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영국의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3분기 6500CEU(1CEU는 차 한 대를 운반할 수 있는 공간)급 자동차 운반선을 하루 빌리는 데 드는 용선료는 평균 10만5000달러(약 1억4000만원)다.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된 이후인 2021년 연평균 용선료가 1만2625달러(약 1700만원)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8배 이상 치솟은 것이다.
코로나19 당시 완성차 공급이 위축되며 업계도 자동차운반선을 줄여왔지만 이후 급증한 수요에 공급이 따라오지 못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홍해 사태로 수에즈운하 운항이 중단됐고, 해상운송을 하는 선박이 먼 거리로 돌아가야 하는 문제까지 맞물리며 높은 용선료가 유지되고 있다.
내수 중심으로 시장을 확대해온 중국산 전기차 브랜드가 잇따라 수출로 눈을 돌리며 자동차운반선 수요는 더욱 늘어났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는 2023년 중국의 자동차 수출이 전년 대비 58% 증가한 491만대라고 밝혔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 자료를 보면 올해 1~7월 중국 BYD는 글로벌 시장에서 전년 동기 대비 25.7% 늘어난 184만1000대를 판매하며 1위를 기록했다. 글로벌 전기차 판매 점유율은 21.6%다. 중국 지리그룹은 지난해보다 53.3% 늘어난 64만5000대를 판매하며 테슬라에 이어 3위에 올랐다.
해운업계는 자동차 운반선의 용선료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전 세계 자동차 선사들이 보유한 자동차운반선은 모두 750여척으로 추산된다. 현대글로비스는 올해 자동차운반선 6척을 포함해 추가 선박을 도입할 예정이고, HMM은 지난해 7척의 자동차운반선을 주문하고 22년 만에 자동차운반선 사업을 재개했다. 하지만 주문한 자동차운반선 납기까지는 통상 2∼3년이 걸린다.
또한 내년에 선령 30년 안팎의 자동차운반선 폐선 시기가 도래하며 2027년까지 100척 이상의 선박이 폐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용선료가 급격하게 오르며 일부 자동차업체들은 선박을 직접 도입하는 방법으로 대응하고 있다. BYD는 5억달러(약 6647억원)를 투자해 자동차운반선 8척을 건조하기로 했고, 이 중 2척은 이미 운항을 시작해 자동차를 실어나르고 있다. BYD를 비롯한 중국 자동차업체들은 지난해 80척 이상의 PCTC를 발주한 것으로 전해졌다.
백소용 기자 swini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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