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안북도, 자강도, 양강도 등에서 지난달 말 수해로 집을 잃은 어린이와 학생, 노인, 환자, 영예 군인 등을 평양으로 데려가 피해복구 기간 지낼 곳을 마련해주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수해지역의 어린이 등 만 5천여 명의 이재민을 재해복구 기간 중 평양으로 이주시켜 보호할 방침을 밝히면서 남한 언론을 거듭 비난하고 "대적관을 바로 하는 기회로 만들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국제사회의 지원의사에 사의를 표하면서도 "자체의 힘과 노력으로 자기 앞길을 개척해 나갈 것"이라며 자력복구 방침을 고수했다.
북한의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8-9일 평북 의주군 수해지역을 다시 방문해 전용열차에 설치된 무대에 올라 이재민들을 상대로 연설을 했다.
김 위원장은 "워낙 피해규모가 큰 것으로 해서 수재민들의 살림집 신설공사와 보수공사가 끝나 생활이 안정되자면 적어도 두 석 달은 걸리게 될 것"이라며, 이 기간에 수해지역의 어린이들과 학생들, 이들의 어머니들, 노인, 영예군인 등 1만 5400여명을 이주시켜 "평양에서 국가적인 보호혜택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재해복구는 심각한 대적투쟁"
김 위원장은 특히 각종 수해복구대책을 언급하는 과정에서 남한 언론의 수해보도에 대해 강한 적대감을 드러내며 "우리가 이번 재해복구가 단순히 우리들 자신만의 사업이 아닌 심각한 대적투쟁임을 다시 한 번 새겨둘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김정은은 남한언론들이 수해규모 등과 관련해 "날조 자료를 계속 조작해내면서 우리 정권과 제도의 영상에 손상을 주려고 미쳐 날뛰고 있다"며, "수해지역에서 인명 피해자가 발생하는 속에서 지난달 27일 평양에서 전승절 행사를 진행했다는 억지낭설까지 퍼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적들은 저들 언론이 날조 보도한데 대해 내가 직접 반응한 것은 그만큼 인명피해가 컸던 것과 그를 무마시키려는 의도에서라고까지 지껄이고 있다"며 "이것은 우리 국가에 대한 모략선전이고 엄중한 도발이며 여러분들에 대한 모독"이라고 강조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안북도, 자강도, 양강도 등에서 지난달 말 수해로 집을 잃은 어린이와 학생, 노인, 환자, 영예 군인 등을 평양으로 데려가 피해복구 기간 지낼 곳을 마련해주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
김정은은 "쓰레기 나라의 언론보도에 대해 이런 말을 하는 것은 그것이 다 이유와 필요가 있어서"라며, "이런 생생한 사실 자체가 적들이 얼마나 더러운 족속들인가", "그 저의가 무엇이겠는가, 적을 왜 적이라고 하며 왜 쓰레기라고 하는가 하는데 대해 똑똑히 인식시키기 좋은 사실적 자료이고 교양소재"라고 말했다.
김정은은 "이런 현실적인 사실자료를 놓고 전국가적으로 대적인식을 바로하고 대적감정을 바로 키워야 한다"며 "적이 어떤 적인가를 직접 알 수 있는 이런 기회를 대적관을 바로 하는 기회로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강변했다.
김정은, 이례적인 수준의 대남비난
김 위원장은 수해발생 직후인 지난 2일 공군부대 방문연설에서 남한언론의 수해보도에 대해 "적은 변할 수 없는 적"이라고 비난했는데, 이번에는 수위를 더 높이고 상당한 분량을 할애해 거듭 비난을 한 것이다. 전체 12쪽 분량의 연설문 중 대남 비난이 1쪽을 훨씬 넘는다. 이런 비난에 대해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이 "적들을 가장 강력한 표현과 수사로써 지탄"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김 위원장이 이처럼 남한 언론의 수해보도를 빌미를 대남 비난에 나선 것은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김 위원장이 지난 연말부터 남북에 대해 동족이 아닌 적대적 2국가 관계를 선언한 상황에서 이런 적대관을 대규모 수해를 계기로 주민들 심성에 심화·확대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김정은이 수해현장을 다시 찾은 자리에서 굳이 남측언론 보도에 대해 비난을 한 것은 이례적"이라며 "재해로 증폭될지 모르는 내부압력을 대남대적관을 통해 무려하려는 시도"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북한의 통제 강화에도 불구하고 남측 언론의 보도가 일부 소수 주민들에게 전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관측된다.
국제사회 지원의사에도 자력복구 강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안북도, 자강도, 양강도 등에서 지난달 말 수해로 집을 잃은 어린이와 학생, 노인, 환자, 영예 군인 등을 평양으로 데려가 피해복구 기간 지낼 곳을 마련해주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
한편 김 위원장은 "지금 여러 나라들과 국제기구들에서 우리에게 인도주의적 지원을 제공할 의향"을 전해오고 있으나, "국가사업의 모든 영역과 공정들에서 제일로 내세우는 것은 인민에 대한 굳은 믿음과 철저히 자력에 의거하는 문제처리방식"이라며, 앞으로도 "자체의 힘과 노력으로 자기 앞길을 개척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국제사회의 지원 의사를 거절하고 자력으로 복구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대목이다. 이에 따라 대한적십자사는 물론 러시아와 중국 등 북한의 우방, 유니세프 등 국제기구의 지원의사도 성사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수해현장에서 애민 리더십 한껏 부각
김 위원장의 수해현장 방문은 지난 7월말에 이번이 두 번째이다. 이날 전용열차 주변에는 쌀 등 곡물을 담은 것으로 보이는 수 천 개의 포대가 쌓여있었고 옷과 과자 등이 담긴 상자들도 보였다.김 위원장은 이재민들의 임시천막 거처를 방문해 맨 바닥에 앉아 대화를 나누고, 특히 아이들에게 옷과 과자를 나눠주고 끌어안는 등 애민 리더십을 한껏 부각시켰다.
신문은 김 위원장이 "친아버지의 따뜻한 사랑과 정을 부어"주시었고, 수재민들은 "사회주의대가정의 어버이를 눈물 속에 우러르며 고마움의 인사를 삼가 올리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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