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킥보드 앱 5개, 면허인증 절차 없어
"새로운 이동 수단에 맞는 법 개정 필요"
1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데오역 인근. 수십 대의 공유 킥보드가 거리에 놓여 있다. 오세운 기자 |
1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수인분당선 압구정로데오역 인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출신 축구선수 제시 린가드(FC서울)는 사흘 전 이 일대에서 전동킥보드를 타는 영상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다가 △무면허 운전 △안전모 미착용 △승차정원 위반 △역주행 혐의로 경찰로부터 19만 원의 범칙금 부과 통고처분을 받았다.
황당한 건 지난해 9월 영국에서 음주운전으로 18개월 면허정지 처분을 받은 린가드가 원동기장치자전거 면허 이상을 취득해야 하는 공유 전동킥보드를 버젓이 빌려 탔다는 점이다. 한국일보가 이날 이곳을 2시간가량 둘러보니 의문은 풀렸다. 면허를 즉각 등록하지 않아도 전동킥보드 대여엔 아무 제약이 없었다. 안전모를 쓴 채 전동킥보드를 이용하는 시민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김민규(31)씨는 "킥보드를 자주 타는데 헬멧을 안 썼다고 단속에 걸린 적은 한 번도 없다"고 했다. 이러니 "무면허나 헬멧을 착용하지 않고 전동킥보드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수두룩한데 왜 유명인만 단속하느냐"며 오히려 린가드를 두둔하는 듯한 목소리까지 나온다.
'면허 인증 필수' 공유 킥보드 앱 전무
한 공유 킥보드 앱에서 대여 시도 시 나타나는 화면. '다음에 등록하기'를 누르면 면허 등록 없이 이용이 가능하다. 화면 캡처 |
현행법상 전동킥보드 공유 업체의 면허 확인이 의무가 아니라는 점이 문제다. 린가드처럼 단속되면 이용자 본인이 책임지는 구조다. 실제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다운로드가 100만 회 이상인 전동킥보드 애플리케이션(앱) 5개를 이용해본 결과, 모두 운전면허 인증을 하지 않아도 이용 가능했다. 린가드가 사용한 A앱의 경우 가입 후 대여까지 면허가 필요하다는 안내나 안전모 착용 요구 문구조차 없었다. A앱은 또 앱 내 본인 인증 없이 구글, 애플 계정만으로도 전동킥보드 이용이 가능했다.
다른 앱도 비슷했다. B앱은 대여를 시도하자 '면허 등록이 필수'라는 안내 문구가 나왔지만 하단의 '(면허) 다음에 등록하기' 버튼을 누르자 바로 다음 단계로 넘어갔다. C앱도 운전면허 등록이 필요하다는 문구와 '면허 미등록 시, 주행속도 등에 제한이 있을 수 있습니다'는 문구가 나왔지만 그뿐이었다. 바로 대여가 됐다. 직접 운행해보니 경고와 달리 속도 제한 없이 전동킥보드 법정 최대속력인 시속 25㎞ 주행도 가능했다. 안전모 착용 여부도 5개 앱 중 1개 앱에서만 권고 문구가 떴다.
사상 사고 늘고 청소년 일탈에 악용
전동킥보드의 허술한 대여 시스템은 인명피해로 이어진다. 한국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2017년 117건에 불과하던 전동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장치 사고 건수는 2020년 897건, 2021년 1,735건, 2022년 2,386건, 2023년 2,389건으로 폭증했다. 관련 사고로 최근 3년(2021~2023년) 동안에만 69명이 숨지고 7,207명이 다쳤다.
'따폭연(따릉이 폭주 연맹)' '지폭연(지쿠터 폭주족 연합)' 등 청소년들의 일탈 도구로도 악용된다. 면허가 없어도 사용 가능하다는 점을 이용해 미성년자들이 길거리에서 난폭 운전을 일삼고, 이를 SNS에 올려 과시하는 등 새로운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8월 검거된 '따폭연' 운영자 역시 고등학교 재학생이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공유 업체들로 하여금 면허가 없으면 이용을 하지 못하게 만드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현실에 맞게 법을 개정해 미성년자의 경우 유관 기관이 학교를 직접 찾아가서 킥보드 이용법 등을 교육하고 수료증을 주는 방식 등으로 면허를 대체하는 방법도 거론된다.
오세운 기자 cloud5@hankookilbo.com
이정혁 기자 dinner@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