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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칼 들고 협박·폭행했는데··· ‘강간’ 혐의는 빠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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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택 찾아가 길이 32㎝ 흉기로 협박
성관계까지 했지만 경찰은 '증거없음'
재차 고소했지만 또다시 불송치 결정
이의신청에 검찰 넘어갔는데 또 불기소
서울경제



이별을 통보한 연인을 흉기로 협박하고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50대 남성이 2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다. 피해자 측은 협박에 의해 강제로 성관계를 가졌지만, 경찰이 강간 혐의를 제외하고 송치했다며 추가 고소를 진행했다.

10일 경찰 등에 따르면 최근 서울 수서경찰서는 불송치 결정을 내린 특수강간 혐의 고소 건에 대해 피해자 측의 이의제기를 접수하고 피의자를 검찰에 송치했다.

피해자 측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13일 오후 11시 30분께 50대 남성 A 씨는 당시 연인이었던 30대 여성 B 씨에게 이별 통보를 받자 분노를 참지 못하고 서울 강남구 소재 B 씨의 주거지를 찾아갔다. 말다툼 끝에 자정이 넘어 B 씨의 자택에 들어간 A 씨는 거실에서 B 씨의 휴대전화를 뺏고 잠금 해제를 요청했다.

B 씨가 이를 거부하자 A 씨는 주방에서 길이 32㎝의 흉기를 가지고 나와 자해를 하거나 위해를 가하겠다는 취지의 말을 하며 B 씨를 협박하기 시작했다. 이에 B 씨는 집 밖으로 도망치려 했지만, A 씨는 B 씨의 머리카락를 잡아 침대에 넘어뜨린 뒤 B 씨의 안면부를 수차례 가격하고 흉기로 재차 협박을 했다.

또한 A 씨는 B 씨를 폭행하며 탈의를 요구했고, B 씨의 속옷을 가위로 훼손하기도 했다. 이후 A 씨는 B 씨와 성관계를 요구했으며, B 씨는 A 씨가 자신에게 해를 끼칠까 두려워 이를 받아들였다고 주장했다.

피해자는 사건 당일 오전 6시께 지인에게 ‘폭행을 당했다’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발송했고, 지인은 경찰에 신고를 했다. 신고를 접수한 서울 강남경찰서는 현장에 경력을 출동시켜 A 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이후 소재지 문제로 사건을 넘겨 받은 서울 수서경찰서는 조사를 벌인 끝에 특수폭행과 재물손괴 혐의 만을 적용해 A 씨를 송치했다. A 씨는 지난 1월 16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된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지난 4월에 진행된 2심에서 피해자 측은 가해자로부터 추가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이사 자금을 위해 강간 혐의를 제외한 특수폭행에 대해서만 일부 합의를 했으며, 그 결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이 선고됐다.

피해자 측은 지난 1월 B 씨를 특수강간 혐의로 재차 고소했지만, 수서경찰서는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성관계를 인정했음에도 불구하고 강간에 대한 ‘증거 없음’을 이유로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이에 B 씨는 수서경찰서에 이의신청을 했는데 검찰에서도 불기소 처분한 것으로 파악됐다 . 현행법상 고소인 등이 이의신청서를 제출하면 사건을 검찰에 송치해야 한다.

B 씨는 조사 당시 경찰이 “합의 하에 성관계를 진행한 것 아니냐”고 말하는 등 피해자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B 씨는 서울경제와 통화에서 “심적으로 매우 불안한 상태였지만, 첫 진술부터 강제로 성관계를 가졌다고 밝혔다”며 “A 씨가 흉기를 사용해 위협을 했다는 점이 재판에서도 인정이 됐고, A 씨도 성관계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했는데 경찰의 불송치 결정이 이해가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경찰 관계자는 "최초 수사 당시 정황상 강간으로 보기 어려워 강간죄를 적용할 수 없었다"면서 "다만 이의 제기가 된 부분에 대해 송치를 했고 검찰도 불기소 처분을 했다"고 말했다.

B 씨 측 법률대리인인 김호평 법무법인 호평 변호사는 “A 씨는 과거에도 유사한 혐의로 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으며, B 씨에게도 회복할 수 없는 정신적·신체적 충격을 가했다. B 씨는 현재 외국의 부모님 집으로 가 있을 정도로 심신이 불안정하다”며 “피의자가 흉기를 사용했다는 점 등이 인정됐지만, 성관계가 합의 하에 이뤄졌다며 불송치 결정을 한 경찰의 판단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헀다.

한편, 경찰에 따르면 교제 폭력 검거 건수는 2019년 9823건에서 2023년 1만3939건으로 증가했다. 올해 3월까지도 3157명이 교제폭력으로 검거되는 등 날이 갈수록 교제 폭력의 심각성이 증대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채민석 기자 vegemin@sedaily.com이승령 기자 yigija94@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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