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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편제 돌려보며 판소리 외우던 꼬마… “젊은 국악의 미래 이어가렵니다”

조선일보 윤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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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창부 방일영상 김윤아씨
9일 임방울국악제 방일영상(최우수상)을 받은 김윤아씨. /김영근 기자

9일 임방울국악제 방일영상(최우수상)을 받은 김윤아씨. /김영근 기자


제32회 임방울국악제 방일영상(최우수상)을 받은 김윤아(41)씨는 9일 자신이 국악과 처음 사랑에 빠진 순간을 “테이프가 늘어지도록 돌려보고 또 돌려본 영화 ‘서편제’의 음악들”로 회상했다. “그때만 해도 제 고향 부산은 ‘국악 불모지’였어요. 난생처음 접한 판소리 대목들이 마냥 신기했고, 완벽히 따라 부르고 싶었어요.” 그는 “그렇게 2년 동안 영화 속 소리를 계속 외웠다”고 했다. 결국 김씨의 부모는 어린 딸의 판소리 사랑이 서편제 녹화 테이프들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부산을 샅샅이 뒤져 국악의 기초를 가르칠 수 있는 학원을 수소문했다. 그 덕에 김씨는 13세 때부터 원하던 소리 공부를 시작할 수 있었다. 이후 지수복, 송순섭, 유미리, 안숙선 등 다양한 명창을 스승으로 사사했다.

김씨는 이날 판소리 명창 본선 무대에서 별주부전의 기반이 된 수궁가 중 ‘약성가’ 대목을 불렀다. 병에 걸려 곧 죽게 된 용왕이 하늘에서 내려온 의선에게 맥을 짚어달라며 신세 한탄을 하는 이 장면을 마치 줄줄이 꿰고 있는 것처럼 능청스럽게 연기해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김씨는 “수궁가는 제가 서른여섯 살 때 배운, 판소리 다섯 바탕 중 가장 늦게 입문한 소리이자 가장 어려운 도전 과제였다”고 했다. “지금 초등학교 4학년, 6학년인 아이들이 학교에 익숙해지고 겨우 한시름 놓았을 때 막 배우기 시작한 소리였어요. 육아를 병행해야 하는 데다, 나이가 들면서 더 이상 머리에 소리가 잘 들어오지 않는다는 고민이 커질 때였죠.” 그는 올해 처음 임방울국악제에 도전장을 내민 것도 “이젠 몸으로 체득한 소리를 관중에게 선보이는 도전을 해야만 소리를 펼칠 수 있겠다는 결심이 들었다”며 “그 노력이 인정받은 것 같아 기쁘다”고 했다.

김씨는 현재 공연예술창작집단 ‘유쾌한 악당’의 대표로도 활동 중이다. 전통 판소리에 유명한 동·서양 신화의 줄거리, 인형극 등을 가미한 무대들로 대중에게 우리 국악을 좀 더 쉽게 알리고자 노력 중이다. 김씨는 “젊은 소리꾼 중에 잘하는 사람이 정말 많은데 시장이 많이 없어 아쉬울 때가 많다”며 “이번 수상을 통해 계속 정진하다 보면 젊은 국악인들을 위한 무대가 마음껏 주어지는 날이 곧 올 거란 응원과 희망으로 삼고 싶다”고 했다.

[윤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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