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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 "붓 잡은 지 38년, 그림이 조금 보여요"

조선일보 임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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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도 양반] '불굴의 화인' 한서대 허유 교수
우연갤러리 내일부터 초대전, 해바라기·붓꽃 등 25점 선봬
허유 화백(한서대 문화재보존학과 교수)이 충남 공주시 사곡면 태화산 자락에서 해바라기를 그리고 있다. /신현종 기자 shin69@chosun.com

허유 화백(한서대 문화재보존학과 교수)이 충남 공주시 사곡면 태화산 자락에서 해바라기를 그리고 있다. /신현종 기자 shin69@chosun.com

"역경과 시련의 극복이 곧 제 삶이자 그림입니다. 이제 조금 붓맛을 알았어요. 그림이 보인다고나 할까요?"

'불굴의 화인(畵人)' 허유(63·본명 허승욱) 한서대 문화재보존학과 교수가 대전시 중구 대흥동 우연갤러리에서 17~22일 초대전을 갖는다. 올해가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지 38년째로 40년전(展) 예비행사 격으로 마련했다.

이번 전시에선 '한국의 자연'이란 이름으로 25점을 선보인다. 해바라기, 붓꽃, 찔레꽃, 물고기 등 친근하며 다양한 소재가 화폭에 담겼다. 허 교수는 최근 이 가운데 해바라기에 많은 정성을 쏟고 있다. 붉고 푸르고 때로는 보랏빛 바탕 위에서 불꽃처럼 소용돌이치며 활활 타오르는 노란 해바라기는 일필휘지(一筆揮之)로 그려낸 것들이다. 원과 원이 만나 부드럽지만 한편으론 역동적인 힘이 넘친다. 그는 머지않은 시일 내 해바라기를 홍콩 크리스티 경매장에 내놓겠다는 생각도 갖고 있다.

그의 그림은 해바라기처럼 대체로 시원하면서 호방한 필치로 단숨에 그리는 편이다. 그러나 한 편의 작품을 세상에 내놓기까지는 수많은 그림이 버려져야 한다. 때로는 비싸고 좋기로 유명한 문경 한지 수백장이 쓰레기통 속에 들어간다.

전북 남원이 고향인 허 교수는 젊은 시절 군대에서 당한 사고로 몸 오른쪽이 마비됐다. 이 충격으로 1972년부터 경기도 남양주 인근 산에 틀어박힌 그는 답답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왼손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원래 독일로 유학 가 법철학을 공부하는 것이 꿈이었던 그에게 그림은 새로운 삶의 돌파구가 됐다. 31세 때인 1979년 서예와 동양화의 본고장에서 공부해보자는 생각에서 대만 유학길에 올랐다. 대만국립사범대 미술학과에 다니며 8년여를 공부했다.

 귀국한 허씨는 잠시 서울에 머물렀다가 1992년부터 충남 공주에 정착, 후진양성과 작품활동에 매달리고 있다. '불굴의 화인'은 좌절을 딛고 고절한 경지를 이룩한 데 대해 한 유명 서예가가 경의의 표시로 그를 칭해 부르곤 하던 이름이다.

"자신을 엄하게 다스리지 않고 안주하면 퇴보합니다. 늘 새로운 마음으로 더 높은 경지를 향해 자신을 채찍질해야지요."

그는 앞으로 해바라기와 함께 풍속화를 그릴 계획이다. 김홍도, 신윤복의 풍속화를 전승해보자는 생각에서이다.

허 교수는 "자유자재로 뜻한 바대로 붓을 휘두르는 무소불위(無所不爲)의 세계를 위해 치열한 마음을 계속 간직해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010)7771-2543, (042)221-7185(우연갤러리)


[임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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