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야당 간사인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부터)과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 이정문 정책위 수석부의장이 10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2025학년도 의대 증원 문제와 관련해 원점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연일 나오고 있다. 여·야·의·정 협의체에 의료계 참여를 끌어내는 한편 정부가 밀어붙인 ‘2000명 증원안’의 비합리성을 강조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하지만 의대 증원을 막기 위해 무리한 조건을 달고 있는 의료계의 손을 들어주는 것으로 이미 수시모집 절차에 들어간 입시 현장의 혼란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10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2025학년도 의대 정원까지도 원점 재검토해야 한다는 게 의료계의 요구다. 현실적으로는 굉장히 어려운 문제”라면서도 “무작정 안 된다고만 하지 말고 논의의 가능성은 열어야 할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표의 ‘정책 멘토’로 불리는 이한주 민주연구원장은 MBC 라디오에 출연해 “정부도 25학년도 입학 정원을 비롯해 전부 다 같이 한꺼번에 논의할 생각이 있다는 (마음으로) 모여야 한다”며 “내가 만든 안이 제일 좋은 안이다, 내 안보다 더 좋은 거 있으면 가져와 보라, 이렇게 이야기하면 가져오지 말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원 의원도 KBS라디오 인터뷰에서 “대통령실에서 ‘만약 2025년도에 증원대로 뽑으면 2026년도는 0명이 돼도 하겠다’는 것은 쇼”라며 “2026년도는 그 교수들, 그 시설 놓고 증원 안 하고 견디겠느냐”고 말했다.
의료계는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 조건으로 2025학년도 의대 증원까지 백지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는 내년도 증원은 이미 끝났다며 선을 그은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민주당 내에선 2025학년도 증원 조정 필요성을 언급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민주당이 이같이 주장하는 근거는 의료 현장에서 일어나는 피해가 너무 크고, 타협을 위해 의료계를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려면 정부도 양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진 의장은 “어제부터 수시가 접수되기 시작했다. 그런 상황에서 내년도 의대 정원을 손보자는 건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면서도 “하지만 정부가 안 된다고 선을 그어버리면 의료계와 어떻게 대화가 가능하겠나”라고 말했다.
순수한 해법 차원을 넘어 정치적 의도도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2000명 증원 결정 과정의 비과학·비합리성을 강조하려는 것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야당 간사인 강선우 의원은 “복지위 청문회를 통해 (의대 정원 증원의) 합리적 근거를 찾아볼 수 없고 배정 과정의 근거가 없다는 걸 밝혔다”며 “숫자 자체에도 근거가 없고 늘린 인원을 교육할 준비도 돼 있지 않은데 2025학년도 정원을 증원하게 되면 2026학년도는 논의 자체가 어려워진다”라고 말했다.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는 전날 MBC 라디오에서 “전문가 그룹의 얘기를 들어보면 정부의 (증원) 결정이 졸속 결정이라는 것 아니겠냐”며 “(2025학년도 증원분도) 원점에서 한번 다시 고민해볼 시점”이라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이런 주장은 의료공백 사태를 해결하고 정부의 실정을 비판하기 위해 의대 증원 문제에서 일방적으로 의료계 편을 들어주려 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민주당도 의대 증원에 동의해놓고 정치적 이해에 따라 증원 결정을 되돌리는 실책을 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31개 의과대학이 2025학년도 대입 수시모집 원서 접수를 시작한 만큼 교육 현장을 고려하지 않은 발언이 혼란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복지위 소속 한 야당 의원은 “2025학년도 의대 증원 문제를 포함해 자꾸만 전제조건을 달면 협의체 출범에 장벽이 될 수 있다”며 “전면 백지화를 주장하는 의료계 요구를 완전히 수용할 수 있는 게 아니라면 현장 혼란을 키우는 발언은 자제하는 게 좋다”라고 말했다.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신주영 기자 j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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