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삼성전자·SK하이닉스 임원 출신 최진석 씨가 중국 청두에 설립한 ‘청두가오전’ 공장 전경. [홈페이지 캡처] |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개발비용으로만 약 4조원 가량이 투입된 국가 핵심 반도체 기술을 유출한 삼성전자·하이닉스반도체(현 SK하이닉스) 임원 출신 반도체 전문가 최모(66)씨가 검찰에 구속송치됐다.
최씨는 중국 지방정부와 합작으로 반도체 제조업체 ‘청두가오전’을 설립해 국내 반도체 전문인력을 대거 이직시켜 삼성전자의 20나노급 D램 메모리 반도체의 공정단계별 핵심기술을 유출하고, 직접 생산까지 한 혐의를 받는다. 오씨는 삼성전자의 핵심기술을 유출해 청두가오전으로 이직, 공정설계실장으로 일하며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경찰청 산업기술안보수사대는 10일 국가핵심 반도체 기술을 유출한 최씨와 전직 삼성전자 수석연구원 오모(60) 씨를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과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업무상 배임 위반 혐의로 검찰에 구속송치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최씨가 설립한 중국 청두의 반도체 제조업체로 이직한 임직원들도 추가 입건해 기술유출 여부를 조사 중이다. 또 국내 핵심 기술인력이 해외로 이직하는 과정에서 기술 유출을 위한 불법 인력송출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다.
이들은 20나노급 반도체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온도, 압력 등 600여 단계 공정에 관한 핵심 정보가 담긴 자료를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20나노급 D램 반도체의 핵심공정기술이면서 국가핵심 기술인 PRP(반도체 공정 종합 절차서)·MTS(반도체 최종 목표 규격) 기술도 유출됐다. 경찰은 삼성전자의 독자 기술을 통째로 넘긴 수준으로 파악하고 있다.
경찰은 그동안 기술유출 범죄의 경우 국내 엔지니어 1~2명이 중국으로 이직하는 수준으로 이뤄졌는데, 최씨의 경우 삼성전자 임원 출신으로 인력과 기술을 제공하는 조건으로 직접 중국 지방 정부와 합작해 반도체 생산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치밀한 계획하에 범죄를 저지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직 삼성전자·SK하이닉스 임원 출신 최진석 씨가 중국 청두에 설립한 ‘청두가오전’ 공장 내부. [홈페이지 캡처] |
최씨는 국내 반도체 핵심인력들을 끌어들이는 방식으로 기술을 빼냈다. 삼성전자에서 D램 메모리 수석 연구원을 지낸 오씨를 비롯한 기술인력 상당수를 자신이 설립한 업체로 지속적으로 영입했다.
이로 인해 2021년경 반도체 제조 공장 준공 이후 불과 1년 3개월만인 2022년 4월 시범 웨이퍼(Working Die)를 생산했다. 통상 D램 개발 경험이 있는 반도체 제조회사들도 세로운 세대의 D램 반도체 개발에 최소 4~5년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해 6월에는 20나노 D램 개발까지 성공해 양산을 위해 수율을 높여가는 단계였으나, 경찰의 수사로 공장 운영은 중단됐다.
앞서 최씨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설계도를 빼내 20나노급 D램 반도체를 생산하는 공장을 중국에 세운 혐의로 수원지법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최씨는 지난해 6월 구속됐다가 같은해 11월 석방된 바 있다.
최씨의 기술유출로 인한 피해는 천문학적인 수준이다. 삼성전자는 18나노 공정 개발을 위해 약 2조3000억원을, 20나노 공정 개발을 위해선 2조원을 들였고, 최소 1000명 이상의 연구원이 투입됐다. 20나노 D램 생산으로 2022년 기준 2조4000억원 상당의 매출액을 올렸으며, 이로 인한 경제적 효과 등을 감안한다면 실제 피해금액은 가늠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경찰은 국가경쟁력 약화를 초래하는 등 경제안보의 근간을 흔든 사안이라고 보고 있다.
경찰은 “SNS 등을 통해 핵심기술에 대해 문의하는 경우 보안의식 없이 알려주는 행위 등 핵심기술에 대한 보안의식이 강화될 필요가 있으며, 기업대상으로 예방교육을 실시하는 등 협력활동을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경찰은 또 “최씨는 국내에서 이직한 기술인력에게 이직시 약속한 혜택을 철회하고, 2~3년 동안 이들을 활용한 후 장기 휴직 처리를 하는 등 제대로 된 처우도 지원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경찰은 전문 수사요원들을 투입해 산업기술의 해외유출 사범에 대한 첩보 수집 및 단속 활동을 강도 높게 이어나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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