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전신 기자 = 5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B조 1차전 대한민국과 팔레스타인의 경기 시작 전 관중들이 축구협회를 비판하는 현수막을 들고 있다. 2024.09.05. photo1006@newsis.com |
[서울=뉴시스]안경남 기자 = 한국 축구가 엉망진창이다. 대한축구협회를 향한 붉은악마의 야유가 국가대표 선수와의 충돌로 번졌다.
지난 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팔레스타인의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1차전이 0-0 무승부로 끝나자 관중석에선 야유가 쏟아졌다.
FIFA 랭킹 96위인 팔레스타인을 상대로 대량 득점을 기대했던 팬들은 실망스러운 경기력에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주장 손흥민(토트넘)을 비롯해 대표팀 선수들이 소개될 때 나온 함성은 홍명보 감독이 나오자 야유로 바뀌었다.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축구대표팀 홍명보 감독이 5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B조 1차전 대한민국과 팔레스타인의 경기를 치르기 위해 벤치에 들어서고 있다. 2024.09.05. mangusta@newsis.com |
홍 감독은 사령탑 선임 과정에서 공정성 논란이 일어나 비판받았다. 협회는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의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지 않았고, 막판엔 이사회 의사 결정 과정도 건너뛰었다.
그래서 홍 감독에겐 팔레스타인전 화끈한 승리가 절실했다. 비난을 덮을 만한 멋진 경기력이 필요했다.
하지만 결과는 더 실망스러웠다. 전술은 물론 선수들의 컨디션 관리조차 제대로 되지 않은 모습이었다.
[서울=뉴시스] 전신 기자 = 5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B조 1차전 대한민국과 팔레스타인 경기에서 0-0으로 비긴 대한민국 손흥민을 비롯한 선수들이 관중들을 향해 박수치고 있다. 2024.09.05. photo1006@newsis.com |
선수들의 표정도 어두웠다.
김민재(바이에른 뮌헨)는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붉은악마 응원석으로 향해 걸어갔다. 그는 팔 동작을 하면서 야유를 자제해달라고 요구하는 듯한 제스처를 했다.
나중엔 허리춤에 양팔을 올리고 응원석을 향해 "부탁드릴께요"라고 외쳤다.
하지만 대화가 잘 통하지 않았는지 관중석을 향해 고개 숙인 손흥민 옆에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5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B조 1차전 대한민국과 팔레스타인의 경기에서 붉은악마를 비롯한 관중들이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을 향한 야유를 하고 있다. 2024.09.05. jhope@newsis.com |
관중과 대치한 김민재의 모습은 소셜미디어(SNS)와 각종 온라인 사이트를 타고 논란이 됐다.
믹스트존에서 취재진과 만난 김민재는 "선수들을 응원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렸다. 사실 우리가 (경기) 시작부터 못 하진 않았다. 왜곡해서 제 SNS에 찾아와 그런 말을 하는 분들이 계시는데, 우리가 시작부터 못 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못하길 바라며 응원해 주시는 부분이 아쉬워서 그런 말씀을 드린 것이다. 공격적으로 할 의도는 없었고, 심각한 분위기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게 받아들이신다면 어쩔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날 붉은악마의 야유가 축구협회와 홍 감독을 향한 것이었지만, 안방에서 쏟아진 비판에 선수들은 신경을 쓸 수밖에 없었다.
[서울=뉴시스] 전신 기자 = 5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B조 1차전 대한민국과 팔레스타인 경기에서 0-0으로 비긴 대한민국 손흥민이 아쉬워하고 있다. 2024.09.05. photo1006@newsis.com |
경기가 끝나자마자 관중석을 찾아 불만을 표출한 이유다.
논란이 커지자 축구 국가대표 서포터스 붉은악마도 경기 다음 날 입장을 밝혔다.
붉은악마는 공식 SNS를 통해 "붉은악마가 탄생한 순간부터 지금까지 선수들과 모든 순간을 함께했고 어떠한 순간에도 '못하길 바라고', '지기를 바라고' 응원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김민재가) 홈 응원석 쪽으로 와서 '좋은 응원해주세요. 부탁드립니다'라는 짧은 말을 남기고 돌아갔다"며 "선수와 관중 간 설전은 없었다"고 전했다.
[서울=뉴시스] 전신 기자 = 5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B조 1차전 대한민국과 팔레스타인 경기에서 이강인이 득점에 실패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2024.09.05. photo1006@newsis.com |
또 "간절히 승리를 바랐던 김민재가 좋은 결과가 안 나온 아쉬움에, 그리고 오해에 그랬던 것 같다. 단 표현의 방법과 장소는 매우 아쉽다"며 "지난 몇 달 간 공정과 상식이 없는 불통의 대한축구협회의 행위에 대해 목소리를 가장 잘 내고, 이목을 끌 수 있는 곳이 경기장"이라며 "거짓으로 일관하는 협회와 스스로 본인의 신념을 저버린 감독에 대한 항의와 야유였다"고 강조했다.
축구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반응은 엇갈렸다.
일부 네티즌은 "야유도 선수가 감당해야 할 문제", "야유받았다고 관중석으로 달려오는 선수가 어디 있나" 등으로 김민재를 비판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김민재가 욕먹을 이유가 없다. 야유는 과했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서울=뉴시스] 전신 기자 =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5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B조 1차전 대한민국과 팔레스타인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2024.09.05. photo1006@newsis.com |
위기의 한국 축구다.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이 외유와 재택 논란 끝에 경질되고, 아시안컵 때 손흥민과 이강인(파리생제르맹)이 출동하는 등 올 초부터 잡음이 끊이질 않았다.
후임 선임 과정에선 전력강화위원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았고, 절차를 무시한 끝에 홍 감독이 선임됐다.
박주호를 비롯해 박지성, 이천수 등 전직 국가대표 선수들은 협회와 홍 감독을 비판하면서 축구계는 난장판이 됐다.
그리고 경기장에선 국가대표와 서포터스까지 충돌하는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졌다.
11회 월드컵 본선 진출에 도전하는 한국 축구는 첫 단추부터 어긋났다. 이런 흐름이라면 만만찮은 오만 원정에서도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
오만도 객관적인 전력상 한국보다 아래지만, 2003년 10월 아시안컵 예선 당시 1-3 참패를 당한 '오만 쇼크'가 재현되지 말란 법도 없다.
손흥민은 팬들의 지지를 바랐다. 그는 "팬들이 원하는 감독이 있겠지만, 이미 결정된 일이다. 우리가 바꿀 수 없는 부분이다. 주장으로서 팀을 생각해서 팬들께 응원과 사랑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이강인도 "감독님과 함께한 첫 경기였는데 응원이 아닌 야유로 시작해 매우 안타깝다. 선수들은 감독님을 100% 믿고 따를 것이다. 팬들은 당연히 아쉽고 화나겠지만 응원과 관심 가져달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knan90@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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