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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소녀상 존치 구의회 결의안 통과…사유지 이전 검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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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독일 베를린 미테구청 앞에 등장한 평화의 소녀상. 19일(현지시각) 재독 시민단체 코리아협의회는 미테구청 앞에서 소녀상 철거를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엔 150명가량이 참여해 미테구청에 소녀상 존치를 요구하는 구호를 외쳤다.


독일 베를린 미테구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이하 소녀상)’ 철거 시한이 8일가량 남은 가운데, 미테구 의회가 소녀상 존치를 보장해야 한다는 결의안을 19일(현지시각) 통과시켰다.



이날 미테구 의회는 미테구청이 소녀상을 철거하지 않고 장기적으로 자리를 지킬 수 있도록 대안을 마련하고, 베를린시 정부와 협의에 나서라는 취지의 결의안을 찬성 27표, 반대 15표, 기권 7표로 통과시켰다. 이번 구의회 결의안은 지난 6월 독일 좌파당과 녹색당, 사회민주당이 발의한 내용이다. 그에 앞선 지난 5월 카이 베그너 베를린 시장이 일본 외무상을 만나 소녀상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힌 뒤 이뤄진 것이기도 하다. 구의회는 이번 결의안으로 소녀상 설치가 시민사회가 주도한 중요한 활동으로, 전시 상황에서의 성폭력 문제를 공공에 알린 데 대한 의미를 인정했다.



또 소녀상을 현 위치에 영구적으로 보전해 달라는 주민 청원도 찬성 27표, 반대 16표로 가결됐다. 앞서 소녀상을 설치했던 재독 시민단체 코리아협의회는 미테구 주민 3000여명의 청원을 모아 구의회에 제출한 데 대한 결정이다.



구의회 결의안은 구청의 집행 여부에 구속력을 미치진 못한다. 그러나 코리아협의회가 2020년 9월 소녀상을 설치한 뒤 4년여간 미테구청의 철거 압박이 이어지는 과정에서 구의회는 소녀상 존치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수차례 내며 구청에 압박을 가하고자 했다. 미테구는 소녀상이 설치되자마자 일본 정부의 강력한 항의를 받자 비문 문구과 법적 절차 등을 문제 삼으며 철거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다만 이날 열린 구의회에서 미테구청은 소녀상을 사유지로 옮기는 방안을 새롭게 제시했다. 슈테파니 렘링거 미테구청장은 “결론적으로 나도 소녀상을 보전하고 싶다. 쉽게 접근 가능한 사유지라면 가능하다”며 코리아협의회가 원한다면 지역 내 사유지 중 소녀상을 설치할 대체지를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코리아협의회는 소녀상 인근에 박물관을 함께 만들어 청소년들과 소녀상 답사 및 역사 교육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다. 이에 한정화 코리아협의회 대표는 “미테구청과 대화의 문은 늘 열려있다”며 사유지 이전에 관한 논의를 시작해 볼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구의회가 열리는 사이 코리아협의회 회원들을 비롯한 시민단체 활동가와 미테구 주민, 지역 정치인 약 150여명은 미테구청 앞에서 소녀상을 지키기 위한 집회도 열었다. 미테구는 소녀상을 대체할 다른 조형물을 설치하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지만, 집회에선 여기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컸다. 이날 집회에서 발언한 뒤 구의회 표결에 나선 녹색당 쉬린 크레세 의원은 한겨레에 “지금은 (소녀상에) 어려운 상황이긴 하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더 많은 사람이 미테에 소녀상이 있길 바라고 있는데, (대체) 조형물 설치는 이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글·사진 베를린/장예지 특파원



pen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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