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우정 검찰총장 후보 지명자가 11일 오후 경기 과천시 법무부 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명 소감을 밝히고 있다.[과천=뉴시스] |
11일 검찰총장 후보자에 지명된 심우정 법무부 차관(53·사법연수원 26기)에게 '검찰 조직 안정화'가 핵심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원석 검찰총장 임기 말 벌어진 '총장 패싱 논란'으로 내분 조짐까지 일었던데다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야권이 검사 탄핵, 검찰청 폐지를 밀어붙이는 등 검찰이 내우외환에 빠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상황이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도 이날 심 후보자 지명 브리핑에서 "안정적으로 검찰 조직을 이끌고 검찰 본연의 역할을 잘 수행할 적임자로 판단했다"며 조직 안정에 방점을 찍었다.
우선 검찰을 향한 야권의 공세를 막고 조직구성원들의 불안감을 잠재우는 일이 급선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이 총장은 민주당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청원 청문회, 김영철 서울북부지검 차장검사의 탄핵소추안 관련 조사청문회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모두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며 출석 거부했다.
김 차장검사 외에도 엄희준·강백신·박상용 검사에 대한 탄핵 청문회가 예고됐고 검찰 수사에 대한 특검법 발의가 이어지는 등 민감한 수사를 기피하려는 내부 분위기도 강해지고 있다.
검찰 안팎에서 심 후보자의 온화한 성품과 합리적인 소통방식을 강점으로 꼽고 있지만 현재 검찰이 맞닥뜨린 문제들을 슬기롭게 풀어갈 수 있을지 좀 더 지켜봐야 된다는 목소리도 뒤따른다.
잠시 '봉합'된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의 갈등도 풀어야 한다. 중앙지검이 지난달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해 이 총장에게 사전보고 없이 제3의 장소에서 비공개로 김 여사를 소환조사하면서 벌어진 '패싱 논란' 때문이다. 이 총장이 진상 파악을 지시하자 수사팀 검사가 사표를 내고 이창수 중앙지검장이 대검에 진상 파악 연기를 요청하는 등 악화일로를 걷던 갈등이 겨우 봉합됐지만 아직 대검 감찰부의 진상조사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심 후보자는 법무부 검찰과 검사·형사기획과장·검찰과장·기획조정실장을 지내는 등 대표적인 '기획통'으로 평가받는다. 윤 대통령이 특수통인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이원석 검찰총장과 김 여사 수사를 두고 갈등을 겪은 만큼 이번 총장 인사에서 기획통을 중용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아울러 수사력을 집중했던 특수부 수사에 힘을 덜고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기업사건과 일반 형사사건에 집중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도 "수사 자체보다 외적인 이슈들이 검찰에 많은 상황인데 심 차관을 후보자로 지명한 것은 정치수사보다는 검찰 내실을 더 다지겠다는 뜻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원석 검찰총장(27기)보다 1기수 선배이고, 4명의 후보 중 가장 높은 기수인 심 차관을 선택한 것은 향후 인사폭을 줄이는 효과를 낸 인사라는 평가도 받는다. 최근 고검장 인사로 29기들이 승진하는 등 대검검사급(고검장·검사장) 인사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는 평가가 많았는데, 심 차관을 선택한 것은 일종의 속도조절 신호로 봐야한다는 것이다.
심 후보자는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된 이날 오후 경기 과천 법무부 청사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중한 시기에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돼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며 "검찰이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고 정의를 실현하는 사명과 역할을 다해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조준영 기자 ch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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