 대한 지상전 개시를 선언한 가운데 지난달 30일 국경 지역에 주둔 중인 한 탱크가 레바논 내 표적을 향해 포를 쏘고 있다. 이스라엘이 레바논 국경을 넘어 지상전에 나선 것은 2006년 이후 18년 만이다. [신화=연합뉴스] |
이스라엘이 레바논 국경을 넘어 헤즈볼라와 지상전을 벌인 건 2006년 이후 18년 만이다. 당시 이스라엘은 헤즈볼라가 납치한 군인 2명을 구출하기 위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설정한 경계선인 ‘블루라인(Blue Line)’을 넘어 레바논에 군을 투입해 전면전을 벌였지만, 병력 121명을 잃고 34일 만에 교전을 마무리했다.
BBC 등에 따르면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우리는 현재 헤즈볼라와 대면(face to face) 전투를 하고 있진 않지만 헤즈볼라와 싸울 준비가 돼 있다”며 “우리는 베이루트나 다른 남부 도시로 가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가리 대변인은 이어 “(이번 지상전은) ‘침공(incursion)’이 아니라 ‘확장된 습격(extended raid)’”이라며 “우리 목표는 헤즈볼라를 국경에서 밀어내는 것이며 가능한 한 빨리 목표를 달성해 그들의 위협을 낮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미국 NBC방송은 미 관리들을 인용해 “헤즈볼라에 대한 이스라엘의 지상 작전은 몇 주가 아닌, 며칠 동안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 하마스 이어 친이란세력 연타
헤즈볼라는 1일 0시쯤 성명을 내고 레바논 국경지대 아다이시트, 크라프켈라 등에서 국경을 가로지르는 이스라엘군의 움직임을 포착해 공격했다고 AFP 등이 보도했다. 헤즈볼라는 또 이날 이스라엘 텔아비브 인근에 모사드 본부를 미사일로 공격했다. 다만, 헤즈볼라 대변인 모하메드 아피프는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군이 레바논 영토에 진입하지 않았다”며 “이스라엘군과 지상에서 직접 충돌하진 않았지만 그렇게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레바논 국경 도시 주민들은 1일 0시 직후 엄청난 연쇄 폭발음이 울려퍼지기 시작했다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남부 도시인 아이타 알-샤브 하늘에서 커다란 포격 소리와 함께 전투 헬기, 무인기(드론) 소리가 울렸고, 또 다른 국경도시인 르메이시 상공에선 반복적으로 섬광이 터졌다. 수도 베이루트에서도 큰 폭발음이 수차례 이어진 뒤 거대한 불길과 연기구름이 올라왔다. 또 이스라엘군은 이날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와 레바논 남부에 위치한 팔레스타인 난민 캠프에 대한 공습도 감행했다.
중동 확전을 막기 위한 미국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미국 CNN 등에 따르면 백악관 고위 당국자는 “이란이 이스라엘을 겨냥해 탄도미사일 발사를 준비하고 있으며, 공격이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이 같은 이란의 공격 준비 정황을 언론에 공개하면서 “만약 이란이 직접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을 감행할 경우 심각한 후과를 치르게 될 것임을 이란에 경고한다”고 강조했다. 이 당국자는 이란의 공격은 지난 4월 이란의 대이스라엘 탄도미사일 공격 때와 마찬가지 수준일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도 미사일 요격을 위한 모든 지원을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김영옥 기자 |
이란은 지난 4월 1일 이스라엘이 시리아 다마스쿠스 주재 자국 영사관을 폭격해 이란혁명수비대 정예 쿠드스군 사령관 등 최소 13명이 사망하자 이에 대한 보복으로 이스라엘에 수백 개의 드론과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이란의 사상 첫 이스라엘 본토 공격이었다. 당시 이스라엘은 미국 등 우방국들의 도움으로 대부분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었다. 이 공격을 받은 후 6일 만인 4월 19일 이스라엘은 이란 중부 이스파한 일대에 미사일 여러 발을 발사했다.
나세르 카나니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헤즈볼라 등이) 이스라엘의 공격에 맞서 자신을 방어할 역량과 힘이 있다. 레바논에 추가 또는 지원 병력을 배치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는데 지난 4월과 같은 탄도미사일 공격을 준비 중인 것으로 보인다. 미국 싱크탱크 퀸시연구소의 트리파 파르시 부소장은 “이 시점에서 이란이 반응하지 않는다면 다른 (저항의 축) 파트너의 신뢰가 무너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란 안 나서면 저항의 축 신뢰 무너질 것”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는 중앙일보에 “헤즈볼라는 이란이 이스라엘의 군사행동을 억제하기 위해 키운 핵심 수단이었는데 헤즈볼라가 도리어 위기에 처하며 이란으로선 오히려 수세에 처한 상황”이라며 “이스라엘 본토를 향한 지난 4월 미사일 공격처럼 미국·이스라엘·아랍국가에 의해 요격된다면 도리어 더 큰 비난에 휩싸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이날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과 지상전 개시와 관련해 전화로 협의한 후 X(옛 트위터)에 “나는 미국이 이스라엘의 방어권을 지지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앞서 사브리나 싱 국방부 부대변인은 지난달 30일 브리핑에서 미국은 수천 명의 미군을 중동 지역에 파병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 증파는 이스라엘을 지원하고 이란을 억지하기 위한 것으로, 중동 지역 주둔 미군 규모는 4만3000명 수준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한편 지상전이 본격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전쟁을 피해 인근 시리아 등으로 넘어가는 피란민도 늘어나고 있다. 필리포 그란디 유엔난민기구(UNHCR) 최고대표는 지난달 30일 X를 통해 레바논을 떠나 시리아로 넘어간 난민 수가 10만 명을 넘었다고 밝혔다.
박형수·임선영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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