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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코네·고시엔·슬램덩크의 공통점은?…일본 사철의 도시를 가다

프레시안 박세열 기자(=도쿄)(ilys123@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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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열 기자(=도쿄)(ilys123@pressian.com)]
일본 가나가와현의 하코네는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온천 관광지 중 하나다. 일본의 에도(도쿄) 시대를 연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온천을 즐기기 위한 휴양지로 삼았던 곳이 하코네였다. 지금은 전 세계 관광객들을 끌어모으는 도쿄 근교의 유명 관광지로 자리매김했다. 화산인 하코네 산에 있는 아시 호수는 백두산 천지와 같은 칼데라호로 장관을 제공한다.

희망철도재단이 주관하는 공공철도 청년학교 일본 철도 답사팀과 함께 하코네를 찾은 이유는 온천이 아니라 다른 데 있었다. 이곳은 과거 교토에서 에도로 이어지는 옛 도카이도(東海道)가 지나는 교통의 요지였고 에도시대의 세키쇼(검문소)가 현존해 문화재로서 관광객들을 맞고 있다. 오사카와 도쿄, 관서와 관동을 잇는 도카이도선은 지금도 일본 교통의 핵심 대동맥으로 상징된다.

서울에서 기차를 타고 춘천이나 강릉을 가는 방법은 하나로 수렴되지만, 철도의 왕국 일본답게 기차를 타고 하코네를 가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다. 도쿄역에서 도카이도 신칸센을 타거나, JR도카이도 선을 타고 오다와라 역에서 내리는 방법이 있고, 신주쿠역에서 오다큐 라인의 '로망스카(일종의 급행)'나 일반 열차를 타고 하코네유모토 역으로 바로 가는 방법이 있다. 한국에선 KTX를 타든, 무궁화호를 타든, 전철을 타든 KTX에서 표를 끊고 춘천역이나 강릉역에서 내리면 되지만, 일본에서 오다큐와 JR동일본은 완전히 다른 회사다. 오다큐는 하코네 지역의 '사철'이다. JR동일본이 운영하는 신칸센이나 JR도카이도는 표도 따로 끊어야 하고, 역의 개찰구도 별도로 있다. 일본의 철도 시스템을 잘 모르는 한국의 초심자 관광객이라면 당황할만한 일이다. 각각의 회사는 다양한 급행과 완행을 운영하며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우리는 오다큐라인의 전철을 이용했는데, 하코네는 '오다큐의 도시'라고 볼 수 있는 동네다. 오다큐 그룹은 철도회사를 핵심으로 하지만 신주쿠와 하코네를 잇는 오다큐 라인 외에, 하코네 산악 열차인 하코네 등산 케이블카, 하코네 등산 열차, 하코네 로프웨이, 하코네 등산 버스, 오다큐 고속 버스, 하코네 크루즈 등을 모두 운영한다. 이 외에도 호텔업, 요식업, 유통업 등 다양한 자회사를 가지고 있는데, 종업원 3500명 수준의 중견 회사다. 철도 회사가 호텔이나 식당, 백화점을 운영한다는 게 한국 사람들이 보기엔 신기해보이지만, 일본의 철도 회사들은 대부분 이런 '문어발식 경영'으로 회사를 키워가고 있다. 오다큐 그룹이 곧 하코네 관광이고, 하코네 관광은 오다큐 그룹을 통하지 않고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일본에는 이런 대형 사철이 전국에 16개나 있다. 소형 사철도 많다. 대부분 철도 민영화와는 크게 관련이 없는 '지역 토호 자본'으로 성장한 회사들이다.

철도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하코네의 스위치백 방식(경사 높은 산을 올라가기 위해 전진과 후진을 반복해 '지그재그'식으로 운영한다) 열차인 ‘하코네 등산 열차’와, 케이블을 이용해 직선으로 산을 오르내리는 푸니쿨리, ‘하코네 등산 케이블카’에 열정을 보일 것이다. 스위치백 방식의 철도는 현재 일본에서 유일하게 남아 있는 라인이라고 한다. 산악 지형이 많은 일본은 물론 한국에도 스위치백 운영 구간이 존재했다. 마지막으로 남았던 영동선의 흥전-나한정역 구간의 스위치백 철도는 2012년 터널 개통을 계기로 폐선시켰다. 일본은 스위치백 열차를 관광용으로 살려 여전히 운행하며 전 세계의 '철도 덕후'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하코네 등산 열차와 등산 케이블은 발 디딜 틈 없이 '만석'이었다. 탑승객의 국적도 다양했다. 전 세계에서도 몇 남지 않은 관광용 스위치백 열차를 직접 타고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오타큐 철도 회사가 자랑하는 '로망스카', 도쿄 신주쿠와 하코네 지역을 연결하는 열차다. ⓒ박세열

▲오타큐 철도 회사가 자랑하는 '로망스카', 도쿄 신주쿠와 하코네 지역을 연결하는 열차다. ⓒ박세열


▲오다큐 철도 회사의 '케이블 등산 열차', 케이블을 감아올려 열차를 산 중턱까지 끌어 올리는 방식이다. 일종의 '푸니쿨리'다. ⓒ박세열

▲오다큐 철도 회사의 '케이블 등산 열차', 케이블을 감아올려 열차를 산 중턱까지 끌어 올리는 방식이다. 일종의 '푸니쿨리'다. ⓒ박세열


▲하코네 등산 열차의 운전석, 전진과 후진을 반복하는 스위치백을 이용해 지그재그 방식으로 산을 오르내린다. ⓒ박세열

▲하코네 등산 열차의 운전석, 전진과 후진을 반복하는 스위치백을 이용해 지그재그 방식으로 산을 오르내린다. ⓒ박세열



함께 간 철도 노동자들은 제각각의 '전공'에 따라 관심을 보였다. 기관사들은 투명막을 사이에 두고 훤히 보이는 운전석에서 일본의 기관사가 지적 확인을 하고 운전하는 모습을 촬영했다. 일본의 기관사들은 승객에게 노출된 상태에서 운행을 한다. 자칫 기관사에 대한 관심이 운전에 대한 방해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되기도 했다. 역무원은 역무원들의 역할을 유심히 살폈고, 시설 노동자들은 기차가 지나간 후 철로를 정비하는 일본의 철도 노동자들을 살폈다. 무더위에 뜨거운 선로 위에서 일하는 이들의 모습은 동질감을 불러일으키는 듯 했다.

스위치백 열차에 이어, 케이블 열차로 갈아탄 후 로프웨이에 올랐다. 로프웨이를 타고 하코네 산의 등성을 넘어서면, 탄성을 부르는 광경이 펼쳐진다. 하코네의 명물 유황 광산이다. 곳곳에서 노란 연기를 뿜어내는 풍경은 일본이 화산 섬이라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해 준다. 이 유황이 데운 온천수는 하코네의 명물이다. 다시 로프웨이를 타고 반대편으로 넘어가면 아시 호수의 크루즈를 탈 수 있다. 이 크루즈를 타고 도착한 곳에 에도 시대의 검문소인 '세키쇼'가 있다. 세키쇼는 막부 시대에 왕이 살고 있던 교토와, 최강 막부였던 에도 막부를 연결하는 도카이도의 에도 입구에 위치한다. 다이묘들은 이 곳에서 쇼군을 위협할 물건이 없는지 검문을 당했다. 전시관엔 다이묘들이 막부 최고 통치자인 에도의 쇼군을 위해 진행한 행렬의 모형이 전시돼 있는데, 이 다이묘들의 행렬이 지나던 도카이도는 메이지 유신 이후 일본의 동서를 잇는 상징 선인 도카이도선이 놓였고, 지금은 그 위를 일본 근대 발전의 상징인 초고속 기차가 달리고 있는 셈이다.

역시 오다큐가 운영하는 에노시마 전철을 타면 애니메이션 <슬램덩크>에 등장한 풍경으로 유명한 카마쿠라 고코마에역 인근의 사진 촬영 포인트로 갈 수 있다. 슬램덩크에 등장하는 '능남고교앞역'이 이곳이다. 사람들은 전철이 지나갈 때 건널목 사진을 찍기 위해 분주하다. 이 곳 주변은 '관광 인프라' 같은 게 없다. 단지 이 건널목을 보기 위해 오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것이다.


하코네 지역이 '오다큐 그룹'의 나와바리라면, 일본 북부의 사이마타현은 세이부 철도의 도시다. 일본 경제 사정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세이부 그룹에 대해 반드시 들어봤을 것이다. 야구 팬이라면 사이타마 세이부 라이온스를 잘 알 것이다. 철도 회사가 야구단을 운영한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매우 낯선 일이기도 하다.

▲이케부쿠로역 곳곳에는 세이부 그룹 산하 야구단 사이타마 세이부 라이온즈 관련 포스터나 굿즈를 볼 수 있다. ⓒ박세열

▲이케부쿠로역 곳곳에는 세이부 그룹 산하 야구단 사이타마 세이부 라이온즈 관련 포스터나 굿즈를 볼 수 있다. ⓒ박세열



기점 이케부쿠로역에서 사이타마현의 치치부까지 연결되는 사철 노선인 세이부 철도를 소유한 세이부 그룹은 사이타마현을 기반으로 츠츠미 야스지로(堤康次郎)가 설립한 재벌 회사다. 전신은 세이부 철도 그룹이다. 세이부 철도의 전신은 무사시노 철도인데, 1911년 10월 18일에 철도 면허를 취득해, 1915년부터 도쿄 이케부쿠로 역을 기점으로 영업을 시작했다. 이후 부동산 사업 등으로 승승장구하던 정치인 겸 사업가 츠츠미 야스지로가 인수해 세이부 철도와 합병하면서 세이부 철도 그룹으로 탄생한다. 일본의 대형 사철 회사들이 그렇듯 주로 부동산이나 호텔, 백화점 사업 등으로 덩치를 키운 세이부그룹은 도쿄의 노른자 땅과 건물들을 소유한 대기업이지만 2000년대 들어 기업 비리와 계열 분리 등으로 축소됐다. 그래도 2023년 기준 한화로 시가총액 6조 원이 넘는 대형 회사다.

이케부쿠로 역엔 JR 동일본, 도쿄메트로, 도부 철도, 세이부 철도의 역이 함께 있다. 하루 평균 이용객은 약 260만 명으로 20만 명에도 채 못 미치는 서울역(1호선 서울역 포함)의 13배에 이르는 규모를 자랑한다. 참고로 신주쿠역은 하루 평균 350만 명이 이용하는데, 일본은 물론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승객이 이용하는 역으로 알려져 있다. 이케부쿠로 역 주변에는 세이부 백화점을 비롯해 세이부 그룹의 흔적들이 많다. 세이부 그룹이 이케부쿠로와 사이타마현을 중심으로 발전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케부쿠로의 세이부선 승강장 곳곳에는 프로야구 구단 사이타마 세이부 라이온즈 포스터가 붙어 있다. 한국의 삼성 라이온즈와 비슷한 유니폼과 로고가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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