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2 황정민 인터뷰 / 사진=CJ ENM 제공 |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배우 황정민이, 아니 형사 서도철이 돌아왔다.
2015년 개봉한 영화 '베테랑'에 이어 9년 만에 돌아온 '베테랑2'(연출 류승완·제작 외유내강)는 나쁜 놈은 끝까지 잡는 베테랑 서도철 형사(황정민)의 강력범죄수사대에 막내 형사 박선우(정해인)가 합류하면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연쇄살인범을 쫓는 액션범죄수사극이다.
배우 인생 30년 만에 첫 속편에 도전한 황정민은 "배우가 시리즈물의 주인공이 된다는 건 엄청난 가문의 영광이다. 쉽게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며 "'미션임파서블'도 그렇고 잘 된 영화를 시리즈물로 한다는 건 배우에게 영광이다. 저한텐 남일 같지 않다. 너무 행복하게 작업했다. '드디어 나에게도 시리즈물이 생기는구나. 잘 돼서 3편도 가능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앞서 진행된 언론배급시사회 당시 류승완 감독은 "황정민이 없었다면 출발할 수 없었을 거다. '베테랑' 시리즈에 저는 없어도 되는데, 황정민은 없으면 안 된다"며 애정을 드러낸 바 있다. 그만큼 '베테랑' 시리즈에서 황정민은 단순히 주연 배우를 맡는 것을 넘어 어떠한 책임감까지 주어졌을 터다.
황정민은 "1편은 단순 오락성이 강한 이야기였다. 2편은 감독님의 말씀대로, 재탕하지 않는 것이 중요했다. 2편에서 나오는 이야기 자체가 저한텐 중요하다. 정말 용기가 있지 않았다면 1편에 대한 오락적인 부분을 답습하려고 했을 텐데 그렇지 않았다. 그런 부분에 대해서 류승완 감독에게 박수를 쳐주고 싶다. 같은 영화 동료로서 존경한다"고 답했다.
'베테랑2' 오프닝은 1편 속 주부도박단 사건과 이어진다. 서도철 형사와 강력범죄수사대의 반가운 재회다. 황정민은 "너무 신났다. 동창생들을 만난 기분이었다. 1편이 워낙 잘 됐고, 낄낄 대면서 찍은 작품이라 다들 어렵지 않게 자신의 몫들을 잘 해냈다. 1편의 오마주로 걸어오는 걸 똑같이 찍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감독님한테 했던 기억이 난다. 변한 것이 별로 없다는 걸 관객분들이 느끼시길 바랐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황정민은 "관객들은 오히려 1편 이후 9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는 걸 잘 못 느끼시더라. ''베테랑'이 벌써 10년이 다 돼 가?'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신다.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보니까 명절에 자주 틀어주거나 '밈'을 자주 접해서 그런 것 같다"며 "1편의 어떤 에너지를 2편까지 잘 가져가야지라는 생각이 들어서 서도철의 성격 그대로 살아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이야기했다.
다만 황정민은 "개봉을 앞두고 1편을 다시 봤냐"는 질문엔 "안 봤다. 지겹다. 저 많이 봤는데"라고 웃음을 터뜨렸다. 이어 "서도철은 제가 만든 인물이라 너무 잘 알고 있다. 모든 세포들과 의상까지도 저에게서 만들어졌다. 물론 감독님과 상의한 거라 제가 만들었다고 하면 웃기긴 하다. 어쨌든 잘 만들어낸 저의 피규어다. 서랍에서 잘 꺼내서 그냥 하면 되는 거였다"고 덧붙였다.
'베테랑' 1편이 완벽한 선과 악의 대립이었다면, 2편에선 그 경계선이 모호해진다. 연쇄 살인을 저지르는 해치는 '죽어 마땅한' 범죄자들을 대상으로 사적 제재를 가한다. 이에 '베테랑2'에선 사적 제재와 폭력의 딜레마에 대한 메시지를 전한다.
황정민은 "연쇄 살인은 정말 잘못된 거다. '사적 제재'라는 단어 때문에 해치를 옹호할 순 없다. 그러면 안 되고, 그 친구 역시 명분이 없다. 살인을 하기 위해 명분을 만든 것"이라고 단호히 답했다. 이어 "(정)해인이 얼굴이 너무 잘생겨서 우리가 착각하는 것 같은데"라고 농담하면서도 "감독님은 정확하게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다.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한 메시지를 주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베테랑2'에서도 서도철은 달리고, 넘어지고, 맞고, 쓰러지며 이른바 '정형외과 액션'을 보여준다. 액션신이 언급되자 황정민은 "그렇게 느끼게끔 만들어놨다. 관객분들이 그렇게 느끼게 철저하게 계산했다. 어렵지 않았다. 겨울에 촬영해서 추위가 힘들었을 뿐, 그것 말고는 괜찮았다"며 "감독님께서 워낙 액션 시퀀스를 잘 만드시고, 액션에 관해서는 베테랑이시라 배우들이 크게 힘들거나 고통스러워하진 않았다. 남산 계단신에서도 어린이집 아이들이 놀다가 넘어져도 안 아픈 푹신한 소재로 만든 거였다. 그냥 추운 게 너무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황정민은 새로운 빌런 박선우 역으로 호흡을 맞춘 정해인에 대해 "그 친구의 좋은 얼굴 속 아이러니한 묘함이 있다. 정작 해인이는 마스크도 쓰고, 모자도 쓰니까 되게 두려워하더라. 그래서 '절대 걱정하지 마'라고 이야기해 줬다. 저는 이 영화가 나오면 무조건 해인이가 뜰 거라고 생각했다. 잘 될 거라고 주변 사람들한테도 이야기하고 있었다"며 "워낙 몸을 잘 쓰는 친구다. 얼굴은 여리여리한데 의외로 몸이 좋다. 몸이 유연하고, 잘 쓴다. 다 가졌더라. 피부도 좋던데"라고 웃음을 보였다.
또한 황정민은 "'베테랑2'로 해인이가 상을 받았으면 좋겠다. 그러면 정말 행복할 거 같다"며 "서도철 같은 인물은 중심에서 튀지도 않고, 덜하지도 않게 중심을 잘 잡아줘야 한다. 그래야 주변 빌런들이 춤추면서 놀 수 있다. 해인이가 너무 잘했기 때문에 분명히 받지 않을까"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아울러 황정민은 "굳이 1편, 2편으로 나누지 않아도 이 작품을 보면 재밌다고 생각하실 거다. '베테랑'이 아닌 다른 제목으로 했어도 재밌게 보셨을 것"이라며 "재탕하지 않겠다는 류승완 감독에게 고맙다. 이런 작품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자랑스럽다"고 이야기했다.
끝으로 황정민은 "흥행에 대한 부담감은 전혀 없다. 1편도 원래 구정 때 개봉하려다가 다른 영화에 밀려서 못 했었다. 5월엔 마블 영화 때문에 밀려서 우연히 여름에 개봉한 케이스였다. 여름 초반이 아니라 후미에 개봉해서 대박이 난 거다. 그러다 보니 흥행 여부는 모르겠다. 손익분기점만 무조건 넘길 바란다"고 인사했다.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ent@st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