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여윳돈 8분기째 ‘역대 최장’ 감소…경기도 하락세

추석 연휴를 앞둔 1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 종합시장에서 한 소비자가 모바일 온누리상품권을 사용하고 있다. 뉴시스

고물가·고금리, 실질소득 감소 등으로 자산 구입이나 부채 상환 등에 쓰이는 가계 흑자액이 최근 8개 분기 연속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 여윳돈 감소는 내수를 끌어내려 경기 흐름까지 하강하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2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가구 흑자액(전국·1인이상·실질)은 월평균 100만9000원으로 1년 전보다 1만8000원(1.7%) 감소했다. 흑자액이란 소득에서 이자비용·세금 등 비소비지출과 의식주 비용 등 소비지출을뺀 금액을 뜻한다.

가계 흑자액은 2022년 3분기부터 8개 분기째 줄어드는 추세다. 2006년 1인 가구를 포함해 가계동향이 공표된 이후로 역대 최장기간 감소에 해당한다.

흑자액이 하락세를 보이는 것은 고물가 장기화로 실질소득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최근 2년 중 4개 분기 동안 가구 실질소득은 1년 전보다 축소됐다. 나머지 4개 분기 실질소득은 확대됐지만 증가 폭은 모두 0%대 수준이었다.

이처럼 실질소득 증가율이 매 분기 소비지출 증가율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처분가능소득(소득-비소비지출)의 감소세로 나타났다. 최근 2년 동안 처분가능소득은 5개 분기에서 각 1.2∼5.9% 줄어들었다. 나머지 3개 분기에서는 보합이나 0%대 증가세를 기록했다.

감소한 가계 여윳돈은 가계 소비 심리 위축으로 이어졌다. 재화소비 지표인 소매판매액지수는 2022년 2분기 이후 9개 분기 연속 감소한 데 이어 지난달에도 1년 전보다 2.1% 감소했다.

내수가 지지부진하면서 최근 경기 흐름도 나빠지고 있다. 통계청이 산출하는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지난 7월 98.4로 전달보다 0.6포인트 떨어졌다.

5개월째 지속된 하락세로 이 수치는 2021년 2월(98.2) 이후 3년 5개월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현재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지표로, 100보다 아래면 경기가 추세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지표는 지난 2월(100.1) 이후 5개월째 100 아래를 나타내고 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소비경기 부진이 국내 경기선행지수 반등과 달리 동행지수 부진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국내 경기 회복세가 미약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진단했다.

구성지표(계절요인·불규칙요인 제거)별로 보면 건설기성액(-2.4%), 내수출하지수(-1.7%), 소매판매액지수(-0.4%), 서비스업생산지수(도소매업 제외·-0.1%) 등 주로 내수 지표가 전월보다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정부는 내수가 회복 조짐을 나타낸다며 낙관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국정브리핑에서 “우리 경제가 확실하게 살아나고 있고 앞으로 더 크게 도약할 것”이라며 “성장의 과실이 국민의 삶에 더 빨리 확산할 수 있도록 모든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 펀더멘털은 상반기보다 하반기가 더 부진하다”며 “내수 부진 속 수출도 고점을 통과하며 경상수급 둔화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박 연구원은 “글로벌 경기에 갑자기 어두운 먹구름이 드리워진 가운데 내수 환경이 좀처럼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면서 “단기적으로 내수 회복 모멘텀이 강해지기 쉽지 않고, 길어지고 있는 고금리에 따른 이자 등 금융 비용 상승이 내수 경기 회복을 제한하는 또 다른 요인으로 꼽힌다”고 지적했다.

유은정 기자 viayou@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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